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 韓 액션물 클리셰 종합선물세트

[노컷 리뷰] 섞이지 못한 현빈×유해진 '케미'…전형성 탈피하기에는 역부족

영화 '공조'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남한과 북한 주인공들이 영화 속에서 만날 때는 으레 그렇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사회문화적, 정치적 이질감에 갈등을 겪는다. 그러다가 문득 어떤 계기로 뜨거운 동포애를 느끼게 되고 그것이 훈훈한 결말로 이어지는 식이다.

남한과 북한 형사의 동상이몽 '공조 수사'를 그린 영화 '공조'는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영화다. 인간적인 생계형 형사 강진태(유해진 분)와 북한 특수부대 출신 형사 림철령(현빈 분)은 북한의 중요한 국가 기밀 사안을 가지고 달아난 범인을 잡기 위해 만난다.

말이 '공조'일 뿐, 이들의 목적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진태는 철령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정보를 캐려고 하고, 철령은 북한에서 못다한 복수를 이루려 기회를 노린다. 그러나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두 사람은 이념과 문화적 차이가 쌓은 견고한 벽을 허물게 되고, 인간 대 인간으로 관계를 맺는다.

서로 두터웠던 의심이 사라져가는 과정은 다소 허술한 몇 씬들의 병렬적인 나열로 끝난다. 캐릭터 사이 치밀한 감정이 쌓였다고 보기 부족한 상황에서 그저 전개 시점에 맞게 갈등이 풀려 버리는 느낌이다.

절제된 연기와 함께 고난이도의 액션을 펼쳐 내는 현빈의 노력은 박수를 보낼만 하지만, 남한 형사 진태 캐릭터는 유해진 특유의 인간적인 색깔을 입혀도 그 매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영화 내내 '무능력자'에 가깝게 나오는 진태는 좀처럼 철령과 악역 차기성(김주혁 분) 사이에서 뚜렷한 색을 드러내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


철령의 액션과 진태의 코미디가 좀처럼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해 두 사람의 '케미' 또한 반감될 수밖에 없다. 철영과 진태보다는 서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점철된 철령과 기성 사이가 더 끈끈하게 느껴질 정도다.

영화 '공조'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그 와중에 김주혁의 변신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물론 불사조같은 캐릭터의 생명력은 다소 의문을 자아내지만 극에 압도적인 긴장감을 부여하며 악역으로서의 몫을 다한다.

이런 영화에서 흔히 그렇듯이 여성 캐릭터들은 특별한 역할보다는 누군가의 아내나 처제 그리고 딸로 활약한다. 극의 사건이나 주인공을 위한 도구적인 쓰임에 그치고 마는 것이다. 이들은 진태를 속 깊은 가장으로 만들기 위해, 철령을 복수심에 들끓는 고독한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 존재할 뿐이다.

영화의 절정은 진태가 가족을 놓고 과거 철령과 똑같은 상황에 놓이는 순간이다. 복귀한 철령은 진태의 연락을 받고 그와 그의 가족을 구하러 나선다. 차기성과 아무런 접점도 없는 진태의 가족이 왜 갑자기 납치됐는지 영화는 설명하지 않는다. 잔악한 차기성이라면 그런 순간이 올 수도 있다는 대전제가 이미 깔려 있는 모양새다.

결정적으로 이 납치 사건은 '공조' 전반을 구성하는 한국 범죄 액션 영화의 전형성까지 절정에 이르게 한다. 급박한 위기 상황을 위해 조성된 이 같은 사건이 오히려 긴장감을 떨어 뜨릴 뿐만 아니라, 영화를 식상하게 만들어 버린다.

말하자면 '공조'는 한국 범죄 액션 영화에서 볼법한 모든 요소를 갖춘 영화다. 그래서 더 특징없이 평범한, 또 하나의 액션 영화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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