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턴부터 시그널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분석해요"

[코트의 숨은 조연] ③ 전력분석원

전력 분석 후 코칭스태프에게 전달할 리포트를 작성 중인 이대혁 KGC 전력분석원.
농구 코트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오롯이 코트 위를 누비는 선수들, 그리고 경기를 지휘하는 감독의 몫이다. 하지만 주연으로만 영화를 만들 수는 없다. 조연들도 필요하다. 선수단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니저를 비롯해 선수들의 몸을 관리해주는 트레이너, 상대를 면밀하게 파악해주는 전력분석원, 그리고 외국인 선수의 손발 역할을 하는 통역까지. 농구 코트의 숨은 조연들에게도 잠시나마 스포트라이트를 비춰보려 한다.[편집자주]

2007년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NBA 파이널에 올려놓은 마이크 브라운 감독과 마이애미 히트에서 르브론 제임스와 함께 정상에 올라선 에릭 스포엘스트라 감독, 그리고 인디애나 페이서스를 거쳐 현재 올랜도 매직을 지휘하는 프랭크 보겔 감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비디오 분석관 출신이다. 물론 NBA의 전력분석에는 비디오 분석관을 비롯해 더 다양한 분야가 존재하지만, 현재 한국 프로농구에서는 크게 전력분석원으로 불리는 직종으로 보면 된다.

그만큼 농구에서 전력분석이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일단 전력분석원은 대부분 선수 출신이 맡는다. 아무래도 상대 전술 등을 파악하는 데는 선수 출신이 유리하기 때문. 또 각 팀마다 1명에서 최대 3명까지 전력분석팀을 꾸린다. 전력분석원이라는 명칭 대신 스카우트라는 명칭을 쓰는 팀도 있다.

기본적으로 하는 일은 역시 맞붙을 상대에 대한 분석이다. 최근 경기를 통해 공격과 수비 성향, 그리고 패턴 등을 분석해 영상으로 편집해 선수단에 보여준다. 상대 패턴시 쓰는 시그널도 당연히 분석해야 한다. '이 시그널에 이 패턴이구나'라는 확신이 설 때까지 돌려본다.

SK 이현준 전력분석원은 "상대 전력, 패턴, 잘 되는 공격, 수비 등을 파악한다. 현장에 가서 시그널도 알아오고 이를 영상화해 선수들에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KGC 이대혁 전력분석원도 "기본적으로 전력분석원은 상대의 최근 경기를 분석한다. 공격과 수비 성향, 패턴 등을 리포트를 작성해 코칭스태프에 전달한다"면서 "또 영상을 편집한 것을 선수들이 보도록 한다. 그게 가장 원초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인 임무는 비슷하다. 하지만 각 팀마다 상황에 맞게 전력분석팀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 경기장마다 전력분석원을 보내는 팀도, 아니면 영상을 통해 분석하는 팀도 있다. SK 같은 경우는 경기 도중에도 영상을 편집해 하프타임에 보여주기도 한다.


이현준 전력분석원은 "다른 한 명은 다른 경기를 보고 온다. 나는 홈 경기 때 라커룸에서 실시간 작업을 해서 보여준다"고, 이대혁 전력분석원도 "팀마다 상황은 다르다. 우리 팀 같은 경우는 경기 당일에는 영상으로 분석을 한다"고 말했다.

이현준 SK 전력분석원의 은퇴식 모습. (사진=KBL 제공)
비시즌 때도 바쁘다.

바로 신인 드래프트를 위해 쉴 새 없이 대학리그를 관전한다. 전력분석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때이기도 하다. 비록 적이지만, 필요한 정보는 공유한다. 물론 감출 것은 감춘다. 연습경기를 영상으로 찍어 분석하는 일도 한다.

이현준 전력분석원은 "비시즌에는 스카우트 업무를 한다. 대학 경기를 보고 선수의 장단점을 파악한다. 예상 순위에 맞춰 프로에서 가능성이 있는 선수 위주로 경기를 본다. 다른 전력분석원들과도 원래 선후배 사이라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면서 "연습경기가 있으면 찍어서 안 된 점을 분석한다. 영상으로 보는 게 중요하다. 연습 현장에서 바로 보여줘 감독이 설명해주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고충도 많다. 일단 선수 출신인 만큼 컴퓨터 사용에 익숙치 못하다. 영상까지 편집하는 데 꽤 애를 먹기도 한다. 팀이 패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

이대혁 전력분석원은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했다. 처음에는 일하는데 오래 걸려 새벽까지 할 때도 있었다. 고장나지 않는 선에게 이것 저것 만져보면서 손에 익었다"고 말했고, 이현준 전력분석원은 "영상 편집은 익숙해졌는데 지금도 독수리 타법"이라고 웃었다.

계속해서 이현준 전력분석원은 "다 보여주는 것은 의미가 없다. 짧고 임팩트 있게 보여주는 게 목적이다. 30분 이상 넘어가면 집중이 안 돼 골라주는 게 힘들다"면서 "프로는 승패와 관련된 직업이라 지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전력분석원으로 보람을 느낄 때는 역시 분석한 내용이 그대로 경기에 나올 때. 그야말로 짜릿한 순간이다.

이현준 전력분석원은 "준비했던 작전이 통할 때, 상대 강점을 알고 들어가 득점을 줄일 때, 그래서 승리로 연결됐을 때다 가장 보람있다"고 말했고, 이대혁 전력분석원도 "리포트를 전달했는데 그 리포트에 있는 게 많이 나올 때 뿌듯하다"고 강조했다.

손자병법에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나온다. 프로농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제 아무리 전력이 강한 팀이라도 상대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경기에 임하면 이기기 쉽지 않다. 또 전력이 약한 팀이 강팀을 잡을 수 있는 힘도 전력분석에서 나온다. 전력분석원이 존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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