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씨는 지난 2일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작은 아들을 태우고 집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갑자기 굉음을 내며 차량이 급발진해 주차장을 들이 받았다"며 "테슬라 측이 사고기록 데이터도 제공하지 않은 채 제가 100% 가속페달을 밟았다고 책임을 떠넘겨 다른 피해자들을 모아 급발진 집단 소송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테슬라 측은 이에 대해 "손씨가 회사가 급발진 사실을 인정하고 금전적인 보상을 제공하지 않으면 한국에서의 유명인 입지를 이용해 테슬라 브랜드에 타격을 주겠다고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손씨는 "자식을 옆에 태우고 벽으로 돌진하는 아버지가 세상에 어딨겠냐"며 테슬라 측의 무책임한 태도에 불만을 토로했다.
테슬라는 '전기차의 애플'로 불리며 혁신적인 업체로 명성이 높다. 한 번 충전으로 300㎞ 이상을 주행할 수 있고, 제로백은 명품 스포츠카 못지 않은 불과 3~6초 안팎의 성능을 보여준다. 최근 자동주행에 이어 완전자율주행 기술까지 선보이는 등 미래 자동차 기술의 리더로 추앙받고 있다.
하지만 손씨의 급발진 사고 주장으로 다시한번 테슬라 전기차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급발진 신고차량은 2011년 34대에서 2012년부터 100건 이상으로 급증하는 등 지난해 7월말 기준 482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 고객 중 사전 경고 없이 급발진 사고를 신고한 사례가 7건이고, 추가로 3건이나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손씨가 보유한 모델 X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모델 X는 1만6024대가 팔렸다. 1600대당 1대 꼴로 미국항공우주국(NASA)가 2011년 도요차 급발진 사례를 분석해 NHTSA에 제출한 보고서 기준 미국 자동차 평균 급발진 사고 비율인 10만대 당 1대 꼴의 62배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과 노르웨이, 프랑스 등에서 모델 S에서 배터리 문제로 의심되는 화재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
지난해 5월에는 미국 플로리다 주 윌리스턴에서 오토파일럿 자동주행 모드로 주행 중이던 모델 S가 트레일러를 인지하지 못하고 제동이 되지 않아 운전자가 사망하는 최초의 사고가 발생했다. 테슬라 측은 차량의 센서가 트레일러의 하얀색 면을 하늘로 인식해 자동주행 모드가 이를 피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펜실베니아 주 유료고속도로(턴파이크)에서 오토파일러 자동주행 모드로 운전하던 모델 X가 도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와 동승자는 무사했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또 하나는 자동주행 시스템이다. 아무리 뛰어난 컴퓨터 프로그램이 탑재되어 있다고 해도 다양한 교통 환경과 주행 환경, 특히 돌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완벽한 제어가 어렵다는 것이다.
한 소프트웨어 전문가는 "자율주행 전기차를 스마트폰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고 말했다.
그는 "기계식 전화에서 본격 스마트폰이 등장하는데 100여년이 걸렸지만 기술 발달로 불과 10년도 안돼 스마트폰은 뛰어난 성능을 가진 일상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며 "하지만 여전히 배터리 문제와 함께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오류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처럼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도 규모만 다를 뿐 같은 문제에 당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1년 넘게 테슬라 전기차를 몰았다는 미국 교민 안주혁씨는 "테슬라 전기차는 나무랄데가 없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발생한 사고나 사후처리 논란 때문에 가족과 상의해 한국에서처럼 별도의 차량 블랙박스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테슬라는 한국 사이트를 지난해 말 먼저 오픈했다. 공식 매장은 올해 초 경기 하남에 위치한 스타필드하남과 서울 청담동에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자동차 제작사 인증 문제로 개장 시점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