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문체부가 이 시스템과 블랙리스트를 이용해 예술인들을 통제하는 이른바 '빅브라더' 체제를 구축하려 한 것으로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10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문체부는 지난 201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던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NCAS)에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경력정보시스템을 통합할 것을 두 단체에 지시했다.
명목은 시스템을 일원화해 예술인에 대한 지원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두 시스템은 목적과 성격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복지재단 내부에서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NCAS가 예술가들의 '예술성'을 바탕으로 보조금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라면, 경력정보시스템은 예술가들의 '경제적 형편' 등을 기준으로 복지 차원의 지원과 관리를 위한 시스템이었다.
이 때문에 복지재단측은 당시 심사 기준뿐 아니라 신청자격, 관리되는 데이터의 종류까지 모두 달라 통합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문체부에 전달할 정도였다.
그러나 문체부는 통합을 강행했고, 이는 블랙리스트 실행을 쉽게 하기 위한 '검은'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전 복지재단 관계자 A씨는 "문체부가 예술인 관련 시스템을 통합한 시기와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진 시기가 일치한다"며 "문체부가 블랙리스트와 통합시스템으로 문화예술계를 장악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특검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블랙리스트 작성시기도 2014년 쯤으로 시스템 통합 시기와 겹친다.
문체부가 시스템 통합에 나선 것은 그해 2월 복지재단이 진행한 예술인 교육지원 사업이 발단이 됐다.
복지재단이 자체적으로 심의·심사 과정을 거쳐 '한국작가회의'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등 진보성향의 단체들에 대한 지원 결정을 내렸는데, 이것이 '윗선'의 심기를 건드린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문체부는 심사까지 모두 끝나 발표만 남겨뒀던 사업을 "무조건 취소하라"며 거의 폭거에 가까운 행태를 보였다.
A씨는 "복지재단 사업이 대부분은 예술인 개개인의 민감한 정보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악용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사업 취소 사건 때와 같은 통제되지 않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시스템 통합 이후 복지재단은 사업 공고나 접수는 NCAS로 하고, 예술인들의 경력 관리는 경력정보시스템으로 해야 하는 '이중고'를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검도 블랙리스트로 대변되는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를 장악 시도에 대해 헌법 위반 행위라며 사안의 엄중함을 강조했다.
특검은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 4명에 대해 구속 영장을 전날 신청했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 정책에 비판적, 비협조적이란 이유만으로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지원 신청 때마다 선정되지 못하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결정에 압력을 행사한 것은 용납 못 할 비민주적 행위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특검은 또 블랙리스트 운영의 최고 책임자로 의심받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에 대해서도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세우고 조만간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