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는 새해 들어 순풍에 돛을 달고 있는 모습이다.
새해 들어 닷새 동안 22포인트(1.1%)가 오르면서 3개월만에 2,050선에 근접했다.
외국인은 지난해 12월 26일부터 8일째 계속 ‘사자’세를 보이며 1조1,129억원을 순매수했다.
새해는 코스피가 수년간 우리 증시를 짓눌러온 박스권에서 빠져나오리라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 박스권 : 주식시장의 공식 용어는 아니다. 박스권을 어떻게 잡느냐도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코스피가 지난 2011년부터 몇 차례의 이탈은 있었지만 대체로 1,900선에서 2,100(혹자는 2,150)선 안에서 오르고 내리는 것을 반복하고 있는 현상을 지칭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지난 5년간 박스권 탈출을 전망해 본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올해는 탈출하리라고 전망한다”고 말했다.
“(박스권 탈출을 위한) 에너지가 그동안 충분히 축적돼 있다고 본다. 거기에 불을 당겨준 것은 트럼프다. 트럼프가 들어오면서 오랜 기간 침체를 겪었던 미국 경기도 긍정적인 전망으로 바뀌고 있다. 절대 심리는 무시 못한다.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경제가 달라진 것은 없는데 금리가 급등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심리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관찰했다. 심리가 바뀔 때 행동이 달라진다. 또 다른 요인은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채권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들어올 것으로 본다. 이런 요인으로 볼 때 올해 코스피가 박스권 상단인 2,100선을 한번은 돌파할 것으로 본다”고 황세운 실장은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도 낙관적인 기대가 많다.
대체로 글로벌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우리 기업들의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서고 기업의 실적도 좋아질 것이란 점에 의견이 모아진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회복국면에 있다. 제조업들이 지금까지는 디플레이션 환경에 노출돼 있었는데 이제는 인플레이션 기대로 바뀌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오늘보다 내일이 가격이 비쌀 것이기 때문에 투자하고 재고를 쌓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따라 제조업 전반적으로 수요가 회복되는 국면에 있다. 최근 우리 수출이 좋아지고 있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분명히 분위기는 바뀌고 있다. 수출은 올해 3년만에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상장 기업의 수익에도 반영된다. 수출업종의 개선은 외국인의 수요를 자극할 것이기 때문에 수급측면에서도 나쁘지 않다. 올해는 박스권을 벗어나 2,250선까지는 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위원도 “올해도 저성장 국면은 이어지지만 2016년을 저점으로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반등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며 특히 이런 글로벌 성장률의 반등을 우리나라 수출 중 60% 가량을 차지하는 신흥국이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 더욱 고무적이다. 올해 수출은 3년만에 플러스 전환이 예상되고 우리 기업들의 이익 뿐만 아니라 매출액 역시 작년에 비해 개선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 증시는 2011년 이후 지속돼온 박스권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류용석 KB증권 WM리서치부 연구원은 “올해는 글로벌 전체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이나 이머징 쪽에서 경제성장률이 작년보다 높아지고 교역여건이 좋아져 수출규모가 늘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특별하게 환율여건에 대한 큰 변동만 없으면 작년과 올해 누적된 기업이익이 주가에 반영되서 7,8월 중에 2,200선 정도도 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런 낙관적인 기대를 막는 변수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금리인상, 유럽의 정치지형 변화, 국내 정치상황 등이 주요 변수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과정에서 줄곧 미국의 이익을 내세우며 보호무역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있다.
오는 20일 트럼프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보호무역주의 강도를 얼마나 세게 가져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미국의 이익을 위해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고 나선다면 우리 수출 전선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질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는 중국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고, 그럴 경우 중국을 가장 큰 교역 상대국으로 두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중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도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두 차례 이하로 완만하게 진행될 전망이 지배적이었는데, 연초에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12월 회의록이 공개되면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오른다면 국내에 투자된 외국자본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고 가계와 기업부채 규모가 큰 우리 경제에는 빨간 불이 켜지는 것이다.
유럽의 정치지형은 올해 중요한 분기점을 맞는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논의가 본격화될 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독일의 대선과 총선이 있어서 극우파가 득세할 경우 제2의 브렉시트와 같은 혼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 탄핵 국면 속에 있는 국내 정치 상황도 큰 변수이다.
탄핵심판 절차가 늦춰지면서 조기대선에 차질이 생길 경우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투자심리도 얼어붙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변수에 따른 리스크를 감안할 때 올해 증시가 박스권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증시에는 변수가 많다. 트럼프 신정부에 대한 기대심리로 주가가 계속 오르고 있지만 미국 이익 중심으로 하는 보호무역주의와 거기에 맞물리는 환율관계, 이런 부분이 어떻게 진행될 지 모른다. 여기에 중국과의 외교관계도 있다. 경제외적인 갈등이 심화 되면 경제 쪽에서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된다면 성장률과 기업이익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미국 금리인상도 빨라질 수 있다. 이런 조건들이 우리 입맛에 맞게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리스크를 감안하면 올해는 박스권을 강하게 돌파하기 보다는 상단 수준에서 고점을 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