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가 말을 타야 돈 나와" 삼성-최순실 커넥션의 민낯

특검, '제3자 뇌물죄' 잠정 결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전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 출석을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로 들어서고 있다. 박종민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순실씨와 삼성간 거래에 대해 '뇌물죄' 보다는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리고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결국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이 최순실씨를 지원한 것은 부적절한 것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모르쇠로 함구한 것은 뇌물죄와 연관된 것으로 결론이 나고 있는 것이다.

특검은 이와 관련 9일 삼성그룹 2인자인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을 소환한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사에 앞서 이재용 부회장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특검 관계자는 "삼성 수사는 이미 9부 능선을 넘었다"고 말했다.

특히 "'뇌물죄'와 '제3자 뇌물죄'를 둘 다 검토하고 있지만 제 3자뇌물이 되면 단순뇌물죄는 당연히 그 범주안에 드는 것으로 보고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죄를 적용할지 아니면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에게 적용할 지 여부는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이처럼 3자 뇌물죄 적용이 기정사실화하면서 '삼성은 최순실 사건의 피해자'라고 특검과 국회를 상대로 펼쳤던 삼성그룹의 전방위 로비도 최근들어 시들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삼성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를 통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하는 대가로 삼성 측이 대통령 측근인 최순실(61·구속기소)씨와 딸 정유라(21)씨를 지원하는 등 사실상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이 승마협회를 거치지도 않고 최씨에게 직접 돈을 건넨 점이 거래를 반증하는 것으로 특검은 판단하고 있다.

즉 박근혜 대통령에게 '합병'이라는 부정한 청탁을 통해 제 3자인 최순실씨에게 돈이 건네갔다는 것이다.

특검은 2015년 9월과 10월 최씨가 세운 독일 현지법인 코레스포츠와 컨설팅 계약을 맺고 건넨 돈 35억원과 조카 장시호씨에게 한국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명목으로 지원한 16억원이 모두 '뇌물'에 해당하는 것으로 사실상 잠정 결론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인 최순실씨가 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 기일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 베일 벗는 최순실-삼성커넥션 "정유라는 돈 타내는 하나의 도구"

이런 가운데 삼성그룹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를 집중 지원했지만, 정씨는 최씨가 삼성으로부터 200억원이 넘는 돈을 타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됐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검에서 조사를 받은 삼성과 승마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유라씨는 게을러서 말을 잘 타지 않으려 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정유라씨도 이와관련 덴마크에서 체포된 뒤 인터뷰에서 "독일에 왔는데 갑자기 박원오(승마협회)전무님께서 '삼성이 선수 여섯명을 뽑아서 말을 지원해 준다더라. 타보지 않겠냐'라고 해서 말을 탔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말 탈 의사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과 대한승마협회 중장기 로드맵에는 승마의 국민적 우상(예:골프 박세리,피겨 김연아) 탄생을 적극 지원한다고 적혀 있다. 정유라씨의 태도는 이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다.

따라서 '박세리·김연아 프로젝트'는 애초부터 최씨가 삼성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타내려는 허울좋은 '구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특검 관계자는 "정유라가 말을 타야 돈을 타내는 구조다. 정은 하나의 도구이고 그래야만 (삼성에서) 돈이 계속 입금 되니까 강아지 패드 산 것까지 영수증 처리를 한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최씨가 독일에서 삼성에게 돈을 추가로 받아내려면 '결산'을 해야하기 때문에 무조건 영수증 처리를 해야 한다"며 "그렇다고 말똥 치우는 삽을 구입한 것도 아니고 강아지 패드까지 집어넣은 건 돈을 타내는데 급급하다보니 벌어진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씨가 말 타는 일을 게을리 했다는 사실은 노승일 부장과 최순실씨간 카톡에서도 그대로 민낯이 드러난다. 정유라씨가 승마 훈련을 제대로 하는지 확인하고, 보고용 훈련 일지를 쓰는 일은 모두 노승일 부장의 몫이었다.

최씨는 카톡에서 노 부장에게 "유연 연습 나왔나요?"라고 물었고 "아직 안나왔습니다"라고 대답이 오자 "하루 훈련일지를 만들어서 받아놓으세요. 나중에 훈련일지를 보고해야 돼요"라고 지시했다.

정유라씨가 승마계의 박세리나 김연아가 되기위해 또는 도쿄올림픽을 위해 맹훈련을 하지 않고 말타는 일을 성실히 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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