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는 당초 이날 두 사람과 함께 안종범 전 수석 등 비선실세 국정농단의 핵심인물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예정했다.
결정적 증거였던 안종범의 업무수첩과 정호성의 녹음파일 내용이 어디까지 공개될지도 관심이다.
◇ 신문 순서는 (정호성)→안종범→(최순실)…'압박 전략'
증인신문은 이날 오전 10시, 청와대 문건 유출에 관여하고 박 대통령과 최 씨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정호성 전 비서관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검찰이 압수한 정 씨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은 이날 국회 측이 증인신문 과정에서 녹취록 형태로 일부를 직접 제시할 가능성이 높았다.
박 대통령과 최 씨의 대화를 여과없이 공개해 초반 기세를 잡기 위한 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소추위원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검찰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정호성은 공소사실에 대해 대체로 자백해 증인신문이 수월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전 비서관은 전날 밤 10시쯤 헌재 당직실에 불출석사유서를 냈다. 본인 형사재판과 관련이 있고, 오는 18일 법원 공판기일이 잡혀있어 그 이후에 출석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 전 비서관은 자신의 형사재판과 관련된 답변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
또,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 박 대통령을 대면했다고 윤전추 행정관이 탄핵심판에서 증언한 만큼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헌법위배 사유 부분과 관련한 핵심증인이다.
헌재는 정 전 비서관의 사유가 정당한지 따져 강제구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오후에는 안종범 전 수석, 최순실 씨 순으로 증인 소환이 예정돼있다.
이때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벌총수와의 독대 관련 자료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내용이 탄핵심판 법정에서 공개될 수 있다.
이에 맞서 박 대통령 측은 안종범의 수첩, 정호성의 녹음파일 등을 탄핵심판의 증거로 쓸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재판부에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증거조사에 대한 양측 입장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 수사기록이 증인신문 과정에서 법정에 제시되는 것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양측의 희비를 가를 포인트다.
◇ 불출석사유서 낸 최순실…강제구인 때도 침묵할 듯
최 씨는 자필로 쓴 사유서에서 "저와 제 딸이 형사소추 됐거나 수사 중인 사건이 있어서 진술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11일 저의 형사재판이 종일 예정돼있다"고 두 가지 이유를 댔다.
헌재는 이날 오후 4시로 예정된 최 씨 신문을 앞두고 불출석 사유의 정당성을 따진 뒤 강제구인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최 씨가 강제구인 되더라도 증언거부로 일관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최 씨는 검찰에서도 "검사님, 그걸 왜 저한테 물으세요"라며 혐의를 부인하는 수준이 아니라 모르쇠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공개 법정에서는 더욱 완강한 태도로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최 씨가 본인 형사재판을 이유로 증언을 하지 않을 순 있지만, 민간인 최 씨에게는 적용되지 않은 청와대 문건 유출 등에 대해선 답변거부 명분이 부족해 보인다.
또, 비선조직에 의한 국정농단으로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를 어겼다는 박 대통령의 헌법 위배 소추 사유에 대해선 자신의 처벌을 이유로 들 수도 없는 부분이다.
정당한 사유 없이 증언을 거부하면 과태료 부과 처분이 가능하다.
다만, 헌재 재판부가 최씨의 재판 일정 등 불출석 사유를 일부 수긍한다면 다른 기일에 최 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예정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