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부는 미국산 계란의 유통기한에 대해선 수입업자가 알아서 판단할 사안이라는 입장으로 품질 관리에 심각한 하자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미국산 계란 수입을 위한 검역증명서와 수입위생증명서 등 서류절차가 모두 마무리돼 8일부터 수입이 가능해졌다고 9일 밝혔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내에선 1개 업체가 미국산 계란 수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단 이번 주 안에 항공기를 이용해 164만개(100톤)를 국내로 들여올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에 도착해서 검역과 위생점검 등 기본적인 수입절차를 밟는데 10여일 이상이 소요돼, 실제 국내 시장에 공급되는 시점은 설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은 "검역 절차 등을 최대한 앞당기면 설 이전에 국내 시장에서 유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산 계란의 국내 소비자 가격은 수입업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되며, 현재 국내산 계란의 소비자 가격인 개당 300원(6일 기준) 수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이처럼 수입된 미국산 계란의 품질이다. 대한양계협회와 산란계 농장 등에 따르면, 계란 유통기한은 일반 상온에서 10여일, 냉장 보관시에는 30여일 정도 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농식품부는 미국산 계란이 LA공항에서 전용화물기를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운송기간은 짧지만, 검역 절차 등을 감안하면 최소 10일 이상은 상온 보관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계란의 신선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현재 우리나라 법규상 계란 유통기한에 대한 명백한 기준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법적으로 정해진 유통기한이 없다"며 "수입업자 책임하에 (유통기한을) 정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AI 발생 이후 국내 하루 계란 생산량은 2700만 개로 줄었다. 이번에 수입되는 미국산 계란 164만개는 6%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미국산 계란이 10여일 후에는 우리나라 시장에 공급되는 상황에서 품질관리 방안 조차 마련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