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토토 빙상단 관계자는 11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이규혁 감독이 지난달 중순 사직서를 냈고 수리도 됐다"고 밝혔다. 이어 "계약 기간은 지난해 12월 31일까지였는데 여러 가지로 상황이 어수선해지면서 이 감독이 재계약을 포기하고 결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후임자는 이달 설날 연휴가 지나면 공모를 통해 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전 감독은 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와 함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설립과 운영에 관여했다. 이 감독은 전무이사, 장시호는 사무총장으로 센터를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둘은 센터를 통해 동계스포츠와 관련한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특히 스포츠토토 빙상단 사령탑도 윗선의 개입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초 빙상단 창단은 최순실의 측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주도해 진행됐다. 연봉 1억 원이 넘는 사령탑도 공모가 아닌 낙점으로 이 감독이 앉게 됐다. 빙상단 관계자는 "공모는 없었고, 윗선에서 적임자로 이 감독을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인정한 부분이다.
이 감독은 지도자로서 잘 알려지지 않은 흠결이 있었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6회 연속 출전이라는 업적을 쌓았지만 고교 시절인 1994년 12월 성 추문에 휩싸였다. 국가대표로 일본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출전해 외국 여자 선수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감독은 이에 대해 "너무 어릴 때였고 술을 마신 가운데 일어난 일"이라면서 "성폭행과 같은 문제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일본빙상연맹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항의를 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김 전 차관은 이 사실을 알고도 이 감독을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감독은 임기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장시호가 영재센터를 앞세워 삼성에서 16억 원을 지원받고, 문체부에서도 6억7000만 원의 예산을 받는 등 이권 개입에 이 감독도 연루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커졌다. 이 감독은 국회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감독은 더 이상 팀에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빙상단 관계자는 "이 감독이 그동안 팀을 잘 이끌어왔는데 아쉬움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