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 대통령 중 가장 비중있게 등장하는 인물은 바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검찰 개혁을 내걸었던 대선 후보 시절부터 취임,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탄핵 반대 촛불집회, 검찰 소환 장면 등 영화는 그의 삶 굵직한 부분들을 훑고 지나간다. 갑작스런 죽음에 시민들이 슬퍼하는 '서거' 장면도 짧지 않게 들어갔다.
12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더 킹'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한재림 감독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장면은 이 영화를 처음에 감정적으로 시작하게 된 장면이었다.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이기도 했고"라고 밝혔다.
한 감독은 "어떤 사람의 가치와 철학이 경제적인 부분이나 욕망에 의해 좀 사소하게 보일 때가 있다. 저한테 그런 비극이 보였고,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굉장히 마음 아픈 트라우마 같은 것이었다"면서 "욕망과 권력의 끝으로 점점 다가가다 보는 (타인의) 비극이 태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넣었다"고 설명했다.
한 감독은 "한 사람, 한 사람씩 대통령들이 바뀌어가면서 (주인공들이) 권력의 정점으로, 우리가 얘기하고자 하는 클라이막스로 가는 동안 굉장히 필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며 "(노 전 대통령 탄핵은) 실제로 있던 내용이기도 하고, 태수가 위기에 빠지는 지점과 같이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한 "제 나이 또래 사람들이 이 정도(노태우~이명박)의 현대사를 거칠게 보면서 살아왔는데, 한국사회는 이렇게 권력 가진 사람들이 정말로 살기 편한 사회가 아닌가 하는 답답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입장에서 부조리함을 그려 '분노'하게끔 하는 영화 말고, 권력자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면 그들의시스템을 알게 되고 우리가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 냉정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부연했다.
'더 킹'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폼나게 살고 싶었던 검사 박태수(조인성 분)가 선배검사 양동철(배성우 분)의 도움으로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 분) 라인을 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자신의 뒤를 봐 주는 고향 친구이자 조폭인 최두일(류준열 분)과의 '우정'도 이야기의 큰 줄기다.
'연애의 목적', '우아한 세계', '관상' 등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작품이다. 오는 1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