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팀 삼성은 '철인'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괴짜 외인' 마이클 크레익을 앞세워 잇따라 하이라이트 필름을 완성했다. 2쿼터 주희정-크레익-라틀리프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앨리웁 플레이는 이날의 백미였다.
SK도 김선형의 번개 속공과 플로터 슛으로 맞섰다. 김선형은 테리코 화이트, 변기훈과 함께 3점포 화력을 뽐내며 SK의 공격을 이끌었다.
이날 승리는 막판 집중력에서 앞선 삼성의 몫이었다. 양 팀 최다 32점 16리바운드를 올린 라틀리프와 3점슛 6방 포함, 개인 최다 25점을 쏟아부은 임동섭이 수훈 선수로 뽑혔다.
하지만 이날 숨은 영웅은 따로 있었다. 바로 삼성 가드 김태술(33 · 180cm)이었다. 이날 김태술은 8점으로 득점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8도움으로 삼성의 공격을 이끌었다. 1쿼터 절묘한 노룩 패스로 김준일의 골밑 슛을 어시스트하고 2쿼터 막판 크레익의 바운드 패스를 점프하면서 레이업 버저비터로 연결시킨 장면도 인상 깊었다.
이날 변기훈은 앞서 3점슛 10개 중 4개를 꽂았다. 특히 3쿼터에만 3개 중 2개를 성공시키는 등 12점을 집중해 SK의 역전을 이끌었다. 4쿼터 종료 1분 9초 전에도 3점슛을 넣어 90-92 추격을 이끈 선수가 변기훈이었다.
하지만 변기훈이 날린 회심의 슛은 림을 스치지도 못했다. 사력을 다해 달려간 김태술의 수비 때문이었다. 김태술은 슛을 쏘려던 순간 왼손 끝으로 공을 막아냈고, 변기훈의 역전포는 무산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게 들어갔다면 삼성은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92-93으로 역전을 당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공격이 남았겠지만 이날 SK도 연패 탈출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 경기였다.
김태술은 "기훈이가 감각이 좋아서 공격이 다소 빨랐지만 슛을 시도할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래서 최대한 뛰어가 슛을 막으려 했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이어 "다행히 손끝에 걸려서 막을 수 있었다"면서 "만약 들어갔다면 어려웠을 것"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팀에 큰 공헌을 해준 김태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