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7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지난 2011년 이후 6년만에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했다.
반 전 총장은 방명록에 "따뜻한 가슴과 열정으로 '사람 사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헌신하신 노무현 대통령님께 무한한 경의를 표합니다"라며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미력이나마 진력하겠습니다. 노 대통령님, 대한민국의 발전을 굽어 살펴주소서"라고 썼다.
권 여사 예방 후 사저를 한 바퀴 둘러본 반 전 총장은 예정에 없던 기자 브리핑을 자처해 "경건하고 애통한 마음으로 고 노무현 대통령님 영전에 귀국인사를 올렸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때 변혁과 통합, 개혁과 통합 외치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며 "노무현 대통령께서 정치교체를 해야한다고 말씀하셨던것도 아직도 우리 가슴 깊이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이제 국민은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과 마찬가지로 공정한 사회, 변칙없는 사회, 사람이 사는 세상을 갈구하고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 영전에 경의를 표하면서 다시 한 번 제 자신에게 깊이 새겼다"고 말했다.
앞서 반 전 총장은 봉하마을을 방문하기 전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조문을 하지 않아 친노 진영으로부터 배신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데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적극 해명하기도 했다.
지난 2009년 5월 24일 스리랑카를 방문중이던 반 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곧바로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고 반 전 총장 측은 밝혔다. 뉴욕으로 돌아온 뒤 유엔 대표부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 빈소를 방문해 참배하고, 유족들에게 조전과 조화도 보냈다고 설명했다.
반 전 총장측은 또 지난 2008년 방한 당시 '봉하마을로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고 노 전 대통령에게 안부 전화하자 "제가 오히려 서울 가서 만나지 못해 미안하다"고 답했다는 노 전 대통령과의 마지막 전화 통화 내용도 공개했다.
노사모 회원 30여명은 17일 아침부터 봉하마을에서 반기문 총장의 방문을 기다리며 피케팅을 시작했다.
이들은 "밖에서는 할머니들 피눈물 상처에 소금 뿌린 반기문 규탄한다", "인권의식도 역사의식도 없는 반기문 대권도전 어림없다"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반 총장을 향해 "자격없다"를 외쳤다.
이들은 권양숙 여사를 만나고 나온 반 전 총장이 발언을 할 때도 야유와 함께, "지금와서 노무현 정신 웬말이냐", "부끄러운지 알아야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안부 피해할머니 지원단체들도 "역사의식없는 대통령은 필요없다", "위안부 할머니에게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자신을 노사모라고 밝힌 한 40대 남성은 "정치인이 신의가 있어야 하는데, 노무현 대통령에게 제대로 인사조차 하지 않다가, 대통령 출마한다며 이제서야 봉하마을에 오는 것은 제대로 된 대통령 후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