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 여론전 펼치는 日…"오히려 합의 정신 위배"

일각에선 국제법적 대응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8일 현지 방송에서 "한일 합의에 따라 10억엔의 돈을 냈으니 한국측이 제대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진=자료사진)
일본이 위안부 소녀상 문제를 놓고 우리나라의 차기 정부까지 압박하고 나서는 등 연일 강공을 펴자 국내 여론이 들썩이고 있다.

가해자임에도 불구하고 10억엔을 빌미삼아 마치 한일 위안부 합의를 통해 소녀상 철거를 합의한 것처럼 여론전을 펼치고 있어 '적반하장'이란 비판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지난 6일 우리 시민단체가 세운 부산의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에 반발해 주한 일본대사와 총영사의 일시 귀국과 함께 양국간 진행 중인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 중단과 고위급 경제협의 연기 등의 제재성 조치를 발표했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는 현지 방송에 출연해 "일본은 우리의 의무를 실행해 10억엔을 이미 거출했다. 이제 한국이 제대로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언급했다.

일본은 지난해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의무를 다했으니 한국도 소녀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더해 "정권이 바뀌더라도 합의를 실행해야 하며 이는 국가 신용의 문제"라며 한국의 차기 정부를 압박하기까지 했다.

이 프로그램은 8일 방송됐지만 6일 사전녹화된 것이라는 점에서 소녀상을 둘러싼 한국에 대한 공세가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밖에도 체코를 방문 중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이 한국의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아베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위안부 문제를 거론한 것은 본격적인 외교전쟁에 돌입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본의 이런 태도가 한·일 위안부 합의의 핵심인 '진정성 있는 사죄·반성'은 무시한 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합의'란 문구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어린 소녀들을 강제로 전쟁 성노예로 동원했던 가해국인 일본이 위안부 합의를 빌미로 "법대로 하라"는 식의 태도로 나오는 것은 오히려 합의의 취지를 크게 거스르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일 위안부 합의 어느 곳에도 소녀상 문제의 구체적인 처리 방식에 대한 내용은 없다. 우리 외교부는 소녀상 설치 문제가 국내 시민단체들에 의한 것임을 여러차례 강조해 왔다.

한 외교 소식통은 "사실 소녀상 문제는 한일 위안부 합의의 문제라기 보다는 외교공관 보호와 관련한 문제"라며 일본이 소녀상 문제를 이용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외교부는 현지 우리 공관 등을 통해 외교채널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적으로는 유감표명의 입장을 발표하면서 양국 관계의 중요성도 강조하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일본에 법적 대응을 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산정책연구원 이기범 연구위원은 10일 '소녀상 문제, 이제는 법적 대응을 고려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소녀상 문제에 대한 국제법적인 대응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일본 정부가 가지는 우려를 단순히 '인지'한다는 합의 내용과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일본 정부의 주장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가 법적 관점에서 동의하는지는 같은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소녀상 설치가 (일본) 공관의 안녕을 교란시키거나 품위를 손상시키는지 문제에 있어서도 다퉈볼 여지가 있으며, 설령 공관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도 대한민국 정부가 '소녀상이 설치되지 않도록 할 정도'의 주의의무를 받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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