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인천지역 화장품 공동 브랜드 '어울'(Oull)을 만든 인천시도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12일 오전에 찾은 중구 차이나타운에 자리 잡은 '휴띠끄'. '어울'을 주로 판매하는 이 매장은 중국 한족 출신 여성판매원 5명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손님들이 없이 썰렁했다.
한족인 허리리(여·39세) 카운터장은 "예전에 비해 매장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줄었다. 차이나타운 인근에 중국 관광객들을 태운 관광버스들이 하루 평균 10대 가량 줄을 서서 있었는데 요즘은 안보인다"고 밝혔다.
지난해 여름 성수기 주말에는 하루 평균 100~150명 가량의 손님이 찾았고, 이 중 20% 가량이 중국 관광객들이었다.
관광버스가 자취를 감춘 것은 지난해 추석 이후로, 공교롭게도 한미 양국이 지난해 7월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공식 발표하고 난 지 2개월여만의 일이었다.
인천시는 지난 2014년 10월 중국 관광객들과 중국 시장을 겨냥해 관내 10개(현재는 16개) 화장품 제조사들과 공동브랜드 ‘어울’을 개발해 48개 품목, 72개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 "중국 수출도 고전…비관세 장벽에 사드 여파까지 겹쳐"
중국은 한미 양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를 공식 발표한 이후 경제·문화부문에 대한 각종 보복조치를 취하며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어울'도 사드 후유증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 출시 첫해인 2014년 7억2000만원이었던 어울 매출액은 2015년 26억6000만원, 그리고 지난해 50억원을 돌파했다.
2015년까지만 해도 '어울' 전체 매출액 중 중국 수출 비중이 80% 이상이었지만 지난해에는 40%에도 못미쳤다. 1년 새 전체 매출은 2배 가까이 늘었지만 중국 수출은 20억원 가량으로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어울' 유통대행사인 진흥통상 B&H 김창수 대표는 "예년 같으면 중국 춘절(春節)이 임박한 이맘때가 선물로 많이 쓰이는 화장품 수요가 많을 때인데, 요즘은 중국 현지 판매상들의 구매량이 많이 줄었다"며 "우리가 연락해도 지난해에 제품 1천개를 가져갔던 곳이 지금은 '200개, 300개만 보내라'라며 적극적인 구매를 안한다"고 밝혔다.
자국의 뷰티산업을 보호·육성하려는 이른바 '뷰티 굴기(屈起)'에 사드 배치에 대한 불만까지 더해져 중국이 국산 화장품에 대해 매우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특히 지난해 10월부터는 서류를 보완해 오라는 등 이것저것 핑계거리를 만들어 통관을 지연시킨다든가, 위생허가가 난 제품에 대해서도 '계측검사'를 이유로 다시 수입을 불허시킨다든가 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지난 2015년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어울' 24개 제품에 대한 위생허가 취득을 위한 서류를 CFDA(중국 식약품감독관리총국)에 접수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위생허가가 난 제품은 11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13개 제품과 지난해 12월 신규로 신청한 25개 제품을 포함해 38개 제품이 위생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데, 인천시는 '제때에 허가가 안나는 것 아니냐'며 적잖이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온라인 쇼핑몰 판매 제품도 오는 4월부터는 위생허가가 없으면 판매할 수 없다.
◇ 앞으로가 더 문제…인천시, '올해 매출 목표 정하긴 했지만…'
'뷰티산업'을 8대 전략산업으로 선정한 인천시는 올해 관내 화장품 산업 육성을 위해 1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또 올해 어울 순매출 규모를 60억원으로 잡긴 했지만 중국의 공세가 날로 심해지면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인천시 신성장산업과 관계자는 "중국의 자국 화장품 산업 보호 정책에 사드 후폭풍까지 겹쳐, 올해 어울 매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수출시장 다변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해 11월 태국과 알제리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향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는 물론 장기적으로 유럽과 미국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올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는 노력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