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반 전 총장은 팽목항, 5.18묘지, 봉하마을, 서문시장 등을 방문할 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18묘지나 팽목항은 보수진영에게 낯선 장소다. 특히 팽목항은 세월호의 아픔을 그대로 간직한 곳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인정하고 세월호의 아픔을 함께 나누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반기문 전 총장측 핵심 관계자는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반 전 총장의 이런 행보 구상에 대해 "당분간 보수 진보를 떠나 국민속으로 들어가 많이 듣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치권 일각에서 반 전 총장이 민주당 김종인 의원이나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 등을 만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전화로는 인사가 가능하겠지만 정치인들을 먼저 만나지는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겠다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의 이같은 행보는 자신의 대선 출마가 특정 계파나 진영의 권력 유지나 쟁취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난 10년간의 유엔사무총장직 수행을 통해 얻은 경험과 경륜으로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한 것임을 알리고 확산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하나로 모으기에는 국제사회 곳곳을 누빈 자신이 적임자라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의 이런 행보는 자신을 보수라는 협소한 틀안에 가두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탄핵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은 박근혜 대통령과 그를 지지하는 핵심세력, 방계세력들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새누리당이나 바른정당과 함께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반 전 총장에 대한 '짝사랑'을 감추지 않고 있는 새누리당이나 바른정당으로서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긴 하지만 달가울 리 없다.
반 전 총장을 바라보는 각 진영의 시각에도 변화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국민의당 등에서 비문(非文)연대, 반문(反文)연대의 한 축으로 반 전 총장에 비중을 둬 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선(先) 자강론이 힘을 얻고 있다. 바른정당의 한 핵심 의원도 "우리당이 잘 되는게 우선"이라며 반 전 총장을 꽃가마 태워서 모여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