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조능희, 이하 MBC본부)에 따르면 최기화 보도국장은 6일 아침 편집회의에서 곽동건, 이덕영, 전예지 기자에게 오는 11일까지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들은 2013년 12월 입사한 '마지막' 신입기자들로, 지난 4일 김장겸 보도본부장과 최기화 보도국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부탁하는 '반성문' 동영상을 올린 주인공들이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7. 1. 5. 중징계 위험 무릅쓰고 '반성문' 올린 MBC 막내기자들)
최 국장은 또한 "태블릿 PC 보도가 뭐가 문제인가"라며 격노했다. 막내기자들은 반성문 동영상에서 검찰이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것이 맞다고 결론 내렸음에도, 태블릿 PC를 계속 문제 삼는 MBC 보도를 지적한 바 있다. 태블릿 PC를 입수해 첫 보도를 낸 JTBC가 취재·보도 과정을 공개했음에도, MBC는 일부 새누리당 의원과 극우 세력들이 제기하는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시청자들을 향해 반성문을 쓴 막내기자들에게 경위서 제출 요구를 한 것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경위서를 내는 데서 그칠 수도 있으나, 경위서 제출은 대개 징계를 위한 인사위원회를 염두에 두고 선행되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당장 40기 기자들(강나림·고은상·김재경·박종욱·서유정·송양환·오현석·장인수·정진욱·조국현·조재영·조현용)은 실명으로 성명을 내어 최 국장의 결정을 비판했다.
이들은 "막내들이 만든 영상 자체가 일종의 경위서다. 시청자들에게 제출한 경위서"라며 "최순실 사태 이후 우리 뉴스 시청률을 살펴보십시오. 징계는 이미 시청자들로부터 받고 있다. 쓴소리에 귀 기울이고,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저희도 후배들의 심정에 백분 공감하고 있다. 조직의 손발과 같은 이들을 억누를 것이 아니라 뉴스를 회복시키자며 보듬을 일"이라고 꼬집었다.
MBC본부 민실위 이호찬 간사는 "(기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누가 누구에게 화를 내고 경위서 제출을 요구하나. 보도국장에게선 일말의 염치도 찾아볼 수 없다"며 "반성하는 동영상은 오히려 본부장과 국장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부 구성원들은 경영진의 결정을 비판하는 한편, 엄혹한 시기에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고 MBC를 비판한 막내기자들에게는 응원과 격려를 보내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전국지부 조합원들은 막내기자들을 향한 응원 메시지를 엮은 동영상을 만들어 공개했다.
"MBC 막내기자들의 고백, 지금 MBC 현실에 이마저도 쉽지 않았습니다. 용기를 낸 MBC 막내기자들을 전국MBC 조합원들이 응원합니다. MBC뉴스 더 욕하고 비난해 달라, MBC 공채막내기자들의 용기를 응원합니다. 그리고 온몸과 마음을 다해 함께합니다. 국민 여러분, 시청자 여러분,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은 2%25대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용기는 200%25입니다. 저희는 내부에서 MBC를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시청자 여러분, MBC를 아직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공영방송 MBC는 권력의 품이 아닌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공정방송을 위해 끝까지 싸워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