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깎아 복음 전하는 예닮교회

예닮교회에서 제작한 작품 '혈루증 여인'. (사진 = 나무를 그리는 공방 제공)

십자가 끝자락에 매달린 사람의 형상. 성경에서 예수의 옷자락을 붙잡았던 혈루증 여인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이처럼 나무를 정교하게 깎아 말씀을 표현한 ‘말씀 십자가’는 경기도 구리에 위치한 예닮교회 성도들이 직접 만든 작품들이다. 예닮교회는 교회 건물에 별도의 목공예 공방인 ‘나무를 그리는 공방’을 마련하고, 다양한 기독 작품들을 기획해 제작하고 있다.

예닮교회 내부는 십자가 작품들과 직접 제작한 목재 가구들로 가득하다.

예닮교회의 목공예 활동은 교회와 역사를 같이한다. 십여 년 전에 고대경 목사가 뜻 있는 성도들과 함께 교회를 개척할 때 예배당 내부 인테리어를 직접 시공했다. 그 후 미술을 전공한 성도의 십자가 작품에 감명 받은 교회가 작품 제작을 지원하면서 그 규모가 커졌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제자인 성도 한 명 한 명이 변화될 수 있도록 돕고, 잘하는 것이 있다면 길을 열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고대경 목사의 생각이다.

고 목사는 “한 사람의 성도가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어 온전한 회심과 인생의 변화를 맛볼 수 있도록 세우는 것에 모든 걸 거는 교회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회는 십자가 작품을 만드는 성도를 돕는 것 외에도 몸이 아파 직장 생활이 어려워진 성도를 위해서 전 교인이 나서서 모금을 하고 공방 옆에 작은 카페를 열어주기도 했다.


공방 옆에 위치한 카페의 내외부 인테리어는 성도들이 협력해서 3개월 동안 시공했다.

매일 공방에 나오고 있다는 예닮교회 한송희 집사는 “아침에 교회에 와서 묵상을 하고, 공방에서 작업을 하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서로 얘기를 나누는 것이 성도들의 삶인 것 같다”며, “말씀 묵상했던 것을 떠올리며 십자가를 깎아 복음을 전하는 모든 과정이 보람된다”고 말했다.

예닮교회의 '나무를 그리는 공방'에서 작업중인 성도들 모습.

예닮교회는 공동체 안에서 땀 흘려 수고하며 같이 일구어 가는 노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성도들이 함께 노력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것에도 의미를 두고 있다.

특히 전 교인들이 1년 동안 힘써서 만든 작품인 ‘노아의 방주’는 길이만 총 20미터로, 방주를 향하는 동물의 수가 5천여 마리에 달하는 대작이다. 작품 규모가 워낙 큰 탓에 전시공간이 확보된 교회들을 중심으로 순회 전시하고 있다.

'노아의 방주' 작품은 길이만 20미터에 달하는 대작이다. (사진 = 나무를 그리는 공방 제공)

예닮교회는 이러한 전시 활동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말씀과 복음을 전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고대경 목사는 “이러한 목공예 활동을 통한 문화사역을 하나의 접촉점으로 본다”며, “문화 사역을 복음 사역의 본질로 보지는 않지만, 더 많은 폭의 사람을 만나고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교회는 앞으로도 ‘노아의 방주’ 작품에 멸망의 제국으로 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추가해 규모를 키우고, ‘구원’을 담은 작품들을 더 기획해 기독교 목공예 콘텐츠 개발에 앞장 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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