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우리 정부는 국내 인체감염 우려에 대해 중국과 우리나라는 가금류 사육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AI가 창궐하고 사육환경에 대한 신뢰성도 떨어지는 중국에서 엄청난 물량의 계란이 가공품으로 둔갑해 국내 수입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신선란의 경우 AI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 때문에 AI 발생국가인 중국에서 수입할 수 없지만, 가공란의 경우는 얼마든지 수입이 가능하다는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계란 값 안정을 위해 수입조치를 감행했다. 항공 운송비(1톤 당 300만 원)의 50%를 지원하고, 관세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민간 수입업자를 중심으로 물꼬가 터지면서 지난 15일 현재 신선란 209톤(310만 개)과 가공란 134톤(신선란 기준 200만 개)이 국내에 들어왔고, 앞으로 수입물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식품산업협회가 회원사들의 가공란 수입계획을 조사한 결과 2월말까지 7100여 톤(신선란 기준 1억650만 개)을 수입할 예정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미국산 가공란의 경우 롯데제과가 전란냉동 5000톤과 전란건조 500톤, 난황냉동 200톤을 2월 중 수입할 계획이다. 또한, 오뚜기식품에 납품하는 풍림푸드가 463톤, SPC가 전란건조 38톤을 수입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산 가공란의 경우는 풍림푸드가 전란냉동 714톤을 24일부터 매주 51톤씩 부산항을 통해 수입할 예정이다. 여기에 CJ푸드빌이 난황냉동 84톤을, SPC는 전란건조 38톤을 수입할 계획이다.
여기서 우려되는 것은 이번 AI 발생의 근원지라 할 수 있는 중국에서 가공란을 수입한다는 점이다. 특히나, 중국은 AI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국가다.
지난 2003년 이후 모두 827명이 AI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특히, 이번 H5N6형 바이러스에 17명이 감염돼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인체에 감염될 정도로 열악한 사육환경에서 생산된 저품질의 중국산 계란이 가공품으로 둔갑해 국내에 수입될 개연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난 2008년 ‘멜라민 파동’을 불러일으켰던 중국산 계란의 ‘분말’이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수입돼 충격을 준 바 있다.
이어, 지난 2015년에는 중국산 '난백건조'(계란 흰자를 건조시켜 분말로 만든 것)에서 엔로플록사신 등 동물용의약품 성분이 검출돼 회수조치가 내려진 적이 있다.
이처럼 중국산 가공란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아직도 남아 있는 상황에서, 국내 식품업체들이 굳이 중국산 가공란을 수입하려는 이유는 운송비가 저렴한 선박을 통해 들여올 수 있는데다, 정부가 무관세 혜택을 주기 때문에 수지타산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식품업체 관계자는 “중국산 가공란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서 수입단가 등은 알려 줄 수가 없다”고 전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신선란에 대해서는 항공운송비의 50% 지원과 무관세 혜택을 주고 있지만 가공란은 무관세만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국처럼 AI 발생국가에서 가공란을 수입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수입된 가공란에 대해서는 위생 평가를 철저히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멜라민 파동과 2015년 동물성의약품 성분 검출 등에서 보듯이 정부의 수입계란 품질관리에 허점이 존재한다.
현재 정부의 계란 수입 업무는 신선란의 경우 농식품부가 맡고 가공란은 식약처가 관리하는 이원화 체계다.
신선란은 껍질을 통해 AI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는 만큼 농식품부가 ‘가축전염병예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껍질이 제거된 가공란은 AI 전파 가능성이 없다는 전제하에 식약처가 ‘수입식품안전관리특별법’에 따라 관리하고 있다.
이들 신선란과 가공란은 해당 수출국가에서 설문서를 보내면 우리 정부가 서류검토와 현지 조사를 통해 수입허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어, 수입이 결정되면 ‘수입위생요건증명서’ 등 계약 양식을 협의한 뒤, 수출국 현지에 등록된 작업장을 통해 수입하는 구조다.
이것은 미국과 중국이 우리 정부에 가공란을 수입해 달라고 의견을 개진했고, 현지 조사를 거쳐 수입을 허용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수출국에 대한 현지 조사가 대충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지 산란계 농장의 사육환경이나 가공 과정 등을 일일이 검사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중국의 닭 농장을 전부 다 조사하는 것은 인력이나 시간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샘플링 조사를 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수입된 계란이 신선란이 됐든 가공란이 됐든 품질은 수입업자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