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용한 립밤(lip balm)은 미국 출장자나 한국을 찾는 재미교포들이 선물로사올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반면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신었던 구두와 그의 딸 정유라씨가 입은 패딩은 '반짝 관심'에 그쳤다.
16일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검색어 트렌드 조회'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립밤 브랜드 '소프트립스'를 검색한 네티즌은 그가 국회 청문회에서 바르는 모습을 보인 작년 12월 6일 이전까지는 사실상 없었다.
이 립밤은 국내에 정식 출시되지 않은 제품이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1개당 1.99달러(약 2천339원)에 판매되며 국내 온라인쇼핑몰에서는 '해외 직구'상품으로 2개입 1세트가 약 5천원에 팔린다.
일반인에게는 '무명'의 립밤에 가깝던 소프트립스 립밤은 이번에 확실한 별칭을 얻었다. 국내 온라인쇼핑몰에서는 해당 제품을 '이재용 립밤', '부회장님 립밤', '삼성 립밤', '재벌 립밤', '청문회 립밤'등으로 홍보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남편 친구가 미국에서 왔는데 선물이라고 사왔네요"라며 이 제품 사진을 올렸다.
대체적인 상품평은 "얇아서 휴대하기 편하지만, 보습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재벌총수가 사용할 정도이니 믿을만한 제품이지 않겠느냐는 누리꾼들도 있었다.
이재용 립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해시태그(#)로도 등장했다. 해시태그는 SNS에서 게시물을 쉽게 분류·검색할 수 있도록 사용자들이 임의로 설정하는 '주제어'다.
인스타그램에는 이재용 립밤을 해시태그로 단 게시물이 420여개로 일부 누리꾼들은 오른손으로 입을 가리고 왼손으로 립밤을 바르는 청문회 때 이 부회장의 모습을 따라 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최순실씨가 작년 10월 검찰에 출석할 때 신었다가 벗겨진 70만원대 프라다 구두와 정유라씨가 이달 덴마크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될 때 입었던 것으로 알려졌던 노비스 패딩도 일시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긴 했지만 '최순실 구두'와 '정유라 패딩'으로 까지 명명되지는 않았다.
네이버 검색어 트렌드 조회를 보면 2007년 이후 프라다가 가장 많이 검색된 날은 최씨가 검찰에 소환된 작년 10월 31일이었고 노비스는 정씨가 덴마크 경찰에 붙잡힌 이달 2일이었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 프라다 구두나 노비스 패딩에 최씨나 정씨의 이름을 붙여 홍보하는 사례를 찾기는 어렵다.
프라다나 노비스 자체가 이미 잘 알려진 유명 브랜드인 데다가 최씨 구두는 현재 판매되는 제품이 아니고 정씨의 패딩은 노비스 측이 자신들의 제품이 아니라고 밝혔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스타그램에서 정유라 패딩을 해시태그로 단 게시글도 50개도 안 됐다.
'정유라'라는 해시태그로 검색한 게시글이 7천개 가까이 된다는 점에 견주면 누리꾼들이 정씨의 패딩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오히려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것은 '블레임 룩(blame look)'이라는 단어였다. 블레임 룩이라는 단어 역시 2007년 이후 10년간 거의 검색되지 않다가 이달 초부터 폭발적으로 검색됐다.
블레임 룩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인물의 패션 등이 관심을 받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최순실 구두'처럼 본질이 아닌 부분이 더 눈길을 받는 현상을 꼬집는 데 많이 사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