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특혜' 김경숙, 14시간 조사후 귀가…"혐의 부인"

'정유라 이화여대 특혜' 김경숙 이화여대 전 체육과학대학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12일 오전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이한형기자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학사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이 12일 박영수 특검팀의 조사를 받고 일단 귀가했다.

김 전 학장은 이날 오후 11시 35분쯤 약 14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김 전 학장은 취재진의 여러 질문에 대부분 대답을 하지 않다가 '정유라씨의 입학 특혜를 지시했는가'에 대해서는 "아니요"라며 부인했다. '위증한 적이 없는가'라는 질문에도 "없습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전 학장은 이날 오전 9시 50분쯤 강남구 대치동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장모랑은 모르는 사이인가'에 이어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은 이미 가까운 사이로 소개했다고 하던데 맞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정유라씨 보다 이대 입학을 더 쉽게 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김 전 학장은 "특검에 가서 얘기하겠다"고만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이날 김 전 학장은 안경을 쓰지 않은 채 화장기 없는 창백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머리를 가리려는 듯 검은색 털모자를 착용하기도 했다.

김 전 학장은 지난 9일 국회 국조특위 불출석 사유서를 통해 "2016년 6월 20일에 유방암 2기를 진단받아 절제 수술을 받았으며, 항암치료 중 극심한 고통과 통증을 수반하는 항암 화학요법 부작용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학장은 정씨가 2014년 9∼10월 부정한 방법으로 이대 체육특기자 전형을 통과하고 이듬해 수업 출석과 과제 제출을 부실하게 하고도 학점을 따는 등 각종 특혜를 누리는 데 깊숙이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팀이 김 전 학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면서, 의혹을 입증할 상당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팀은 정씨에게 학점 특혜를 준 혐의로 2일 구속한 류철균(필명 이인화) 이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로부터 김 전 학장이 정씨에게 학점 특혜를 주라고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

류 교수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그의 변호인은 김 전 학장이 작년 4월 류 교수에게 3차례나 요청해 최씨 모녀와의 만남을 주선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변호인은 김 전 학장이 최씨와 매우 가까운 사이라며 "김 전 학장이 (비리를) 주도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학장은 2014년 9∼10월 정씨의 이대 부정입학 의혹에도 관여한 정황이 있다.

남궁 전 입학처장이 체육특기자 전형 면접위원들에게 '수험생 중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있으니 뽑으라'고 지시하고 정씨가 면접장에 금메달을 들고 나오도록 한 배후에 김 전 학장이 있다는 의혹이다.

남궁 전 처장은 지난해 12월 15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정씨의 지원 사실을 김경숙 학장에게 들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특검팀은 이대 학사비리를 주도한 인물이 김 전 학장이며 최경희 전 총장은 이를 승인하고 류 교수와 남궁 전 학장 등은 집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김 전 학장의 죄질이 상당히 나쁘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특검은 남궁 전 처장에 이어 김 전 학장을 사법처리한 다음, 최 전 총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최 전 총장도 최씨를 두 번 만났을 뿐이라는 청문회 증언과는 달리 수십 차례나 통화한 정황이 포착된 상태다.

정유라씨에게 온갖 특혜를 준 이대가 교육부의 재정지원 사업을 다수 따내는 등 반대급부를 누린 정황이 있는 만큼, 특검팀의 칼끝이 이대를 넘어 교육부와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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