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은 왜 좌장급 이재용을 마지막에 부를까?

불법의 연대로 엮인 최순실게이트, 공범자가 많을 수록 약한고리도 많아

- 공범이 많은 범죄일수록 더 쉽게 발생하는 '죄수의 딜레마'
- 대가성이 아니라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는 삼성
돈이 아니라 인허가같은 간접이득에 주목하는 특검
- 술술 불다가 갑자기 입닫은 정호성, 업무수첩 부정하는 안종범.
밀실에서의 검찰수사가 끝나자 2막 공개재판을 대비하는 것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9:05~19:50)
■ 방송일 : 2017년 01월 11일 (수) 오후 19:05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조우성 변호사(기업분쟁연구소 대표변호사)

◇ 정관용> 최순실 씨의 두 번째 태블릿PC. 이게 알고 보니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자진해서 변호사를 통해서 특검에 제출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대체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 참 많은 분들이 궁금해합니다. 여기에 소위 죄수의 딜레마 아니냐. 이런 이야기까지 나오는데요. 죄수의 딜레마 어떤 뜻인지 그리고 이게 이번 수사에서 지금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변호사 한 분을 초대했습니다. 기업분쟁연구소 대표 변호사이죠. 조우성 변호사 어서 오십시오.

◆ 조우성>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죄수의 딜레마라고 하는 것 많이 들어봤는데 간단히 설명해 주시면 어떤 거죠?

◆ 조우성> 죄수의 딜레마는 게임 이론에서 나오는 건데요. 기본적으로 두 사람의 용의자가 서로 정보가 통제돼 있는 거예요. 그래서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는 상태를 전제로 합니다. 사실은 서로 간에 비밀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두 사람에게 유리한데도 불구하고, 정보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저 사람이 만약에 자백을 해 버리면 내가 끝까지 비밀을 유지했을 때 내가 더 많은 피해를 입게 된단 생각을 하게 된단 말이죠. 그러니까 그 불신 때문에 자백을 해버리는. 둘 다 자백을 해 버리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데요. 어제 뉴스에서 많이 나왔던 장시호 씨 관련해서는 아마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하실 거예요. 변호사들이 붙어있고 서로 간에 아마 정보가 다 공유가 될 텐데. 그러니까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서로 간에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건데.

◇ 정관용> 여기에는 장시호 변호사랑 최순실 변호사랑 서로 다 연락하겠지. 이렇게.

◆ 조우성> 그렇죠. 그런데 변호사인 제 입장에서는 그게 구속된 피의자의 심리상태랑 아주 직결되는 거예요.

◇ 정관용> 어떤데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강요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장시호 씨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던 모습.




◆ 조우성> 서울에는 서울구치소, 남부구치소가 있죠. 소위 구치소는 미결수들이 있는 곳인데 미결수들이 구치소에서 24시간 하는 일은 과연 내가 어떤 형을 받을 것인가. 과연 내가 나갈 수 있을까.

◇ 정관용> 그 궁리하는 거죠.

◆ 조우성> 오로지 그 생각밖에 없는 거예요. 그러면 이제 변호사가 가서 나름대로 이제 전략을 이야기를 해도 안에서 온갖 이야기를 다 듣거든요.

그 다음에 저희 변호사는 사건도 생물에 비유하는데 어제 다르고 오늘 달라요. 그러면 이제 간접적으로 뉴스를 듣다 보면 장시호 씨 입장에서도 과연 이모인 최순실이라는 사람이 파워가 좋긴 했는데 계속 막아줄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되는거죠. 그러면서 상황이 둑이 무너지듯이 점점 금이 가는 것을 보게 되면 본인도 불안한 거죠.

그리고 제가 볼 때 특검이 상당한 수사 베테랑들이 모여기 때문에 중간중간에 이렇게 애드벌룬을 띄우면서 발표를 하는 것도 지금 관련자가 아주 많지 않습니까. 이들을 대상으로 나름대로 공고한 연대를 자꾸 이렇게 끊어내는. 금을 내고 있는 거거든요.

◇ 정관용> 장시호가 최순실의 태블릿PC를 모처에다가 놔뒀었는데… 그런데 그게 CCTV에 찍혔단 말이에요. 그래서 특검이 그게 뭐냐고 장시호를 추궁한거죠. 사실 모처에 있다라고도 장시호 본인이 말 안 하면 못 찾을 수도 있는 건데 '태블릿PC가 있다'라고 하면서 자기 변호인을 통해서 줬단 말이에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소식을 접한 최순실의 반응이, 최순실 씨의 변호인을 통해 나온 얘기를 보면 장시호에 대해 "뒤에서 온갖 짓을 다 한다" 이렇게 격분했다고 하거든요.

◆ 조우성> 그러니까 최순실 씨가 맞춰놓은 구도가 깨진 거죠. 그런데 결국 이건 특검의 수사 기법인데요. '플리바게닝'이라고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 정관용> 형량을 협상하는 거죠.

◆ 조우성> 원래 미국에는 이런 게 많이 있거든요. 왜냐하면 이 내부적인 담합을 깨기 위해서는 내부고발자가 필요하기 때문에요.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플리바게닝 제도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소편의, 기소독점주의라고 해서 검사가 공소권에 아주 큰 권한을 행사할 수가 있습니다. 그 다음에 기소를 하더라도 적용 법조를 어느 것으로 할 것인가를 검사가 정할 수 있고요, 또 판사가 나중에 판결문을 쓸 때도요. 주로 집행유예로 석방해 줄 때 들어가는 문구가 있습니다. '피고인은 수사에 적극 협조해서 반성을 했고…'

◇ 정관용> 아...

◆ 조우성>그러니까 언론에 나오는 것을 보면 장시호 씨가 아들을 그렇게 보고 싶다고하지 않았습니까?

◇ 정관용> 그래서 술술술 진술한다는 거 아니에요.

◆ 조우성> 그러니까 특검에서는 우리의 주 대상은 최순실 씨다. 같이 그럴 필요 없지 않느냐. 그런 심리적인 접근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서 장시호가 수사에 적극 협조하면 당신한테는 조금 가벼운 형량의 죄로 구형할 수도 있다. 이렇게 일종의 협상에 들어갔었을 수도 있다.

◆ 조우성> 만약에 장시호 씨가 전과가 많아서 이런 경험이 많은 사람 같으면 또 모르겠는데 구치소에 처음 들어갔을 거란 말이죠. 그러면 사실은 특검 입장에서는 호랑이 앞에 그냥 생쥐죠. 얼마든지 설득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 정관용> 이런 케이스가 지금 특검 수사에서 또 보이는 게 있습니까?

◆ 조우성> 제가 볼 때는 지금 이대 부정 입학 사건도 유사한 케이습니다. 사실 교수님들은 학교에만 계셨잖아요. 사실 특검에 가게 되면 세상이 달라요. 특검이 어르고 뺨치고 하는 그 과정을 버텨낼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제가 볼 때 이대 부정입학 사건에서도 꽤 많은 균열이 나타날 것 같습니다.

최경희(앞줄 오른쪽) 전 이화여대 총장을 비롯한 전현직 이화여대 관계자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제4차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 정관용> 이런 대목이 있어요. 최초로 구석된 류철균 교수가 자신은 김경숙 학장의 부탁을 받고, 그런 얘기를 했잖아요.

◆ 조우성> 그러니까 그런 부분도 끝까지 자기가 철옹성처럼 막다가 약간 수사협조를 하는 거죠. 그러니까 특검은 계속 우리의 메인 타깃은 당신이 아니야. 라고 설득을 하는 거고요.

◇ 정관용> 위로, 위로 간다.

◆ 조우성> '협조를 해' 그게 검찰들이 주로 쓰는 방법입니다.

-기업수사 때 사원, 대리부터 공략하는 이유?
약한고리를 찾아 그 사람을 타깃으로 포위망을 짜는 조사전략

◇ 정관용> 그래서 그런가요.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도 특검이 굉장히 속도를 내는데. 김기춘, 조윤선을 맨 뒤에 놔두고 지금 전부 밑에서부터 가고 있잖아요.

◆ 조우성> 원래 기업수사가 그렇습니다. 사원, 대리부터 불러서 자료를 쫙 확보를 해 놓습니다. 그러면 이제 사장은 변호사를 대동하고 검찰에 가서 완전히 부인하려고 하죠. 그러면 검사님이 '저기 힘빼시지 마시고요. 지금 자료 다 있거든요. 부인하시면 저희들 영장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밑에 있는 사람들부터 조사를 받으러 가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보통 저희 변호사들은 '가장 약한 고리. 한 고리가 딱 끊어지면 전체가 다 이제 드러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검사들은 누가 약한 고리인지를 찾는 거예요. 그거는 그 사람의 성정이라든가 그 사람의 배경, 이런 것들에 따라서 세게 특별히 타깃으로 이렇게 하는 그런 사람이 있어요.

◇ 정관용> 그리고 오늘 같은 경우,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라고 찍어서 옷을 벗었던 노태강 전 체육국장 같은 분들이 참고인으로 소환돼서 조사를 받는다는 말이에요. 그런데 이런 분들은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분들이잖아요. 피해를 본 분은 자신이 피해본 바에 대해서 정확하게 진술할 것이고 이건 누구짓인 것 같다. 이런 말을 하지 않습니까?

동시에 지금 정확히 이름은 안 나오지만 현직 문체부 공무원들을 다수 지금 참고인으로서 조사했다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게 조금 아까 말씀하신 사원, 대리부터 불러서 자료 확보하는 그 차원이다?

◆ 조우성> 그러니까 한 백 마디 말을 하면 그중에서 정말 특검이 정말 잘 쓸 수 있는 한 두세 마디 말이 있는 거죠. 그런 것들을 모자이크를 다 끌어모은 다음에 나중에 제일 정점에 있는 사람에게 들이미는 거죠.

- 공범이 많은 범죄일수록 더 쉽게 발생하는 '죄수의 딜레마'
최순실게이트 특검팀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

◇ 정관용> 그러면 바로 이런 것도 지금 장시호, 최순실 씨와 같은 그런 죄수의 딜레마하고도 다 연결된다고 봐야 합니까?

◆ 조우성> 다 연결됩니다. 그래서 사실 단독범은 자기 혼자만 잘하면 되는데. 이렇게 공범들이 있으면 구치소 내에서도 서로 접견을 못하게 하거든요. 철저하게 그걸 막는 겁니다. 그러면 정말 우리가 2인3각이라고 해서 다리 이렇게 묶어서 걷지 않습니까? 만약에 10명이 다리를 이렇게 묶어서 한번 간다고 생각을 해 보십시오. 한 명이라도 핀트가 어긋나면 다 무너지거든요. 오히려 이렇게 관련자가 많은 사건일수록 특검은 여러 가지 약한 고리를 잘 찾을 수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 정관용> 사실 특검이 이례적으로 구치소까지 압수수색을 하더라고요.

◆ 조우성> 저도 처음 봤는데요. 사실 저는 조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검이 원래 이렇게 수사를잘하는 사람들인가?'하고요. 그런데 우리나라 검찰도 수사 잘하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특검은 지금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별로 눈치를 안 보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나라 검찰이 만약 그냥 모든 제한 없이 마음대로 해 봐 그러면 특검처럼 했을 거예요.

◇ 정관용> 다 이 정도 실력을 갖고 있으니까.

◆ 조우성> 다 보면 검찰 출신들이니까요. 이번에 보면 특검에 사실 검찰 조직들이 많이 들어가 있지 않습니까? 자존심 회복이라는 그런 프레임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보니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삼성과 박근혜의 뇌물죄?
특검은 삼성에 대해 돈이 아니라 인허가같은 간접이득을 조사할 것

◇ 정관용> 그러면 영역별로 한 번 나눠서 봅시다. 블랙리스트 부분은 조금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문체부 하위공직자부터 피해본 사람부터 다양하게 지금 포석을 깔아서 거의 최정점을 향해 가고 있는 거예요. 전직 장관까지 이미 구속영장 청구가 된 상태니까.

그런데, 뇌물죄의 경우. 이건 기업하고, 돈을 받은 측하고 서로 금가게 만들기가 어려운 대목 아닌가요? 왜냐하면 대가성을 바라고 돈을 줬다라고하는 순간 기업도 처벌받으니까 자기는 절대 대가성 없었다고 할 것이고 이건 어떻게 할 수 있습니까?

◆ 조우성> 그렇죠, 사실 뇌물죄는 이게 소위 쌍방범죄거든요. 받은 사람은 수뢰죄, 준 사람은 증뢰죄. 그래서 보통 뇌물죄를 보면, 뇌물죄는 준 사람이 줬다고 하면 검사는 준 사람은 좀 적게 처벌하고 받은 사람을 더 많이 처벌을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기업들이 걸려있는 경우인데 사실 제가 만약에 삼성 입장이라고 하더라도 뇌물을 줬다는 것보다는 강요에 의해서..

◇ 정관용> 압력을 받고.

◆ 조우성> 네. 협박을 받아서 돈을 줬다고 하면 공갈죄가 되는 거거든요. 그러면 피해자로만 남는 거예요. 원래 뇌물죄라고 하는 것은 돈을 주고 받았다는 것과 직무 연관성. 직무 연관성을 대단히 중요하게 보거든요. 그리고 뇌물죄에서 직무 연관성을 점점 넓게 보는 추세예요.

이를테면 '12월 1일날 돈을 주고 12월 3일날 인허가를 받았다' 요즘은 그렇게 안 하거든요, 표나게. 그러니까 보험을 든다는 식으로 해서 6개월 전부터 계속 이렇게 조금씩 준다거나 하는거죠. 계속 이렇게 하는데 이것에 대해서도 소위 포괄적인 대가 관계로 인정을 많이 한단 말이죠.

결국 이 제3자 뇌물죄는, 아마 이번에 처음 이런 죄가 있는지를 알게 된 분들이 많으실 텐데 조금 설명을 하자면요. 뇌물죄는 공무원이 자기가 직접 받으면 뇌물죄인데 그게 아니고 자기 직위를 이용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속칭 쿠션을 줘서 그쪽으로 주라고 한단 말이죠. 이런 죄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결국 그러면 원래 뇌물죄는 신분범위가 공무원만 벌할 수 있어요. 그런데 최순실 씨는 공범. 공범은 신분이 없어도 될 수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제가 기업이라고 하면 어떻게든 협박 당했다라고 계속갈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러면 결국은 특검은, 그러면 돈을 준 것과 다른 어떤 인허가라든가 이해를 계속 들이밀 거예요, 사실 그중에는 어떤 인허가 내지는 민원을 처리받은 것과 돈을 준 시점이 근접한 게 있을 거란 말이죠.

◇ 정관용> 그런 멘트 몇 가지라도 나오면.

◆ 조우성> 또는 소위 말하는 미필적 고의를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특검이 아마 그런 쪽으로 갈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미필적 고의를 위한 포괄적 대가를 노린…' 이런 식으로.

◆ 조우성> 그런 대가 없이는 삼성이 돈을 줄 이유가 없거든요.

◇ 정관용> 내일 이재용 부회장이 아침에 소환돼 나가는데 어떤 논리로 대응할지 좀 봐야겠고 특검이 어디까지 증거를 갖고 있는지 봐야겠죠.

최순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 술술 불다가 갑자기 입닫은 정호성, 업무일지 부정하는 안종범의 전략?
밀실에서의 검찰수사가 끝나자 2막 공개재판을 대비하는 것

◇ 정관용> 그리고 이제 그 배경에 깔린 제일 핵심은 국정농단 사태 부분입니다. 여기야말로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 그 사이에 안종범, 정호성, 이런 사람들이 쭉 포진돼 있잖아요. 그런데 정호성 비서관의 경우도 초장기 검찰에서 진술할 때는 상당히 술술술 이야기하다가 요즘 재판에 임하면서 태도가 바뀌고 있다. 이건 오히려 서로 변호인 간에 연락을 통해서 박근혜 대통령 전략을 쓰고 있는 것 아니냐 하는 해석까지 나오잖아요. 이 대목은 어떻게 보세요.

◆ 조우성> 제가 볼 때는 사실 검찰수사는 밀실에서 받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법원으로 오게 되면 사실 공개재판이에요. 그러면 1막이 끝나고 2막이 되는 건데. 이런 법원 재판에서는 또 거기에 따른 방어 논리들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검찰에서 그동안 이렇게 만들어졌던 자료, 증거. 이 증거를 어떻게 평가할 거냐는 것인데 그거는 대부분 다 그래요. 내가 죄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면 '이 자료는 사실은 내가 강압에 의해서 진술한 것이다' 또는 '여기에 있는 몇가지 자료는 소위 적법 절차에 의해서 준 것이 아니다.' 약간 뭐라고 할까 흠집을 내는 거죠.

◇ 정관용> 증거의 효력을 상실 시키게 하는.

◆ 조우성> 그건 일반적으로 변호인들이 쓰는 방법이에요. 그런데 변호인들이 그렇게 하다가 된통 당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판사 입장에서 '반성하고 있지 않다. 개선의 의지가 없다'라고 판단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조금 줄타기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첫 도입이니까 증거에 대해서도 다투고 하는데 변호인 입장에서는 '이거 어디까지 갈 거냐'하는 고민을 할 수 있고요. 내지는 밑에 실무자 입장에서는 '일단은 모든 짐을 대통령으로 미는 게 어떻겠나' 싶은 생각을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 정관용> 지금 말씀을 들으니까 심지어 안종범 전 수석의 경우는 자신이 깨알같이 쓴 업무수첩 있잖아요, 업무일지. 그것마저도 증거 능력 인정 못했다고 했다 그래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했더니 그런 논리군요.

◆ 조우성> 그게 소위 우리 미란다법칙 아시잖아요. 미란다라는 사람이 마약을 갖고 있었는데 그 사람을 체포를 하면서 '당신은 변호인을 선호할 권리가 있다' 그런 얘기를 안 했기 때문에 풀려나는. 사실 영미법은 이런 절차를 굉장히 중요시하는 거거든요. 우리나라도 점점 영미법처럼 가고 있어서 문제가 있는 거의 수집은 증거 능력에서 배제하겠다라고 하는 게 점점 우리 대법원이 거기로 가고 있어요.

◇ 정관용> 일종의 독수독과론이라고 말할 수 있죠.

◆ 조우성> 독수독과론이라고 하죠.

◇ 정관용> 그러면 안종범 수석의 업무일지를 조금 부당한 방법으로 입수했으면 증거 능력이 인정이 안 되는 겁니까?

◆ 조우성> 사실은 그런데 판사 입장에서는 증거 능력과 증명력이라는 게 있거든요. 판사는 일단 그 기록들을 어떻게든 직간접적으로 보게 된단 말이죠. 그러면 전체적으로 파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그렇게 미국처럼 아직까지 엄격한 독수독과론을 쓰고 있지는 않아요. 오히려 판사가 볼 때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반성하지 않고 있네. 개선의 정이 없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나무가 독에 물들어 있으면 그 나무에 열린 열매도 독에 물들어 있다라는 게 독수독과 아니겠습니까? 즉 불법적인 내지는 부당한 방법으로 취득한 증거는 그것도 독에 물든 것이기 때문에 증거가 안 된다는 건데. 증거 능력보다 더 중요한 증명력. 증명력은 판사가 인정할 수 있다.

◆ 조우성> 원래대로 하면 증거능력이 없으면 증명력도 적용할 수 없는건데, 미국은 배심제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배심제는 배심원들로 일반인들이 재판하기 때문에 증법이 굉장히 엄격해요. 왜냐하면 일반인들은 굉장히 헷갈릴 수 있기 때문에 아예 문제가 있는 증거, 더티 에비던스(dirty evidence)라고 하는데요. 더러운 증거는 아예 배제를 시키는 겁니다.

◇ 정관용> '배심원 여러분 이거는 잊어버리세요' 이렇게 한다는 거죠.

◆ 조우성> 그렇죠, 그런데 우리나라 형사법에서는 기본적으로 판사가 판단을 하니까요. 우리나라 형사법은 '일단 내보세요, 내가 전문가니까, 내가 판단할게요' 하는 거죠. 그래서 사실은 이거 증거능력이 없습니다라고 막 밀어붙이는 게 나중에 어떤 역풍을 맞을지는 사실 변호인들은 좀 고민되는 부분이거든요.

◇ 정관용> 반성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더 중죄에 처해야 한다.

◆ 조우성>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 불법의 연대로 엮인 최순실게이트, 공범자가 많을 수록 약한고리도 많아

◇ 정관용> 지금 특검이 하여튼 화려한 수사기법을 쓰고 있다. 이런 설명을 쭉 들었는데 아까 2인3각, 10인11각 이런 이야기를 하셨잖아요. 무너지겠죠?

◆ 조우성> 무너질 확률이 크다고 보고 제가 참고로 하나 말씀드리면 우리 공정위에서 담합이라고 있지 않습니까? 담합으로 작년에 한 라면회사는 1000억 원의 과징금을 받았어요. 담합은 이게 소위 '불법의 연대'거든요. 이거는 특히 과점 업체들끼리 서로 연대를 하는 건데요. 이걸 깨기 위해서 리니언시(Leniency) 제도란 게 있어요. 리니언시를 쉽게 말하면 고자질하는 거예요. '저 사실 담합했습니다'라고 하면 제일 첫 번째 고발한 사람은 과징금을 면제해 줍니다.

◇ 정관용> 아예 면제?

◆ 조우성> 아예 면제해 줘요. 2등은 50%. 그러면 어떤 문제가, 이것 역시 서로 과점업체끼리 믿지 못하는 거예요. 더 재미있는 것은 앰네스티 플러스(amnesty plus)라는 제도가 있는데요.

◇ 정관용> 그건 뭐예요?

◆ 조우성> 만약에 내가 2등밖에 안 됐어요. 3등밖에 못 했어요. 그러면 가서 '사실은 감춘 게 더 있었어요'하고 말하는 겁니다 이게 앰네스티 플러스제도고. 이걸 많이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추가로 더 고자질한다.

◆ 조우성> 더 고자질 하는 거죠.

◇ 정관용> 그러면 거기도 면제예요?

◆ 조우성> 네, 그러면 앞서 있던 1등이 2등으로 내려가는 거예요. 왜 이런 제도가 있냐고 하면요. 담합을 하더라도, 즉 불법을 연대한다고 하더라고 그것보다 더 큰 패널티가 주어진다는 것을 알려줌으로써 합리적으로 계산해서 자발적으로 고자질하게 만드는 거죠.

◇ 정관용> 결국 불법의 연대는.

◆ 조우성> 가장 약한고리입니다.

◇ 정관용> 결국 깨지게 돼 있다.

◆ 조우성> 그래서 결국 이번 사태를 보면서 다시 한번 우리 사회가 교훈을 얻을 수도 있는거죠. 이런 불법의 연대와 담합이 영원할 것 같지만 저렇게 결국은 각자 도생을 하는 구나. 불법연대만큼 약한 고리는 없다, 위험한 고리는 없다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 정관용> 조금 다른 질문인데 짧게 대답해 주세요. 대통령 측 변호인들이 7시간 서류 냈잖아요. 그런데 뭐 누가 봐도 앞뒤가 안 맞고 이렇잖아요. 그분들은 왜 그래요?

◆ 조우성> 왜냐하면 변호사들은 그 이야기합니다. 의뢰인을 클라이언트라고 하는데 의뢰인. 힘든 의뢰인이 있어요. 소통도 안 되고 고함도 안 되고 확인을 해야 하고 중간에서 진짜 너무 힘든 거거든요. 제가 봤을 때 대통령의 변호인은 고생 무지 할 것 같아요. 대통령이 제대로 얘기도 안 해주고 소통도 안 되고 사실 변호인은 의뢰인과 소통이 되게 중요하거든요. 그리고 변호인은 의뢰인을 리드해 가야 해요.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그렇게 안되고 있을 것 같아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일단 이 수사과정 조금 더 흥미 있게 지켜볼 수 있는 몇 가지 법률적 팁을 얻은 것 같습니다. 기업분쟁연구소 조우성 변호사였어요. 고맙습니다.

◆ 조우성>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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