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한우고기 소비자가격도 천당과 지옥을 오가 소비자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한우고기 유통 상인들이 수급 상황에 개의치 않고 폭리를 취하면서 가격인상을 부추겨 김영란법의 된서리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한우 등심, 중간 유통 비용 급증
한우 사육마릿수가 가장 많았던 2014년 2/4분기에 산지 한우가격은 600kg 어미 소 1마리에 520만 원까지 떨어졌다.
이 당시, 한우고기 등심(1등급) 1kg 도매가격은 4만5000원, 등심 소비자가격은 6만4700원 대로 도매가격과 소매가격 차이는 1만9700원 정도였다. 한우 등심 소비자가격의 30%가 중간 유통비용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한우 사육마릿수가 가장 적었던 지난해 1/4분기의 경우 산지 한우가격은 660만원으로 2014년 2/4분기 520만원에 비해 27%나 급등했다.
또한, 한우 등심(1등급) 1kg 도매가격은 5만700원으로 2014년 2/4분기 보다 12.7%, 등심 소비자가격은 8만원으로 23.7% 각각 올랐다.
단순 수치로는 산지 한우가격 상승폭이 등심 도매가격과 소비자가격 상승폭 보다 크기 때문에 한우 사육 농가들이 더 많은 이득을 챙겼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도매가격과 소비자가격의 차이가 2만9300원으로 2014년 2/4분기의 1만9700원에 비해 1만 원 가까이 늘어나며, 전체 한우 등심 소비자가격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37%로 증가했다. 이는 중간에서 유통거품이 더욱 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김영란법 시행 이후 유통비용은 되레 증가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지난해 9월 28일 김영란법 시행 이후 이번에 처음 설 명절을 맞아 한우선물세트 판매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지만, 유통비용은 오히려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우 600kg 산지가격은 지난해 9월 28일 671만원에서 올해 들어 지난 10일 현재 584만 원으로 15% 하락했다. 이에 따라, 한우 등심(1등급) 1kg 도매가격도 같은 기간 5만6870원에서 4만3100원으로 무려 24%나 폭락했다.
그런데 한우 등심 소비자가격은 같은 기간 7만9389원에서 7만9892원으로 오히려 0.6%나 올랐다.
자연히 등심 도매가격과 소비자가격 차이가 2만2519원에서 3만6792원으로 벌어졌다. 소비자가격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28.4%에서 46%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한우고기의 중간 유통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5만 원 이하 선물용 세트를 맞추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산지 소 값은 폭락해도 소비자가격은 요지부동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가격연동제와 같은 유통구조 개선책을 만들어도 현장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전했다.
◇ 엉성한 한우고기 유통시장, 수입산 소고기가 점령
이같은 국내 한우고기 유통시장의 불합리한 가격구조는 곧바로 외국산 수입소고기의 시장잠식과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설 명절을 앞두고 지난 10일 현재 호주산 소고기 등심(냉장)의 소비자가격은 5만1800원으로 지난해 이맘때 4만9800원 보다 4%정도 올랐다.
이에 반해 국내산 한우고기 등심의 소비자가격은 7만9892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 올랐다.
수입산 소고기 소비가 늘어나면서 가격 상승률이 한우고기 가격 상승률을 넘어선 것이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백화점과 할인마트를 조사한 결과 올해 설날은 한우고기 사전 예약이 거의 없다”며 “작년의 10% 수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설 선물 시장을 호주와 미국산 수입소고기가 완전히 잠식했다고 보면 된다"며 :이들 수입소고기는 5만 원 이하로 선물세트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우리나라 한우처럼 등급표시가 명확하지 않아서 품질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설을 앞두고 한우고기 값이 오른 것은 선물용이 아니라도 국거리 등 기본적인 수요가 있기 때문으로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며 "이 틈을 이용해서 수입 소고기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