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의 위기였던 서청원 의원은 6일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의 비대위 구성을 가로막는 반격을 가했다. 친박계 강경파는 내친 김에 인 위원장을 교체하고, 새로 비대위를 구성하는 수습책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 위원장은 비대위 구성을 위한 상임전국위원회를 추진하려다 무산되면서 상처를 입었다. 상임전국위를 열지 못하자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핵심 친박 의원들을 징계하려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반면 싸움에서 한 발 물러서 있던 최경환 의원은 수혜를 입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분란의 결과 서 의원이 무릎을 꿇고 탈당하거나, 서 의원과 인 위원장이 동반 퇴진하더라도 최 의원은 끝까지 당에 남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 지도부는 상임전국위 무산을 서 의원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했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회의장에서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방해하는 세력들이 있다"며 "반대 작업 때문에 들어오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 의원의 배경에 최 의원의 조력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해석이 엇갈린다. 정족수를 미달시키는 방식을 썼는데 친박 실세인 최 의원이 움직였다면 출석 인원이 더 적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회의에는 상임전국위원 51명 중 26명이 와야 정족수가 채워지는 상황에서 24명이 왔다. 지난해 5월 친박계가 현재 개혁보수신당 소속인 김용태 의원의 비대위원장 카드를 무산시킬 때보다 많은 의원이다.
반대로 최 의원이 겉으론 '2선 후퇴' 원칙으로 행동하지 않은 듯 보이지만, 뒤에서 흐름을 주도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비대위 핵심인사는 청와대 개입설(說)을 제기했다.
최 의원 개입설은 인 위원장과 서 의원의 혈투로 그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계산 때문에 퍼지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번 사퇴의 귀결이 인 위원장과 서 의원의 동반 퇴진으로 귀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말쯤 두 사람 사이의 회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최 의원에 대한 인적청산 움직임은 종료될 공산이 크다.
친박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서 의원 입장에선 인 위원장만 물러나면 자진 탈당으로 명예를 찾을 길이 열린다"며 "비대위는 새로 꾸리고 인적청산을 최소화 해 당을 봉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초 최 의원은 인 위원장의 영입에 가장 반대하는 편에 서 있었다. 오히려 서 의원이 이번 분란을 계기로 절친했던 인 위원장과 척을 지게 됐다. 서 의원은 "탈당하라"는 인 위원장의 요구가 정당법 위반이라며 검찰 고소와 윤리위 제소 방침을 피력했다.
인 위원장의 선택지는 상임전국위를 재소집해 비대위 구성을 재도전하거나 오는 8일 사퇴하거나 두 가지밖에 없다.
1차 회의 때 24명이 참석했기 때문에 일부 상임전국위원을 사퇴시켜 정족수를 줄여주는 대안도 제기된다.
하지만 '꼼수'라는 지적이 가능해 쇄신의 명분이 약화되고, 이미 한 차례 무산됐던 회의를 다시 추진하다가 친박계 수뇌부의 더 큰 저항에 부딪힐 것이란 비관론이 제기된다.
때문에 인 위원장과 정우택 원내대표 등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친(親) 반기문' 세력이 대구‧경북(TK)을 중심으로 한 새누리당의 본류에 패배하는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이럴 경우 서 의원과 인 위원장의 싸움은 친박계 핵심과 범(凡)친박의 2차전으로 귀결될 수 있다. 새누리당과 개혁보수신당(가칭)의 분당에 이은 '2차 분당사태'를 전망하는 배경이다.
친박과 범친박이 각각 선호하는 대권주자는 황교안 국무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으로 나뉜다. 여권 관계자는 "서 의원과 최 의원을 쳐내려 했던 반기문파와는 더 이상 한 배를 같이 탈 수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