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뒤 국정감사 등에서 맹활약해온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과 그 보좌진들은 10일 한 조간신문 기사를 보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마치 소신을 지켜낸 영웅처럼 포장된 문체부 정준희 서기관(52)이 최순실이 지배한 K스포츠재단 간부와 함께 직원차를 타고 전국을 시찰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었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 뿐 아니라 정 서기관은 김경숙 전 이화여대 체육대학장이 문체부에서 용역을 맡아 문제가 된 'K-스포츠클럽 운영 개선방안 연구'에 함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김병욱 의원실에 따르면 정 서기관은 지난해 초 K스포츠재단 간부와 대한체육회 부장과 함께 전국 지자체를 순회하며 정부의 '거점형 K스포츠클럽' 사업자 선정에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체부는 김종 전 차관의 지시로 국민생활체육회(현 대한체육회) 주도의 K스포츠 사업을 '거점형 K스포츠클럽 사업'으로 재편했다. 최순실이 지배하는 K스포츠재단에 사업을 맡기려는 속셈으로 의심된다.
검은 속내를 반영하듯, K스포츠재단은 정식 사업자 공모가 나기도 전에 문체부 직원과 체육회 간부를 대동하고 지자체를 돌며 사업을 따내기 위한 밑작업을 했다. 세 사람은 K스포츠재단 직원차를 함께 타고 전국을 이동했다. 이때 문체부 파견 공무원이 바로 정 서기관이었다.
이같은 문체부의 부적절한 개입을 확인한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 지원사업에 관심이 있는 민간재단의 간부가 사업 공고가 나기도 전에 공무원과 함께 현장시찰을 다닌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거점형 K스포츠클럽 사업자 선정에 문체부의 불법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은 국회 상임위를 통해 감사원에 정식 통보됐다.
당시 정 서기관은 자신의 부적절한 행동이 언론에 보도되자 김 의원실을 찾아와 "김종 차관이 동행하라고 시켰다"며 관련 의혹을 전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정 서기관은 김경숙 전 이대 체육대학장이 연구를 맡은 문제의 문체부 용역보고서에도 참여했다.
'K-스포츠클럽 운영개선 방안연구'라는 이름의 이 보고서는 거점형 K스포츠클럽 사업의 논리를 제공한 것으로 의심된다. 여기에 정 서기관은 연구협력관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이처럼 K스포츠재단 관련 문체부 영업지원 의혹을 일으키고,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된 문체부 공무원이 마치 '소신있는 영웅'으로 둔갑하자 김 의원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 의원은 "김종 전 차관의 지시가 어디까지 내려졌는지 모르겠지만 그 공무원도 문체부의 비리에 연루된 인물일 뿐"이라며 "감사원 감사가 진행될 마당에 문제의 공무원이 영웅화되는 것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