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새누리당 윤영석 의원의 질의에 "양국 간 취약한 신뢰관계를 더욱 강화시키기 위해 (위안부 합의를) 했는데 결국 양국이 더 신뢰를 두텁게 하는 쪽으로 가야할 상황에서 자신의 외교공관 앞에 소녀상 설치 등으로 상당히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 아시는 것처럼 국제사회에서 영사관 앞에 시설물이나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 국제관계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의 질의에도 "소녀상 설치를 반대한다기보다는 (피해자를) 기릴 수 있는 방법이 많으니 '국제사회에 납득될 방법'으로, 오해를 사지 않는 방향으로 하는 게 더 좋겠다는 뜻"이라고 답변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그동안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며 들어왔던 논리와 같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부산 총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되자 외교관계에 대한 비엔나 협약과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에 반하는 것이라며 철거를 계속 요구해왔다.
비엔나협약 제22조에는 '어떠한 손해에 대해서도 공관지역을 보호하며, 공관의 안녕을 교란시키거나 품위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책무를 갖는다'라고 규정돼 있다.
일본은 소녀상을 '공관의 안녕을 교란하거나 품위를 손상하는 것'으로 보고 우리 정부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책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윤 장관의 이날 외통위에서의 발언은 일본의 이같은 논리에 공식적으로 힘을 더하는 것으로도 비춰질 수 있다.
일본이 윤 장관의 발언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의 경우 윤 장관이 공식적인 자리인 우리 국회에 나와 이야기한 것을 두고 '너희 나라도 소녀상 철거가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라고 따지고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우선 시민단체와 일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소녀상 문제가 전쟁범죄와 관련한 인도적 문제인데다가 공관에 어떠한 위해도 끼치지 않는다는 점을 들며 비엔나 협약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한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 돈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하는 등 우리 국민 감정을 건드리는 일본 측의 외교적 결례가 이어진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우리 외교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국내 소녀상 철거 반대 여론에 기름을 부을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윤 장관의 발언은 그간 강조해왔던 '건강한 한·일 관계'를 회복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외교부는 앞서 소녀상 문제가 불거진 뒤 일본 측의 '작심한 듯한' 여러가지 압박조치가 이어졌음에도 공식적으로 유감 표명 정도에만 그치며 한·일 관계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는 '저자세 외교'를 펼쳐 비판을 받고있다.
국내 여론을 스스로 자극하면서 일본에 대해서는 할 말도 못하는 '굴종외교' 논란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윤 장관의 이같은 태도를 미뤄볼 때 한일 위안부 합의에 '이면합의'가 존재했던 것 아니냐는 불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장관이 우리나라가 할 주장을 하지 않고 일본이 할 주장만 하고 있다. 어느 나라 장관인지 알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이면에서) 접근이 없었다면 윤 장관이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있겠나. 이는 소녀상 철거를 위한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는 수순을 밟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현안보고에서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은 "(이면합의가 없는데) 일본이 왜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긁으면서까지 이같이 요구하나"라고 묻자, 윤 장관은 "이면합의는 없었다. 문안에 있는 그대로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