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별이 된 304명에게 부치는 편지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이틀 앞둔 7일 오후 서울 중구 광화문광장에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로 304벌의 구명조끼가 놓여져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 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 피맺힌 그 기다림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 민중가요 '그날이 오면' 중에서

민중가요 '그날이 오면'은 지난 1985년 전태일 열사의 삶을 다룬 '불꽃' 공연을 위해 만들어졌다. 극심한 고통과 아픈 추억을 지닌 한 사람의 고뇌와 이를 극복하려는 열망을 감동적으로 그려내 지금도 널리 불리우는 노래다. 세월호 참사 발생 1000일을 이틀 앞둔 7일, 제11차 촛불집회 현장에서 이 노래가 울려 퍼진 것은 그래서 우연이 아니다.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 운집한 64만여 시민들은, 304명의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한결같이 싸워 온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이는 동시에 '박근혜 너머'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의식이기도 했다.

평화의나무 합창단과 세월호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합창단이 빚어낸 20여 분에 걸친 무대는 그 다짐을 오롯이 담아냈다. 먼저 무대에 오른 평화의나무 합창단은 민중가요 '어머니'를 통해, 유가족들이 지난 1000일 동안 겪어 온 고통과 비상식적인 국가폭력에 맞선 끈질긴 싸움을 노래했다.

"사람 사는 세상이 돌아와/ 너와 내가 부둥켜안을 때/ 모순 덩어리 억압과 착취/ 저 붉은 태양에 녹아 버리네// 사람 사는 세상이 돌아와/ 너와 나의 어깨 동무 자유로울 때/ 우리의 다리 저절로 둥실/ 해방의 거리로 달려 가누나// 아 우리의 승리/ 죽어간 동지의 뜨거운 눈물/ 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두려움없이 싸워 나가리/ 어머님 해맑은 웃음의 그날 위해"


이어 등장한 성우 김상현이 신경림의 시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를 낭독하자 광장의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아무도 우리는 너희 맑고 밝은 영혼들이/ 춥고 어두운 물속에 갇혀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밤마다 별들이 우릴 찾아와 속삭이지 않느냐/ 몰랐더냐고 진실로 몰랐더냐고/ 우리가 살아온 세상이 이토록 허술했다는 걸/ 우리가 만들어 온 세상이 이렇게 바르지 못했다는 걸/ 우리가 꿈꾸어 온 세상이 이토록 거짓으로 차 있었다는 걸/ 밤마다 바람이 창문을 찾아와 말하지 않더냐/ 슬퍼만 하지 말라고/ 눈물과 통곡도 힘이 되게 하라고// 올해도 사월은 다시 오고/ 아름다운 너희 눈물로 꽃이 핀다/ 너희 재잘거림을 흉내내어 새들도 지저귄다/ 아무도 우리는 너희가 우리 곁을 떠나/ 아주 먼 나라로 갔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바로 우리 곁에 우리와 함께 있으면서/ 뜨거운 열망으로 비는 것을 어찌 모르랴/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보다 알차게/ 우리가 만들어 갈 세상을 보다 바르게/ 우리가 꿈꾸어 갈 세상을 보다 참되게// 언제나 우리 곁에 있을 아름다운 영혼들아/ 별처럼 우리를 이끌어 줄 참된 친구들아/ 추위와 통곡을 이겨 내고 다시 꽃이 피게 한/ 진정으로 이 땅의 큰 사랑아"

◇ "그 아픈 추억도, 짧았던 내 젊음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그날이 오면"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세월호 참사 1000일 11차 범국민행동의날 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오라!'에서 세월호 참사 생존자들이 발언을 마치자 유가족들이 학생들을 포옹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노란색 외투를 입은 416합창단은, 평화의나무 합창단과 합류해 부활의 노래 '네버엔딩스토리'를 합창했다. 세월호 희생자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가사에, 무대 위 대형스크린을 수놓은 세월호 희생자들의 이름과 생전 환한 웃음을 담은 사진들에, 시린 겨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눈물을 훔쳤다.

"손 닿을 수 없는 저기 어딘가/ 오늘도 넌 숨쉬고 있지만/ 너와 머물던 작은 의자 위엔/ 같은 모습의 바람이 지나네/ 너는 떠나며 마치/ 날 떠나가듯이/ 멀리 손을 흔들며/ 언젠간 추억에 남겨져 갈 거라고/ 그리워하면 언젠간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뤄져 가기를/ 힘겨워한 날에/ 너를 지킬 수 없었던/ 아름다운 시절 속에 머문/ 그대이기에"

노래가 끝나고 합창단 뒤편에서 모습을 드러낸 단원고 희생자 시찬 군의 아버지 박요섭 씨는 "기적이라는 것은 우연히 일어나는 것보다 우리 국민이 힘을 합쳐 함께 만들어갈 때 최고의 기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알량한 저들은 국민에게 고통과 참사를 만들어 줬지만, 우리 위대한 국민은 힘을 모아 큰 기적들을 2017년 올해에도 만들어 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올해에는 더욱 간절하게 여러분과 함께 또 다른 기억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라며 말을 이었다.

"우선 올바른 세월호 인양으로 미수습자를 온전히 찾고, 감추려고만 했던 진실들이 완전히 드러나는 기적을 만들고 싶습니다. 또 다른 것은 신속처리법안으로 상정돼 있는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을 꼭 통과시켜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꼭 출범시킵시다. 이것은 국민이 참사를 만든 국가를 상대로 진실을 밝혀낼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며, 안전 사회로 갈 수 있는 길입니다. 또한 특조위가 출범할 때까지 오늘 출범하는 국민조사위가 연결고리 역할을 잘 해줄 수 있도록 힘찬 응원과 뜨거운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생명을 경시한 박근혜와 부역자들, 부패한 기업들이 마땅한 처벌을 받고 하루라도 빨리 대통령을 우리의 손으로 뽑는 기적을 우리 힘으로 2017년도에 만들어갑시다."

그는 "지금 여기 무대에 서 있는 416합창단과 평화의나무 합창단이 불러드릴 곡명은 '그날이 오면'"이라며 "여기 계신 여러분 모두가 저마다 간절하게 원하는 그날, 우리가 원하는 그날들이 꼭 2017년도에 왔으면 좋겠습니다. 1000일 동안 잊지 않고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 너무 보고 싶은 아이들만큼, 여러분을 많이 사랑합니다"라고 전했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 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 짧았던 내 젊음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한밤의 꿈은 아니리/ 오랜 고통 다한 후에/ 내 형제 빛나는 두 눈에/ 빛나는 눈물들/ 한줄기 강물로 흘러/ 고된 땀방울 함께 흘러/ 드넓은 평화의 바다에/ 정의의 물결 넘치는 꿈//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내 형제 그리운 얼굴들/ 그 아픈 추억도/ 아 피맺힌 그 기다림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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