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행위 대물림' 해병대, '초코바 180개 강제 취식'

가해 병사 "나도 피해자였다"…유사성행위 피해 진술

해병대에서 선임병이 이틀 동안 후임병에게 초코바 180개를 강제로 먹이는 등 가혹행위를 일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포항과 제주 지역의 해병부대에서 선임병이 후임병에게 강제로 음식을 먹게 하고, 성추행도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특히 '악기바리'(억지로 음식을 먹이는 행위)는 해병대 내에서 전통처럼 인식돼, 악기바리의 피해자가 선임병이 되면 다시 후임병에게 음식물을 억지로 먹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에 따르면, 포항 지역 해병부대 A(21) 씨는 후임병에게 "해병대에 왔으니 악기바리를 한 번 당해보는 것도 괜찮다"며 음식을 강제로 먹인 사실을 인정했다.

A 씨는 후임병에게 목표 체중을 정해놓은 뒤 수시로 취식을 강요했다. 양쪽 주머니에 초코바를 각각 7개와 9개를 넣고 한쪽을 선택하게 한 뒤 주머니에서 나온 초코바를 먹이는 방법 등으로 악기바리를 했다. 결국 피해 후임병의 체중은 75㎏에서 84㎏으로 늘어났다.

또 A 씨는 후임병의 성기를 만질 때마다 병기 번호를 외치도록 하고, 다른 선임병의 성기를 만지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하지만 A 씨는 인권위 조사에서 자신도 선임병들에게 비슷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털어놨다.


A 씨는 "(후임병 시절) 대통령 특식으로 나온 초코바를 이틀간 180개까지 먹었고, 전입 때 61㎏이었던 체중이 나중에는 81㎏까지 졌다"고 말했다. 또 이미 전역한 선임이 자신의 엉덩이에 성기를 대며 유사성행위를 했다고도 진술했다.

제주 지역 해병부대에서 복무하다 전역한 B(22) 씨도 여러 후임병에게 악기바리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B 씨는 파이를 햄버거 빵처럼 만들어 한 번에 10여개씩 취식을 강요했다. B 씨도 자신이 후임병 시절 비슷한 일을 선임병으로부터 당했다고 주장했다.

B 씨의 지휘관은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적극적인 대처에 미흡했다. B 씨 상관은 피해자로부터 관련 사실을 신고받고도 직속 상관에게 보고하지 않아 경고장을 받았다.

군 검찰은 A 씨를 약식기소하고 다른 가해자에 대해서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미 전역한 B 씨에 대해서는 사건을 경찰에 넘겼다.

인권위는 "피해 병사가 시간이 흐르면 가해 병사가 되는 대물림 현상이 확인됐고, 참고인들은 악습이 언제든 재발할 우려가 있다고 진술하고 있다"면서 "해병대 사령관에게 외부 전문기관의 참여 등을 통한 조직 진단이 필요하다고 권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임태훈 군인권센터소장은 "병사들 사이에서 '간부들은 우리의 적'이라는 인식이 퍼져있기 때문에 지휘관들이 직접적으로 '악기바리' 등의 병영 악습을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로 악습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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