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육영재단 강탈사건 당시 박지만 EG 회장 측에 서서 폭력사태를 주도한 B씨가 "이제는 진실을 밝혀야 할 때"라며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 정식으로 응했다.
취재진은 지난달 16일 경북의 한 소도시에서 B씨를 만났다. 그는 키는 작았지만, 다부진 체격의 소유자였다.
B씨는 2007년 11월 육영재단 폭력사태 당시 한센인들과 함께 육영재단 내부로 진입했던 핵심 관계자이다.
그는 "박근령 씨 남편인 신동욱 씨에 대한 마음에 빚이 있다"고 자신의 심경을 털어놨다.
신동욱 씨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과 박지만 EG회장이 자신을 살해하려 한 사건과 연루됐다'는 내용의 글을 온라인에 게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의 내막을 잘 알고 있던 B씨는 신 씨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증언에 나서기로 했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에 연루되면서 재판에 서지 못했다.
결국 신 씨는 결국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고 복역했다.
B씨는 "1년 6개월 동안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신 씨에게 그동안 정말 미안했다"면서 "이제는 진실을 밝혀야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그의 손에서는 담배가 떠나지 않았다. 중간중간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듯 불안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동안 육영재단 폭력사태를 집중 보도해온 CBS 노컷뉴스는 그의 신변 안전을 위해 인터뷰 영상 공개를 미뤄왔다.
하지만, B씨는 최근 '진실을 밝히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인터뷰 영상 공개를 요청해왔다.
- 육영재단 폭력사태에 직접 개입했나?
= 그렇다. 직접 애들을 데리고 쳐들어갔다.
- 당시 상황은 어땠나?
= 한센인 40명 포함해서 총 100명 정도 데리고 갔다. 애들에게 마스크랑 장갑 모두 착용시키고 들어갔다. 가니까 직원들 대부분 도망갔다.
- 육영재단 강탈을 모의한 사람은 누구인가?
= 전날밤 폭력사태와 관련해 모의를 했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이 죽은 박용철, 박용규(박용철 형), 임두성(전 한나라당 의원), 이기삼, 황정균, 정용희(박지만 비서실장), 이춘상(당시 박근혜 의원 보좌관)이 모였다.
- 왜 육영재단을 강탈하게 됐는가?
=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은 유력 대권후보였다. 그래서 사전에 친인척들의 행동을 단속했는데, 그중 걸림돌이 신동욱 씨였다. 참모진들 사이에서 신 씨를 제거하려고 했다. 미얀마에서 총으로 암살하는 방법이나 중국에서 감옥에 보내는 수법 등이 거론됐으나, 모두 실패로 돌아간다. 고민이 깊어진 참모진들은 결국 육영재단을 접수하기로 했다. 박근령 이사장으로부터 육영재단을 빼앗아 버리면, 신 씨도 자연스럽게 떨어질 것이란 계산이었다. 다시 말해, 육영재단 폭력사태는 한 개인의 사적 욕심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서 계획된 것이다.
- 신동욱 씨가 '걸림돌'인 이유는 무엇인가?
= 먼저 '레벨'이 너무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집안에 특별한 이력도 없는 신 씨가 들어온다는 걸 못마땅해 했다. 또 육영재단 사유화 욕심도 있었던 것 같다. 육영재단 땅으로 학원가를 만들려고도 했다. 육영수 여사가 심은 나무들을 베어버려 물의를 빚기도 했다.
- 폭력사태는 얼마나 지속됐나?
= 기간은 기억나지 않는다. 박근령 측에서도 조폭 250명 정도를 데리고 쳐들어왔다. 서로 물 붓고, 전기 끊고 나중에는 사제폭탄도 나왔다. 박근령 이사장은 이때 거액의 빚을 지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 본인은 돈을 어떻게 받았나?
= 나는 현찰로 받았다. 애들한테도 현찰로 일당 15만원씩 챙겨줬다.
- 그 돈은 어디서 왔나?
= 박지만 쪽이나 그 주변 사람들이 주지 않았겠나. 정확히는 모르겠다.
- 육영재단 폭력사태 때 특별히 기억나는 것이 있나?
= 우리들이 육영재단으로 막 쳐들어가니까 경찰들이 출동했다. 근데 아무도 우리를 제지하지 않았다. 그때 "참 일하기 좋다"고 생각했다. 당시 광진경찰서 정보계장이 내 뒤만 졸졸 쫓아다니면서 경위만 계속 물었다.
- 당시에 국회의원들도 왔나?
= 왔다.
- 성동교육청에서 박근령 이사장직을 취소시켰다.
= 합법적인 방법으로도 밀어내려 한 것으로 알고 있다.
- 신동욱 씨 암살 위협이나 육영재단 폭력사태 등 끔찍한 사건들이 일어났다. 핵심 인물은 누구인가?
= 박지만회장의 비서실장인 정용희다. 모든 사건에는 정용희가 개입돼 있다.
- 무슨 말인가?
= 폭력사태가 일어난 후 얼마 뒤에 정윤회 씨가 근처 카페에 왔다. 정용희가 정윤회 씨에게 무언가를 보고하는 모습을 봤다.
- 무슨 보고였나?
= 내용은 알지 못한다.
- 정용희와는 어떤 관계인가?
= 고향 선후배 사이다. 내가 1년 후배다.
- 정용희는 어떤 사람인가?
= 머리가 좋은 사람이다. 정 씨는 이미 수년 전부터 최순실의 존재를 꿰뚫고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정 씨는 "나는 청와대는 절대 안 들어간다. 박지만 회장님 모시고 미국가서 조용히 살거다"라고 말하고 다녔다. 이미 오늘날의 사태를 예견하고 처신을 잘 한 것이라고 본다.
- 박용철 씨를 아는가?
= 잘 아는 친구다.
- 박용철 살해 사건 관련해서 아는 것이 있나?
= 없다. 다만, '형제 지간인데, 그렇게까지 했을까'라는 의구심은 든다.
- 경찰 조사에 따르면, 두 사람은 사이가 안 좋았다고 한다.
= 내가 알기로는 사실이 아니다. 박용철과 박용수는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한번은 박용철이 나한테 "돈 좀 빌려달라"고 했는데, 내가 600만원 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용철이가 "용수 형 어려운데, 돈 좀 줘야겠다"면서 가져갔다. 그정도로 서로 좋은 사이로 알고 있다. 박용철은 죽기 전까지 박용수 걱정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