433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여부가 18일 결정된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을 다음 달 초까지 대면조사하겠다고 밝힌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향배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먼저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들른 뒤 수사관들과 함께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해 오전 10시 30분부터 구속 전 피의자신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핵심은 대가성이다.
삼성 측은 재단 출연금, 최순실 일가 지원이 강요에 의한 것이라거나 대가를 바란 게 아니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계열사 합병 찬성의 대가라고 맞선다.
박 대통령과 비선실세에 건넨 수백억원의 뇌물로 이 부회장은 수백조원대 삼성 지배권을 받았다는 게 특검 수사 결과다.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친 특검은 이 부회장 영장이 발부되면 뇌물죄 수사는 물론 박 대통령 대면조사에도 탄력을 받게 된다.
특검은 전날 브리핑에서 다음 달 초까지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영장이 발부될 경우 가장 길게는 기소 전까지 20일의 기간이 특검에 주어진 만큼 박 대통령 대면조사 뒤 이 부회장 기소라는 시간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부회장 독대를 위해 청와대가 만든 말씀자료에 ‘임기 내 승계 문제 해결’ 내용이 담겼고, 삼성 측이 재단 출연은 물론 최순실 일가 특혜 지원에 발 벗고 나선 여러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수뇌부의 진술이 엇갈린 데다 이 부회장이 국회 청문회 당시 본인의 증언과 달리 특검조사에서 말바꾸기를 한 것도 구속수사가 필요한 이유라고 특검은 판단하고 있다.
반면, 법원이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한다면 특검 수사는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특히 이 부회장의 구속을 경제적 위기와 연결 짓는 신호가 법원 안팎에서 나온다면, 다른 재벌총수들 수사에까지 영향이 미치게 된다.
특검이 이 부회장 영장 청구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인 뒤 “경제도 중요하지만 정의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건 퇴로를 차단하기 위한 전략이다.
나머지 삼성 핵심임원들은 불구속 수사 방침을 밝힌 것도 비상경영을 운운하는 삼성의 여론전에 대응해 법원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더구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가 이번 수사의 정점이라고 볼 때, 이 부회장 구속은 특검이 넘어야 할 단지 하나의 높은 산봉우리에 불과하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구치소가 아닌 특검 사무실로 돌아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게 된다.
법원의 판단은 이날 밤늦게, 늦으면 다음 날 새벽 나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