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5도, 저수지 '죽으려는 자와 구하려는 자'

물 속에 들어가 자살 기도자 구한 완주 구이파출소 서순석, 정일채 경위

저수지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한 남자를 구한 정일채 경위(사진 왼쪽)와 서순석 경위. (사진=전북지방경찰청 제공)
지난 13일 밤 10시를 조금 넘긴 시각, 전북 완주군 구이저수지에서 한 남자가 자살을 기도하고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택시기사는 구이저수지 인근에서 내린 승객이 무작정 저수지로 들어가고 있다고 다급하게 신고했다.

완주경찰서 구이파출소 소속 서순석(57)·정일채(48) 경위는 곧장 현장으로 향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 저수지에는 가슴팍까지 물이 찬 남자의 모습이 가로등 불에 어스름히 드러났다.

영하 5도의 날씨, 저수지 쪽으로 50m쯤 들어간 남자를 따라 정 경위도 10m가량 들어갔다.


남자는 "가까이 오면 더 들어가겠다"고 소리쳤고, 정 경위는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남자를 달랬다.

남자는 혼잣말로 횡성수설 했다. 실랑이가 계속되다 느닷없이 "담배 한 대 피고 죽고 싶다. 라이터를 던져 달라"고 말했다. 기회였다. "던지면 물에 빠지니까 건네주겠다"고 정 경위는 대꾸했다.

라이터를 매개로 남자와 정 경위 사이의 거리는 좁혀졌다. 라이터를 건네려는 순간, 정 경위는 잽싸게 남자를 껴안아 물 밖으로 끌어냈다.

전주시에서 어머니와 함께 사는 A(48) 씨는 만취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 경위와 정 경위는 가족에게 연락해 A 씨를 집에 돌려보냈다.

정 경위는 "남자가 서 있던 곳에서 조금만 더 가면 물골을 만나 급격히 깊어지기 때문에 조마조마했다"며 "어떻게든 구하고 싶은 마음에 추운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조희현 전북경찰청장은 16일 구이파출소를 방문해 "급박한 상황임에도 빠른 판단과 슬기로운 대처로 소중한 생명을 지켜내 감사하고 자랑스럽다"며 서 경위와 정 경위를 격려하고 표창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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