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삼성 합병 잘챙겨라" 문형표에 지시

박근혜 대통령(왼쪽),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합병이 성사될 수 있도록 잘 챙겨보라"는 지시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문형표 전 장관에 대한 공소장에서 "2015년 6월 말경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과 고용복지 수석비서관 등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이 성사될 수 있도록 잘 챙겨보라는 대통령 지시를 전달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 전 장관은 대통령 지시를 받은 직후인 6월 하순 정부 세종청사에서 복지부 연금정책 국장으로부터 합병의 진행과정을 보고 받고 "국민연금공단에서 합병 찬성 의결을 해 합병을 시켜야 한다"는 취지로 지시를 했다.

이어 복지부 관계자들은 국민연금공단 기부운용본부장에게 "두 회사 합병에 대해 '투자위원회'에서 결정을 하고, 삼척동자도 다 알겠지만 복지부가 관여한 것으로 말하면 안된다'고 단도리를 했다.

하지만 합병 과정은 뜻밖에 암초에 걸렸다.

국민연금공단은 2015년 7월 6일 삼성 합병 찬성건은 투자위원회가 아닌 '전문위원회'에 부의를 해야 한다고 요구를 해왔다.


문 전 장관은 반발이 계속되자, "합병건은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며 "전문위원회 위원별로 상세 대응 보고서를 만들어 보고하라"고 다시 한번 지시했다.

전문위원별 보고에도 합병 찬성을 자신할 수 없었던 문 전 장관은 같은 달 8일 "합병 안건을 '전문위원회'에 부의하지 말고 기금운영본부내 '투자위원회'에서 찬성 의결을 하게 하라"고 또 지시한다.

복지부 간부들은 장관으로부터 재차 지시를 받고 "합병 찬성은 장관님 의중이다"라고 강조하고, 합병 안건을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하겠다는 답변을 들은 뒤 안종범 전 경제수석 등에게 합병관련 동향을 보고하도록 했다.

이에따라 연금공단은 합병 찬성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함에도 양사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 수치를 조작까지 했다.

결국 연금공단은 전문위원회 위원장이 "합병 안건은 반드시 전문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지만, 7월 10일 조작된 수치를 토대로 합병에 찬성한다는 의결을 확정지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한편 국민연금 공단은 합병 찬성에 대한 불공정성과 의도성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등으로부터 자문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자문사들은 "적정 합병 비율이 1(제일모직):0.95(삼성물산)이므로 1:0.35비율은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다고 의견을 제출했다.

또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물론 미국의 의결권 자문사들도 모두 합병 반대를 권고했다.

당시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추진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이재용 전 부회장 등 삼성그룹 대주주 일가는 제일모직의 주식 42.19%를 보유했지만, 삼성물산은 고작 1.41%만 보유했다.

이에반해 삼성물산은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주식 4.06%를 보유했고 제일모직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지 않았다.

이에따라 삼성그룹 대주주 일가는 제일모직 주식의 합병가액에 대한 삼성물산 주식 합병가액 비율이 낮게 산정될 수록, 합병 후 법인 주식 소유비율이 높아지고 동시에 대주주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도 강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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