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일단 일본 정부의 강공책에 저강도 로우키(Low-key) 전략으로 대응하며 추이를 지켜보는 것 외에는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8일 체코를 방문 중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도 한국의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등 국제사회를 상대로 외교전을 펼쳤다.
아베 총리는 상대적으로 자국에 우호적이라 판단하는 미국까지 끌어들였다. 지난 6일 조 바이든 부통령과 통화해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를 꺼내든 것이다.
바이든 부통령은 "미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일 합의를 지지하며, 양측에 의해 착실하게 이행될 것을 기대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측은 오는 27일로 추진 중인 트럼프 차기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소녀상 문제를 적극 제기할 것임을 내비쳤다.
반면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메시지는 일본 측에 비해 매우 조심스럽다. 외교부는 일본의 대사 귀국 조치 발표 직후부터 극도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일본 측의 대사 소환에 맞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일본대사를 초치했으면서도 대외적으로는 '면담'으로 불려지길 바라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일본 측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양국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사태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신호를 보냈다.
외교부는 "윤병세 장관과 나가미네 대사는 위안부 합의를 착실히 이행해 나간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양국 간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한일 관계를 지속·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이런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대통령 탄핵 결정 전까지 권한대행 체제 하에서 외교의 큰 방향을 바꾸는 결정을 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만큼 현상 유지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국내에서 위안부 졸속 합의에 대한 비판여론이 계속 제기되고 있어 무작정 설득에 나서기도 어렵다.
이 당국자는 "외국과의 관계에서 신뢰를 잃게 되면 앞으로 한일 위안부 합의 이슈 뿐만이 아닌 다른 이슈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없다는 꼬리표가 붙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 '외교 수장'인 대통령을 대행하고 있는 황 총리 역시 아직까지 특별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도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단 기존 정책을 진행하며 현상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만일 합의를 우리가 파기하거나 재협상하자고 나오면 우리의 국가신임도 문제와 연결되도록 한 것이 일본의 전략"이라면서 "과도기 상황 속에서는 위안부 합의를 착실히 이행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외대 이장희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 실책을 비판하며 "궁극적으로 다자 평화외교로 나아가야 한다. 한쪽 일변도의 외교보다는 다양한 외교를 하고 이를 통해 안보의 영역을 외교로 대체해야 문제가 쉽게 풀린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