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박지수가 불러 일으킨 '신인 열풍'
지난해 11월14일 부천 KEB하나은행과 구리 KDB생명의 경기에서 여자농구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장면이 나왔다. 신장 171cm의 작은 선수가 유로 스텝에 이은 더블클러치 레이업을 성공시킨 것이다. 여자프로농구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고급 기술이었다.
'지염둥이'로 불리는 하나은행의 신예 김지영은 이처럼 강렬하게 자신의 이름을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김지영은 2015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3순위, 전체 9순위로 하나은행에 입단했다. 시작은 미약했다. 데뷔 시즌에 4경기, 총 1분40초 출전이 전부였다.
그러나 김이슬, 신지현 등 주전 가드들의 부상으로 기회를 잡았다. 놓치지 않았다. 김지영은 공격적인 플레이와 화려한 기술을 바탕으로 여자프로농구 코트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여자프로농구에서는 유망주가 주전급 선수로 도약하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리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지염둥이'의 돌풍은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김지영은 단숨에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올스타전 팬 투표에서 핑크스타(아산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구리 KDB생명) 국내선수 부문 6위를 차지했다. 올스타전 자동 출전이 가능한 5위와는 한끗 차이였다. 신인 선수가 올스타 팬투표에서 이처럼 이름을 날린 경우는 흔치 않다. 결국 김지영은 감독 추천 선수 자격으로 올스타 출전 영예를 안았다.
김지영의 화려한 등장과 더불어 KEB하나은행의 돌풍은 여자프로농구 시즌 초중반 뜨거운 이슈였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시즌 첼시 리 파문의 여파로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등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최하위 후보로 거론되는 팀이었다. 개막 후 5연패 늪에 빠졌다. 전망은 어두워보였다.
그러나 이환우 감독대행의 온화한 리더십과 짜임새있는 훈련은 결국 빛을 발했다. KEB하나은행은 5연패 이후 11경기에서 무려 9승을 챙기며 단숨에 중상위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기간 당한 2패는 모두 우리은행에게 당한 패배였다.
강이슬이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팀을 이끌고 있고 염윤아, 백지은, 서수빈 등 국내선수와 외국인선수들의 조직력도 안정감이 있었다. 전반기 막판 6경기에서 5패를 당해 10승12패, 3위로 전반기를 마쳤지만 KEB하나은행이 올스타전 휴식기 이전까지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한 위치에 올라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없었다.
시즌 중반 부상에서 복귀한 '에이스' 김정은의 컨디션이 살아난다면 팀은 더 강해질 것이다. 언제든지 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저력을 보여준 전반기였다.
반면, 안덕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청주 KB스타즈는 6승15패로 전반기 최하위에 머물렀다. 팬들의 실망이 컸지만 '국가대표 센터' 박지수가 12월 중순 부상을 털어내고 여자프로농구 무대에 등장해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박지수는 지금까지 8경기에 출전, 평균 25분동안 뛰어 7.3점, 8.9리바운드, 2.5블록슛을 기록했다.
이제 만 19세가 됐다. 또 부상에서 회복되자마자 데뷔해 충분히 팀 훈련을 하지 못한 상태였음을 감안하면 결코 나쁘지 않은 활약상이었다. KB스타즈의 공격이 정교하지 못해 신장이 192cm인 박지수의 높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었다.
타 구단 감독들은 "당장은 아니지만 훗날 여자프로농구의 판도를 좌지우지할 선수"고 입을 모은다. 박지수는 김지영과 마찬가지로 감독 추천 선수 자격으로 오는 15일 용인에서 열리는 올스타전 출전의 영광을 안았다.
한편, KB스타즈는 간판 가드 홍아란의 임의탈퇴로 중요한 전력의 한 축을 잃었다. 부상 재활 중이던 홍아란은 "심신이 지쳤다"는 이유로 농구공을 내려놓았다. 미녀 스타로 주목받았고 국가대표 가드로 활약했던 홍아란의 전력 이탈은 KB스타즈에게 큰 손실이 됐고 더 나아가 선수들의 계속된 임의탈퇴는 여자프로농구 흥행에도 악재로 작용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