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울리기', 그 어려운 걸 '위켄즈'가 해 냅니다

배우 박진희 "'다름'이 반짝반짝 빛나는 사랑스러운 영화"

지난달 22일 개봉한 '위켄즈' (사진=친구사이 제공)
모든 영화가 그렇지만, 더더욱 관객들의 발걸음을 기다리는 영화가 있다. 2003년에 만들어진 게이 합창단 지 보이스(G_Voice) '아주 특별한 주말'을 담은 영화 '위켄즈'(감독 이동하, 제작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위켄즈'는 2016 홍콩 레즈비언&게이 영화제와 2016 스웨덴 시네마 퀴어 국제 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됐고, 2016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관객상을 수상하는 등 해외 영화계가 먼저 '주목'한 영화다.

나이도 직업도 다양한 성소수자들이 지 보이스라는 합창단 활동을 하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성장하고 치유하는 과정이 잘 드러나 있는 '위켄즈'는,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의 선입견 속에 존재하는 '게이'들이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특별함을 지닌 영화다.

5일 오후, 서울 CGV 아트하우스 압구정 안성기관에서 '배우 박진희와 함께 하는 위켄즈 시네마톡 행사가 열렸다. 배우 박진희, 영화 칼럼니스트 김세윤, 이동하 감독, 지 보이스 음악감독 재우, 지보이스 바리톤 상민이 참석했다.

◇ 단원들이 '너무 안 싸워서' 어쩔 수 없이 늦어진 영화

'위켄즈'는 2009년부터 준비했는데 2016년 12월에야 개봉했다. 당초 지 보이스의 10주년이 되는 2013년에 맞춘 '음악 다큐'를 목표로 진행했으나, 10주년 기념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무도 안 싸워서', 그래서 '이걸론 다큐를 만들 수 없다' 싶어서 제작기간이 길어졌다는 게 이동하 감독의 설명이다.

이 감독은 "매년 지 보이스 정기공연을 촬영하고 편집해 단원들에게 상영하는 일을 하다, '우리들 얘기가 참 재밌고 버라이어티하니 기록하면 좋지 않을까' 라고 누군가 얘기해서 시작했다. 그런데 '누가 카메라 앞에 얼굴을 까고(드러내고) 나올 수 있느냐 하는 게 초기의 가장 큰 한계였다. 다행히 '나도 해 볼래'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정도의) 인원이 모였다"며 "보통 공연을 준비하면 연습량이 많아져서 단원들끼리 엄청 싸운다. 결국 화해하고 성황리에 공연을 잘 마친다는 게 (구상한) 시놉(시스)이었는데 그해에 아무도 안 싸웠다"고 말하며 웃었다.

5일 오후, 서울 CGV 아트하우스 압구정 안성기관에서 '배우 박진희와 함께 하는 위켄즈 시네마톡' 행사가 열렸다. 이동하 감독(가운데)가 관객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수정 기자)
박진희는 게이 네 명의 커밍아웃 스토리를 담은 '종로의 기적'(2010, 감독 이혁상)을 보고 '지 보이스'와 인연을 시작해 이날 '시네마톡'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박진희는 "'종로의 기적'을 보고 제가 감정적으로 너무 동요했다. 한창 트위터 할 때여서 바로 감독님 팔로하면서 꼭 뵙고 싶다고 했는데 메시지가 왔다. 우연히 뒷풀이 초대받아서 지 보이스를 알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종로의 기적'에서) 제가 굉장히 공감하는 면이 있었다. 소수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남 얘기 같지 않은 지점이 있었다. 사실 배우라는 직업은 어디에서나 '드러내야' 하는 직업이지 않나. 그런데 제 개인적인 인생이나 가족사는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예를 들어 가난했던 시절이라든지… 제가 가난하고 싶어서 가난한 건 아니었는데 어릴 땐 제 잘못 같았다. 그런 과정에서 제가 소외받거나 인정받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울분이 쌓였나 보다"라며 "제 어린시절의 무언가가 반영된 것인지 제가 평소에 갖고 있었던 불합리함이 제 맘을 동요시킨 건지 잘은 모르지만, 그런 메시지 충분히 담고 있어서 끌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 두려움 반, 기대 반… 그래도 "한 명이라도 더 봤으면"

성소수자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위협하는 '혐오 세력'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지 보이스 단원들이 세상 앞에 얼굴을 내보이는 일은 당연히 쉽지 않았다. '위켄즈'에도 퀴어 퍼레이드에 어깃장을 놓는 사람들,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의 공개 결혼식에 똥물을 뿌리는 사람들 등이 등장한다. 영화가 개봉한 지금도, 단원들은 영화가 잘 되는 것의 기쁨과 그만큼 자신이 많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영화 개봉 전후 변화가 있느냐는 관객의 질문에 상민은 "특별하게 확 바뀌진 않았다. 저는 지 보이스를 별 생각 없이 들어왔고 별 생각 없이 형들 따라 무대에 올라가고 야외공연도 가고 그랬다. 형들과 다녔던 그 시간들 때문에 마음이 변했던 것 같고 그래서 우리 영화도 나온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위켄즈' 개봉 때에 맞춰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고모님께 연락이 와서 너무 무서웠다. 다행히 안부 묻는 전화였지만"이라며 "지 보이스를 하면서 큰 문제의식 없이 형들이랑 지내며, 내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지내왔다. 어떻게 보면 무서운 환경에 놓인 건데, 그때마다 형들이 있어서 그런지 이상하게 든든하더라. 옆에서 같이 지켜주고 힘낼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나를 공개하는 것이) 좀 더 두렵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위켄즈'의 스틸 사진 (사진=친구사이 제공)
재우는 "저는 지 보이스 활동을 오래 했고 나이도 많으니 동생들을 챙기고 독려하면서 한 명이라도 (영화에) 얼굴 더 나오게 하는 입장이었다. 제 개인적인 두려움도 있었으나, 제가 용기내지 않으면 동생들이 따라올 수 없고 이 영화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감동과 의미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명이라도 더 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시네마톡'에는 '위켄즈'를 6번째 관람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관객도 있었다. 그는 "만 명을 돌파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내일 것도 예매해 놨는데, 만 명 돌파 시 공약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 감독은 곧장 "저는 뭐든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재우는 "까만색 옷을 입히고 드랙(여장) 춤을 추게끔 만들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현재 '위켄즈'의 관객은 2788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1월 6일까지 집계치)이다.

◇ 반짝반짝 빛나고 사랑스러운 '다름'을 담은 영화

박진희는 "'다른' 것은 달라서 되게 멋있는 것 같다"며 '위켄즈'를 "'다름'이 반짝반짝 빛나고 너무 사랑스럽게 그려진" 영화라고 바라봤다. 이어, "이렇게 응원하고 애정하는 사람들이 있고 조금 '다른' 걸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영화 속에 나온 주인공들과 영화엔 나오지 않았지만 외면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세윤은 "즐겁게 울리는 건 쉬워보이지만 사실 어렵다. 많은 영화에서 제작자들이 시도하지만 잘 되지 않는데, 그 어려움을 해 내는 영화"라고 평했다. 또, "소설을 본다는 건 어쨌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보려고 하는 것 아니겠나. 살아보지 않았던 (삶의) 무게나 그늘을 짐작해 보려는 것"이라며 "연민으로 시작된 관계의 해피엔딩은 연대라고 생각한다. 지 보이스가 쌍차 투쟁 현장과 세월호 참사 추모 현장에 가는 것처럼. 자신이 성소수자가 아니어도 이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하나의 '연대 행위'라고 본다. 만 명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10년 뒤 '위켄즈 2'가 나온다면 어떤 내용이 담길지 묻는 관객의 질문에 이 감독은 "아직 계획은 없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리 목표는 '동남아 순회공연'이라고 하는데, 10년 뒤 또 기록된다면 그런 모습이 담기면 좋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재우는 "10년 뒤에 꼭 만들어졌으면 좋겠고, 멤버들이 많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거들었다. 이들의 바람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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