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1000일을 이틀 앞두고 열린 이날 집회에는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은 물론 생존 학생까지 2년 만에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 세월호 유가족·미수습자 가족·생존학생까지
집회를 주최한 1600여 개 시민사회단체연합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6시 기준 광화문광장 주변에 50만 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는 세월호참사 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뤄졌으며, 광장에는 "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오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특히 그동안 촛불집회에 줄곧 나오던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은 물론이고 참사 당시 배에 타고 있던 생존 학생 9명도 참가했다.
생존자 장혜진 학생은 "그동안 저희가 살아 나온 것이 유가족분들께 죄지은 것 같아 두려워 숨고만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분들은 오히려 저희를 걱정하고 응원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용기를 내겠다"며 "나중에 친구들 다시 만날 때 부끄럽지 않도록, 너희를 멀리 떠나게 한 사람들 죗값 치르게 했다고 꼭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집회 중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합창단 및 평화의나무합창단은 '네버엔딩스토리', '그 날이 오면' 등의 노래를 함께 불렀다. 이를 지켜본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미수습자 가족 허흥환(다윤 양 아버지) 씨는 "아직 팽목항에는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마지막 1명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꼭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본집회에 앞서 이날 오후 5시쯤 같은 장소에서는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후신 격인 국민조사위원회 발족식이 개최됐다.
유가족이자 4·16 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 장훈 씨는 "팽목항에서 내 아들 준형이를 떠나보내고 돌아온 이후로 제게 그동안의 천 일은 천 번의 4월 16일이었다"라며 "우리 달력이 넘어가려면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인숙(故임경빈 군 어머니) 씨는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특조위는 정부 방해로 흐지부지 끝났지만 국민조사위는 어떤 방해공작이 있어도 끝까지 갈 것"이라며 "가족들 옆에 촛불 국민들이 있어 진상규명은 반드시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2014년 4월 16일을 다시 기억하는 한편, 대통령의 책임을 지적하며 분을 삼키지 못했다.
아버지와 함께 경기도 김포에서 나온 장대건(28) 씨는 "세월호참사는 청와대가 분명히 재난의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대통령의 부재가 컸던 인재"라고 성토했다.
경기도 고양에서 온 송승하(45·여) 씨는 "저희는 다 기억하고 있는데 본인만 기억을 못 한다고 하니까 너무 비참한 생각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본집회 이후 지난 집회 때와 마찬가지로 청와대, 총리 공관, 헌법재판소 등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선두에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사진을 든 유가족이 섰다.
탄핵을 반대하는 단체들도 서울 시내 곳곳에서 맞불집회를 열었다.
박 대통령 팬클럽 박사모 등 50여 개 단체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앞에서 맞불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오후 2시 기준 100만 명이 모였다고 주장했으며 집회 후 최순실게이트를 수사중인 박영수특검 사무실이 있는 대치빌딩 앞까지 행진했다.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은 같은 시각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탄핵을 기각하고 손석희를 구속하라"고 밝혔다.
이 단체 대표 서경석 목사는 "12일 오후 2시 검찰청 앞 도로에 드러눕는 '시민불복종운동'을 하자"고 제안하는 한편, "우리가 새누리당을 접수하기 위해 이번 달 안으로 30만 명이 가입할 수 있도록 하자"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