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1위'인 삼성전자의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로 '검은 거래' 의혹을 받는 다른 재벌 그룹들에 대한 수사도 불기피해졌다.
◇ 특검, 이재용 구속 확신…'촘촘히' 짜여진 공소장
16일 특검은 '박근혜-삼성 뇌물죄' 관련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혐의 입증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런 특검의 자신감은 촘촘히 짜여진 법리 구성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검은 제3자 뇌물죄든, 일반 뇌물죄든 다툼의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둘 다 공존하는 것으로 전략을 세워 유연성을 확보했다.
아울러 뇌물공여 혐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에 대비해 특검은 '횡령'이라는 안전장치를 만들어 두기도 했다.
특검 고위 관계자는 "뇌물 공여의 경우 거의 대부분 횡령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혐의 적용이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뇌물 액수가 50억원이 넘으면 특가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형량이 최소 5년 이상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이 지난 2015년 8월 최씨 소유의 코레스포츠에 컨설팅 명목으로 지원한 38억원과 장시호씨가 운영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줬던 16억2,800만원이 모두 회삿돈에서 나간 것이라면, 이 부회장의 횡령액은 54억2,800만원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경우 횡령만으로도 구속 사유는 충분하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 박근혜만 남겨 놓은 특검...진검승부 통할까
이 부회장 구속과 동시에 특검은 박 대통령을 향한 뇌물죄 수사의 추진 동력은 물론 대의 명분까지 얻게 된다.
법원의 구속 결정은 결국 이 부회장이 뇌물 공여 혐의를 어느 정도 인정했다는 것으로, 박 대통령의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사실상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을 뇌물 공여자로 영장을 청구했다면 그것은 최순실을 겨냥한 게 아니라 박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그만큼 대통령의 뇌물죄 입증에 자신이 있고 증거도 많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의 혐의 입증에 대한 특검의 자신감은 이날 오전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특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구속기소한 사실에서도 엿볼 수 있다.
문 전 장관의 공소사실과 관련 특검이 배포한 자료에는 "문 이사장이 복지부 장관 재직 시절인 2015년 6월말쯤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 고용복지비서관, 보건복지비서관 등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이 성사될 수 있게 잘 챙겨보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받았다"고 명시돼 있다.
특검은 이외에도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로부터 건네 받은 태블릿 PC 등 결정적 증거들을 토대로 박 대통령의 뇌물죄 입증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보고, 조만간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를 추진할 방침이다.
◇ 특검 수사선상…미르·K스포츠 출연 53개 대기업 '긴장'
특검이 삼성이 양 재단에 낸 거액의 출연금을 대가를 감안한 뇌물로 판단하면서, 출연금을 낸 53개 대기업 모두를 뇌물 공여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려놨기 때문이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미르·K스포츠 재단의 출연 부분에 직권남용과 강요 등 혐의만 적용해 '피해자'로 고려된 대기업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않았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와 관련해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기업들에 대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 출연금 규모 등을 고려해 조사할 방침"이라며 "다만, 조사는 특검의 범위 관련 부분만 한정한다는 대원칙 아래 입건 범위는 최소한으로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회장 연임), SK와 CJ(각각 그룹총수 사면), 롯데(면세점 인허가 획득), 부영(세무조사 무마) 등이 대가성 출연 의혹을 받고 있어 다음 조사 대상이 될 게 유력하다.
물론 특검의 의지나 조사 강도에 따라 수사대상 재벌의 폭이 크게 늘어날 공산도 적지 않다.
이 특검보는 "국가경제 등에 미치는 상황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욱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