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에 대한 엇갈린 평가 속에서도 당은 예측불가한 대선판을 앞두고 큰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박 대표를 선택했다. 그러나 당 안팎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 본인이 자처한 '킹메이커'로서의 역할을 완수하기에는 넘어야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 뚜껑 열어보니 뜨끔, 박지원 대표 2위 문병호와 '박빙' 승부
15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박지원 대표는 전체 100% 득표율 중 30.79%의 득표를 얻어 25.46%를 득표한 문병호 전 의원을 꺾었다.
'박지원 독주'로 예상됐던 선거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표차는 크지 않았다.
박 대표는 전체 20%가 반영되는 여론조사에서는 문 전 의원에 약간 뒤쳐졌지만 80%가 반영된 ARS 당원투표와 대표당원 현장투표에서 앞서면서 당선을 확정지었다.
표는 비교적 고르게 분포됐다. 3위는 김영환 후보(19.72%), 4위는 황주홍 후보(13.48%), 5위는 손금주 후보(10.55%) 순으로 득표했다.
나름 박빙이었던 선거 결과는 그만큼 당내에 박 대표 체제에 대한 우려가 강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2위 문병호 후보와 3위 김영환 후보는 "당의 간판을 바꿔야 한다"며 자강론을 내세어 박지원 대표를 집중 견제했던 후보들이다.
▷ ① 당 노선 갈등, ② 지지율 하락, ③ 리더십 문제 등 당내 과제 '산적'
당심이 반영된 선거결과와 당 안팎의 상황을 보면 박 신임 대표는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 원내대표 선거 이후 촉발된 안철수 전 대표와 호남 중진 의원들간 당 노선에 대한 갈등은 일단 당의 힘을 키우자는 '자강론'으로 봉합됐지만 여전히 잠재돼 있다.
박 대표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비박세력과의 연대설이 돌면서 당의 중심축이 흔들리고 지지율이 오히려 빠진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중심을 잡아야 하는 임무가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박 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자강론'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자강론이 있어야 연대론이 성립된다"며 "우리당을 튼튼히 하고 당 후보를 키우기 위해 당의 문을 개방해서 정체성을 인정하는 사람은 들어와 경선을 해서 대선에 임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반 전 총장과의 '뉴DJP연합' 구상에 대해서는 "(그쪽에서 제안했을 뿐) 제가 먼저 연대론을 말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둘째로 하락세인 당과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도 급선무이다.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이어 2위로 27%의 정당 지지율을 받고, 호남을 싹쓸이하면서 38석을 확보해 양당 체제를 깨뜨리며 바람을 일으켰지만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사건과 탄핵 국면의 혼선 등을 거치며 지지율이 하락한 상황.
호남당 이미지를 극복하고 수도권 중심의 전국 정당으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것은 대선으로 나가기 위한 필수 과제이다.
박 대표는 "호남만 가지고도 정권교체 할 수 없고, 호남을 빼고도 정권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지지 기반 홈베이스를 튼튼히 하면서 외연을 확대하는데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구상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 특유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단점을 보완하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평가된다.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탄핵 국면 등을 거치며 현란한 정치력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당을 빠르게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원맨쇼", "당과 안철수가 안보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킹메이커를 자청하는 만큼 자신의 정치력을 전면에 내세우기 보다 물밑에서 조율하며 당내 후보들을 키울 수 있는 포용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초선 의원은 "여러 우려 속에서도 당이 결국 박지원을 선택한 것은 판을 흔들 수 있는 큰 정치력을 기대한 것 아니겠느냐"며 "대선 국면에 돌입한 만큼 당과 후보들을 부각시키고 당내 갈등을 보다 현명하게 조정하는 큰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