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헌재까지 농단하는 朴 측근들의 오만방자함

핵심증인 일제히 불출석, 윤전추는 "모르쇠"…法 어기고 法 보호 받는 비선실세

(사진=자료사진)
비선실세는 '법 위에 선 괴물'이었다. 입법부도 사법부도 비선실세 앞에선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존재'에 불과했다.

5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국정농단의 핵심 증인으로 채택된 이른바 '문고리 3인방' 가운데 안봉근, 이재만 전 비서관은 나타나지 않았다. 헌재는 최순실씨의 개인비서 역할을 하면서 국정 농단 조력자로 의심받는 윤전추·이영선 행정관도 불렀지만 윤 행정관만 출석했다.

헌재는 지난 2일 이들 4인방에게 증인출석 요구서를 발송했다. 그러나 이재만, 안봉근 전 비서관은 자택으로 전달된 요구서를 모두 '폐문부재'(문이 잠겨 있고 사람이 없음)라는 이유로 회피했다.

"요구서를 받지 않으면 증인출석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헌재는 인편 전달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휴대전화 연락도 닿지 않았다. 사실상 '잠적'이었다

윤전추·이영선 행정관은 청와대 동료 직원이 요구서를 수령했다. 그러나 이 행정관은 이날 오전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나타나지 않았다.

헌재는 물론,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국정농단 핵심 증인들이 출석해 '국정 공백과 혼란을 하루라도 빨리 끝낼 수 있기'를 바랐지만, 법망 역시 이들에겐 한낱 '농단 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동안 국운이 걸린 정책, 정치적 대립이 심한 사건에서 헌법 수호의 권위로 결단을 내려온 헌재조차 "국가 수장을 주축으로 한 국정농단 주역들 앞에선 존엄성과 존재감을 잃었다"는 자괴감 섞인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국정 공백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국민과 헌재의 바람과 달리 이들은 끝까지 박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해서만 움직였다.

탄핵 시계 바늘을 최대한 붙잡고 늘어져 시간을 끌면서 "여론이 가라앉기를 기다리겠다"는 박 대통령의 꼼수에 장단을 맞추면서다.

이들은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도 불참해 '국조 농단'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지난 1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궤변만 늘어놓던 박 대통령은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나머지 비선실세 조력자들도 앞서 열린 청문회에서도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무더기 불참했다.

국정농단 일행의 헌재 불출석과 '모르쇠' 답변으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향후 헌재의 심리 일정에 큰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미 많은 국민들은 실망감과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민주주의 토대 위에 세워진 입법, 사법, 행정 기관들은 세금 꼬박꼬박 내고 법 잘 지키는 서민들에게만 두려운 존재였을 뿐, 초헌법적 권리를 누리는 '법 위에 선 실세'들에겐 국회든 법정이든 특검이든 그저 우스울 따름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자들의 청문회 불출석, 위증에 이어 특별검사팀 소환 요구 불응, 헌재 증인 심판 불응 등의 법과 국민을 우롱하는 태도는 청와대가 권력이 사유화된 장소임을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대통령이 거짓말을 하다보니 이를 덮기 위해 모두가 더 큰 조작과 입단속을 해야하는 상태로 치닫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2차 변론기일인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윤전추 행정관이 증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유일하게 헌재에 모습을 드러낸 윤전추 행정관은 "모른다, 기억이 안난다"는 기억상실증 현상을 보였다.

윤 행정관은 대통령 전속 미용실 원장이 청와대에 온 것은 기억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서는 "박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신 "개인 업무나 비공식적인 일을 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박 대통령이 헌재의 요구에도 반드시 숨겨야만 하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박 대통령은 정윤회 문건 사태나 통합진보당 해산 등 위기가 닥칠 때마다 "헌법과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헌법과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집단이 누구인지는 이제 국민들이 모두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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