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잊어주세요'…친박 탈색에 여념없는 與 비례의원들

"친박 공격 가슴 떨린다"던 그들, 이젠 서청원 출당 요구 선봉에

유민봉 새누리당 비례대표와 박완수 의원 (사진=자료사진)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분당(分黨)사태로 촉발된 친박계의 변신이 변화무쌍하다.

새누리당에 인적 청산의 칼날에 친박계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이 정면으로 맞서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했던 유민봉 의원의 행보를 두고 말이 나오고 있다.

유 의원은 지난 8일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 12명이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의 인적 쇄신을 적극 지지하는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유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실패로부터 결코 자유로운 처지가 아니다.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총괄 간사를 거쳐 정부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 수석비서관 가운데 선임 수석을 지냈기 때문이다.

그는 인수위 시절 정부조직 개편을 주도했고, 이후에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의 큰 얼개를 짜는 국정기획수석을 맡았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문화융성'도 그의 손때가 묻었다고 할 수 있다.

유 의원은 이런 박 대통령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지난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12번을 받고 국회에 입성했다. 이른바 진박 비례대표였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친박과 거리를 두며 박근혜 색깔 지우기에 여념이 없다. 급기야 친박청산을 위한 인적쇄신 요구 대열에 동참하기에 이르렀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 사장으로 임명한 박완수 의원 역시 탈박에 앞장서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이정현 대표 당시 사임한 방귀희 최고위원을 이어 지명직 최고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는 '재창당 태스크포스' 단장에 선임돼 인명진 위원장의 쇄신 작업에 발을 맞추고 있다.

새누리 한 초선 의원은 "예전에는 의원총회에서 친박 공격만 나와도 심장이 떨린다고 하던 분들이 이젠 앞장서서 서청원 의원의 출당을 요구하는 걸 보면 의리고 뭐고 없는 것 같다"며 혀를 찼다.

그는 "사실 서청원 의원은 상징적인 인물이지 실제 국정농단에 책임이 있는 전직 장.차관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아예 당을 떠나 다른 곳에 둥지를 튼 '전직 친박' 의원도 있다.

비례대표 17번 김현아 의원은 김희옥 비대위원 시절 대변인으로 발탁되는 등 친박 성향이었다.

이정현 전 대표가 김 의원을 직접 챙기면서 대변인직을 유지했지만 그는 이정현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며 친박계에 반기를 들었다.

의원총회에서도 친박계를 거침없이 비난하던 그는 바른정당(개혁보수신당) 출범 직후 바른정당 회의에 꼬박꼬박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그는 현재 사실상 해당(害黨) 행위를 하며 새누리당에 출당을 요구하고 있다. 비례대표 신분이라 스스로 당을 떠나면 의원직을 잃고 탈당을 해야만 의원직이 박탈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김 의원의 행태는 해당 행위에 해당될 만큼 위중하고 괘씸하다"면서도 "출당시켜주면 신당에 갈 게 뻔하기 때문에 출당 요청에는 절대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당 과정에서 비례대표 의원들이 기존 당적을 유지한 채 새로 만들어진 당에 가 활동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2003년 민주당 분당 때도 일부 비례대표 의원들이 민주당적을 보유한 채 열린우리당에 가서 활동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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