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유승민도 갸웃하는 潘의 ‘半半’ 정체성

"저급한 수준의 시나리오" "어떤 정책과 가치 추구하는지 말한 적 없어" 평가절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 시계가 빨라지고 있지만 여야 유력 주자들은 반 전 총장의 정체성을 놓고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반 전 총장이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한 상태지만 이렇다할 정국 구상은 제대로 밝힌 적이 없고, 그 주변 인물의 면면을 보더라도 정치적 지향점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 킹메이커들의 잇딴 러브콜...반기문 효과 톡톡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반 전 총장을 '상수'로 놓고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저울질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방한할 때만해도 새누리당 입당 가능성이 거론됐던 반 전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어느 곳에 자신의 정치적 둥지를 틀지를 놓고 고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신년 각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 중 차기 대선 지지율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는 만큼 반 전 총장은 기존 정당과 거리를 둔 채 제3지대에서 범보수·중도 대연합이라는 그림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나올 때까지는 비정규직이나 청년실업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만나며 외연을 넓힌 뒤 대선 직전 보수대연합이라는 합종연횡에 나서는 카드도 유효하다.

여야의 '킹메이커'들의 잇따른 러브콜도 반 전 총장의 고민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가 "국민은 안정감을 주는 지도자를 기대하는데 반 전 총장이 거론되는 것도 그런 연장선"이라고 말하거나,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보수신당과 함께 하길 바란다"고 언급한 것도 반 전 총장의 정치적 무게감을 잘 알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반 전 총장 등 충청권과 뉴DJP 연합에 관심이 있다"며 공개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 안철수·유승민 "연대는 저급한 시나리오" "검증된 적 없다"

반 전 총장의 정치적 무게감과 향후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에서의 '빅텐트'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당장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나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의 평가는 박하다.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율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두 사람 모두 대선 국면이 본격화되면 요동치는 지지율 속에 한판 승부를 벌일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안 전 대표는 8일 반 전 총장과의 연대설과 관련해 "표계산을 해서 이기겠다는 저급한 수준의 시나리오는 더이상 이야기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일축했다.

앞서 지난 5일 미국 출국에 앞서서는 반 전 총장에 대해 박 대통령과 적지않은 관계가 있고 주변 인물들이 개혁적이지 않다는 등 '3 불가론'을 펴기도 했다.

지난 4일 페이스북 글에서는 "자신이 속한 정당에 대한 믿음이나 그 정당 내 대선후보에 대한 믿음 없이 계속 외부만 두리번거리는 정당에 국민들은 믿음을 주지 않는다"고 말해 반 전 총장과의 연대설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유 의원의 경우도 지난 2일 CBS에 출연해 "(반 전 총장이) 정치를 하겠다고 하시는 건지 또 대통령 선거에 출마를 하시겠다는 건지 한번도 제대로 말한 적이 없다"며 "어떤 정책과 이념 가치를 추구하는 분인지 말을 해야한다"고 말해 그의 모호한 언행을 꼬집었다.

이어 "국내 정치뿐만이 아니라 경제, 안보, 사회 여러 분야에 있어서 대통령으로서 꼭 갖춰야 될 상식과 판단, 철학이 있지 않겠냐"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 그 분이 한 번도 말씀하신 적이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진보 진영의 안 전 대표나 보수 성향의 유 의원이 둘다 고개를 갸웃할 정도로 정체성이 불분명한 점은 중도층 확장성 측면에선 장점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수준을 넘어 무색무취한 이미지로까지 비춰진다면 총체적 난국을 돌파할 리더십과 역량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각각 소속정당에서 반 전 총장 영입론이 뜨거운 안 전 대표와 유 의원은 이런 점에 바로 주목해 반 전 총장을 '준비되지 않은 정치 지망생'이나 '검증되지 않은 인물'로 규정하며 집요한 공세를 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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