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호 태풍 차바가 울산을 강타했던 지난해 10월 5일 오전 한 때, 시간당 100㎜ 이상의 비가 내리면서 태화강 물이 급격히 불어났다.
이날 오전 11시를 기점으로 태화강 수위가 올라가 주택가까지 범람하면서 중구 학산동과 학성동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주민들은 중구청이 태화강과 주택가 사이를 차단하는 옥성육갑문(나들문)을 제 때 닫지 않아 강물이 쏟아졌다고 주장했다.
육갑문은 평상시 주민들이 태화강 둔치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통로 역할을 하지만 홍수시에는 철제문을 닫아 강물 유입을 방지한다.
많은 비를 동반한 태풍이 이미 예고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구청의 늑장대응으로 육갑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피해가 났다는 거다.
문제는 중구청이 태화강 수위 자료를 엉터리로 적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피해 주민들의 주장대로 지자체의 늑장대응이 기정 사실화 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 홍수통제소는 전국 주요 강의 수위표 수위(m)와 해발수위(EL.m) 유량(㎥/s) 정보를 매일 10분 주기로 제공한다.
중구청은 낙동강 홍수통제소가 제공하는 정보 중 해발수위를 참고하면서 평상시 수위 변화를 살피고 육갑문 개폐여부를 결정했다.
해발수위는 해발고도 수위를 뜻하며, 우리나라는 인천 앞바다의 평균 해수면을 기준으로 측정한다.
중구청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평소 해발수위 자료를 참고해 홍수 등 자연재난을 대비한다"며 "차바 당시 재난상황실과 연락을 주고 받을 때도 해발수위로 태화강 수위 변화에 대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바가 상륙한 지난해 10월 5일, 중구청은 오전 11시 37분에 옥성육갑문을 닫았는데 결코, 늦은 시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오전 11시 30분 태화강의 해발수위가 2.21 ELm, 11시 40분은 2.65 ELm로, 육갑문을 닫아야 할 수위기준를 지켰다고 중구청은 설명했다.
하지만 육갑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침수피해가 발생했고 그 원인으로 중구청이 해발수위로 대비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태화교 관측소의 수위표를 기준으로 한 강 수위(m)가 해발수위(EL.m) 보다 높은데 해발수위로 홍수를 대비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 오전 11시 30분 태화강의 수위는 3.29 m, 11시 40분은 3.73 m로, 육갑문을 닫야 할 수위기준 2.3 m를 훨씬 넘어선다.
결국, 중구청이 육갑문을 닫기 시작했다는 11시 37분은 태화강 둔치가 이미 침수됐고 문을 닫아야 할 수위 기준도 넘긴 시각이라는 것.
특히 차바 때 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해발수위 자료를 적용했다는 중구청의 말에서 과연 시민의 안전을 믿고 맡길 수 있을지 의구심마저 든다.
울산지역에 비가 많이 내리든 그렇지 않든, 해수면이 가장 높다는 만조 때에도 태화강은 수위표 수위가 해발수위 보다 높다.
최근 5년 사이 태풍 차바 때를 제외하고 하루 동안 가장 많은 강우량을 기록한 지난 2014년 8월 18일도 마찬가지다.
이날 태화강 수위가 가장 높았던 오후 4시 10분 수위표 기준은 2.97m, 해발 기준은 1.89m 로 역시, 수위표 수위가 높았다.
1시간당 강우량 54.5㎜를 기록했던 2012년 9월 8일 낮 12시 10분 수위표 수위는 1.55m, 해발수위는 0.47m 였다.
낙동강 홍수통제소가 홍수주의보를 발령한 2012년 9월 17일 오후 1시 40분 수위표 수위는 4.20 m로 해발수위 3.12m 보다 높았다.
다수의 자연재난 전문가들은 "해수면 등 지형의 특성상 수치가 높게 나올 수 밖에 없는 수위표 수위를 무시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해발수위를 갖고 홍수를 대비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태풍 차바 특별조사위 천병태 중구의원은 "차바 당시 육갑문을 제 때 닫았다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중구청이 해발수위를 갖고 억지로 수치를 끼워 맞추려니 자기 모순에 빠진 거 아니겠냐"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