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격동기를 온 몸으로 맞으며 한국사회의 큰 버팀목이 되어줬던 우리시대 참 스승, 故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되는 15일, 성공회대학교 성미가엘성당에서 1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과 심상정 정의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등 야권 대권주자들이 참석해 고인과의 개인적 인연을 회고하고 그 유지를 받들어 세상을 바꿔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들은 모두 고인의 ‘더불어’ 정신을 잇겠다고 강조했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 많은 촛불들과 ‘더불어’ 세상을 바꾸겠다.”
신영복 교수의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으면서 고인과의 인연이 시작됐다고 말한 문재인 고문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자신에게 줬던 신영복 교수의 글의 내용을 전하며 고인이 강조하셨던 ‘더불어’의 뜻을 잇겠노라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할 때 주셨던 글은 待人春風 持己秋霜(대인춘풍 지기추상)이었습니다. ‘남에게는 봄 바람처럼 관대하게,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하라’는 의미였지요. 참 적절한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대선에서 패배했을 당시 주변인들은 모두 시쳇말로 ‘멘붕’에 빠졌지만 그 어르신은 오히려 웃으시며 ‘한국 같은 압도적 보수 사회에서 그 정도면 이긴 것과 다름없다. 그렇게 나가면 다음번엔 꼭 이길 거야.’라고 격려해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초심을 잃지 말라는 뜻으로 ‘처음처럼’ 글씨를 표구까지 해 주셨습니다.”
문재인 고문은 “'더불어 민주당‘의 ’더불어‘는 신영복 선생님의 ’더불어 숲‘에서 나온 것"이라며, "촛불 하나하나는 가냘프지만 많이 모이게 되니 세상을 바꾸는 큰 힘이 되는 것처럼 선생님의 뜻대로 많은 촛불들과 더불어 정권 교체하고 세상을 바꾸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 고문은 이어 “내년 2주기 추도식 때는 ’선생님이 강조하신 더불어 숲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라고 자랑스럽게 말씀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덧붙였다.
◈ 심상정 정의당 대표, “2017년에는 ‘더불어 숲’이 되는 세상 만들겠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고인과의 인연을 회고하며 추모사를 전했다. 심 대표는 “힘들 때 선생님을 찾아봬 따뜻한 눈길을 마주하면 모든 것이 제 잘못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고, 그 고요하고 엄숙한 격려는 저에게 큰 용기를 줬다”고 회고했다.
“어제도 광화문에 많은 이들이 모였고, 그 길을 걸으며 선생님의 말씀을 기억했습니다. 선생님은 ‘한 겨울 옥살이가 한 여름 옥살이보다 더 견디기 낫다’고 하셨습니다. 한 여름 옥살이는 옆 사람의 체온을 증오하게 되지만, 한 겨울 옥살이는 옆 사람의 체온을 난로처럼 느끼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죠. ‘증오’와 ‘연대’, 이 단어 속에서 우리가 취해야할 새로운 대한민국의 가치를 읽습니다. 불의한 정권에 지친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들고 있습니다. 실천적 연대가 소중한 지금 2017년에는 ‘더불어 숲’이 되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 안희정 충남지사, "'더불어 숲' 정신을 정치의 영역에서 만들겠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정치의 스승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고, 사상의 스승은 신영복 선생님”이었다며, ‘대세를 따르지 말고 변방을 향해 나가라’고 하셨던 가르침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이어 “선생님의 ‘더불어 숲 정신으로 새로운 세상 만들자’는 정신을 정치의 영역에서 만들어보겠다”고 강조했다.
◈ “주여, 별세한 신영복 교수의 영혼이 하느님의 은총으로 평안히 쉬게 하소서”
추모식에 앞서 열린 추도식은 성공회 예배의식으로 진행됐다. ‘부활송가’와 시편23편 낭독, ‘성모마리아 송가’, ‘사도신경’과 ‘주의기도’에 이어 ‘별세자를 위한 기도’를 드림으로 ‘신영복 교수의 안식’을 기원했다.
한편, 추모기간 다양한 행사도 이어진다. 오는 19일(목)까지 인사동 동산방화랑에서는 신영복 교수의 서화전시회 ‘만남’이 열리고, 같은 날 저녁 8시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는 추모공연 ‘만남’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