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권교체, 조기대선…남북 해빙기는 언제쯤?

[신년기획] 올해 남북관계 격랑 속으로…탄핵 정국까지 겹쳐 정부 역할 중요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다가오면서 국제정세의 대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남북과 북미관계 또한 예측불허의 격랑 속에 빠져들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제재·압박의 기존 강경책을 고수할 뿐만 아니라 일각에서 거론되는 선제타격 등 '군사적 옵션'까지 동원할 경우 한반도 전체는 재앙적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반면 일반적 예상을 깨고 전향적 대북 접근을 시도할 경우에는 10년 가까이 악화일로를 걸어온 남북관계는 해빙의 호기를 맞게 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재 결정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지고 정권이 교체될 경우 이런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당선으로 불확실성↑…대북 정책 다양한 변화 예상

북한 김정은 제1비서 (사진=노동신문/자료사진)
선거과정에서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북한에 대한 강경입장을 보이면서도 클린턴과 달리 북한과 직접 협상을 거론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지난 2000년 펴낸 저서 '우리에게 걸맞은 미국'에서 "북한의 원자로를 정밀타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재래식 무기를 이용해 북한의 목표물을 타격하는 명령을 내릴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지난해 2월 한 토크쇼에 출연해서는 "중국이 어떤 형태로든 그 자(김정은)를 빨리 사라지게 하도록 만들겠다"는 돌출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난 6월 애틀란타 유세 과정에서는 "만일 대통령이 될 경우, 북한을 방문할 계획은 없지만 대신 김정은을 미국으로 초청해 같이 햄버거를 먹으면서 협상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대한반도 정책이나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안이 제시된 게 거의 없다. 북한문제에 있어 트럼프의 발언은 양극단을 넘나든다. 따라서 어떤 형태든 우리나라의 대북정책이나 한미관계에 있어 불확실성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 트럼프, 강경책 고수할 경우 '냉각' 불가피…한반도 '위기감' 고조될까?

(사진=자료사진)
지난해 초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도발로 인해 우리 정부는 남북교류 협력의 상징이자 실질적인 토대인 개성공단을 폐쇄했다. 북한은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대화의 채널을 모두 끊고 공단내 남측 자산을 몰수했다.

미국 대선을 목전에 둔 시점부터 현재까지, 남북관계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경색된 모습이었다.

정부의 이러한 기조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원칙과 맥을 같이 하며 힘을 얻었다. 미국은 독자 대북제재안까지 발표하고 한국에 각종 전략무기를 보내며 압박에 일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익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가 오히려 북한에 대해 더 강경하게 대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트럼프 진영의 외교안보 핵심 요직은 대북 강경파로 채워졌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는 대표적 매파인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 국장이 내정됐고, 국방장관 내정자인 제임스 매티스도 성향이 비슷하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만일 북한에 대화를 시도해 호응하지 않을 경우 (이전보다 더) 강력한 군사적인 옵션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트럼프가 표방하는 세계 전략의 핵심이 '힘을 통한 평화' 기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만일 미국이 더 강력한 제재 압박 기조로 나오고 북한이 이에 반발한다면, 우리 입장에선 북한의 핵 위협을 더욱 통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미국이 중국과 한껏 각을 세우며 대립관계를 형성해가고 있어, 우리나라가 미중 사이에서 외교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상대적 약소국인 우리로선 가장 피해야할 신냉전 구도가 재연됨으로써 위기감이 고조되는 것이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해 말 발간한 '안보정세 평가 및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이 도발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대 중국 압력 강화와 선제 타격론 제기 등으로 대북 압박 외교를 전개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미·북 간 '강 대 강' 대립구도가 형성돼 한반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3차 북핵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 '변화' 추구한 트럼프…연일 '대북강경책' 피로도로 '훈풍' 불 수도?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사진=유튜브 캡처)
다만 트럼프가 '변화'를 추구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현 오바마 행정부의 동아시아 정책이 개입, 확대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 트럼프의 경우는 재균형을 시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 교수는 "미 정부가 이전에는 대북 문제를 대중국 정책의 일환으로 활용했는데, 그렇지 않고 큰 틀에서 미국 중심으로 가면서 (미국에 위협이 되는) 북핵 문제에 접근한다면 오히려 (주변 문제를 제외하고) 북핵문제에 집중할 수 있게 돼 오히려 쉽게 풀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섣불리 도발하지 않고 미국과 우회적으로 접촉하면서 새 행정부의 정책을 탐지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만큼, 트럼프가 언급한대로 북한과 미국의 대화가 이뤄진다면 북미·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 수도 있다.

지난해 초부터 줄곧 이어진 강력한 대북 제재 국면에 대한 국제사회의 피로도가 커지고 있다는 점 역시 이같은 예상을 뒷받침한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해 1월과 2월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대북제재 결의 2270호를 채택했고,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대북제재 결의 2321호까지 채택했지만 중국의 미온적인 자세 등을 이유로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대북제재 강화의 한계가 어느 정도 드러나 있는 상황이어서, 북핵 협상 국면으로 급선회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그간 트럼프 당선자의 변화 기조, 유연한 대화를 강조한 부분을 볼 때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이란 기조로 대북 정책의 스타트를 끊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 탄핵 정국도 올해 남북관계에 변수 작용 가능성 높아…진보정권 들어서면?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대화에 나설 경우 우리 정부가 제대로 준비된 상태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와 같은 경색 국면에서는 국제정세에 따른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경우 능동적인 대처가 어려우므로,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트는 등 유연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임동원 한반도 평화포럼 이사장(전 통일부 장관)은 "위기라면 위기이고 기회라면 기회"라면서 "김대중 정부 시절 클린턴 정부에서 대북정책을 강경책으로 조정하라는 미 의회의 움직임이 있었다. 우리가 적극 개입해서 설득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했다"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또 "트럼프가 '현상유지'가 아닌 '변화'를 하겠다는 것 아닌가. 현상 유지는 적대관계나 긴장고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바꾸겠다는 것이니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라면서 "이 과정에서 미국이 하는대로 끌려가지 말고 우리 나름의 주도권을 찾으려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트럼프 당선 이후 최선희 외무성 미국 국장을 스위스 제네바에 보내 미국 전문가들과 만남을 갖도록 하는 등 트럼프 정부 대북정책 불확실성을 전제로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해왔다.

일각에선 올해 탄핵정국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고 정권이 교체된다면 이 역시 남북관계 회복의 물꼬를 틀 수 있다고 보고있다.

양 교수는 "만일 야권이 정권을 잡는다면, 트럼프 행정부와 일정 부분 정책 방향에 공통점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한미 모두 이전의 대북 강경 일변도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에 공감대를 가질 수 있고, 대화와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등 압박을 병행하는 전략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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