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국면까지 공조를 유지해왔다. 지난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해임건의안을 함께 통과시켰고, 정책적인 부분에서 연대하기도 했다. 탄핵안 표결 시점을 2일로 할 것인지 9일로 미룰 것인지를 두고 충돌하기도 했지만 큰 기조에서 힘을 합쳤다.
하지만 탄핵안 가결 이후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고, 정치의 계절로 접어들면서 양측 신경전은 치열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대를 비판하는 발언 수위도 높아지는 형국이다.
특히,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개헌 보고서가 국민의당을 자극하는 계기가 됐다. 대선 주자들과 지도부에 은밀히 전송된 이 보고서에는 "비문, 비박 진영에서 모색하는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구축이 대선 승리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담겨있다. 또한 문재인 전 대표를 대선 주자로 가정하는 듯한 표현도 포함됐다.
또 "이번 개헌저지 보고서도 친문에게만 친전으로 돌렸다는 것 아니겠냐"며 민주당 내 친문 패권주의 결집을 우려했다.
박주선 국회부의장도 의원총회에서 "보고서를 보면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비판할 자격도 없는 정당이고, 국가 국민 세금으로 국고보조금을 받는 정당의 연구원이 문재인 대선 연구원이었던 것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문재인 씨'는 전직 당 대표일 뿐 현재는 아무런 직함이 없다. 정당의 공식 라인에 없고 비선에 불과하다"며 "최순실이라는 비선에 의해 국정농단을 함께한 박 대통령을 비판한 정당이 비선에 의해 조롱을 받고 농단을 당하는 모습을 보며 국민이 어떤 생각을 갖겠느냐"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대선 국면에서 야권 통합을 고려해 국민의당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던 민주당도 반격에 나섰다. 국민의당이 "친문 세력과의 연대는 없다"며 민주당이 제안한 야권 통합을 일축하면서도 비박계와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자 공세를 시작한 것이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에 대해 제가 그간 참았는데 비박신당(개혁보수신당)하고 (연대)할 수 있는데 민주당하고 함께 못 한다. 이게 말이 되느냐"면서 "비박신당은 새누리당 출신들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그간 이 사람들이랑 안 싸웠느냐. 그런데 이제 비박신당하고 하고 민주당과 못한다면 그게 호남 민심이냐"며 "뭔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아무리 살 길이 막막하다고 새누리당에서 뛰쳐나온 사람들이랑 같이 하겠다는 소리를 하고 있으면 되겠느냐"고 폄하했다.
이처럼 신경전이 과열되는 것은 개헌을 주장하며 제3지대에 서 있는 손학규 전 대표와 국민의당의 통합이 임박한 시기적인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손 전 대표는 민주당 내에서 여전히 일정 세를 가지고 있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문 전 대표와 겨룬 인물이기도 하다. 손 전 대표는 오는 22일 국민주권 개혁회의를 출범시킬 예정이어서 국민의당과의 통합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상당수 의원들이 탈당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이 보도되자 "보따리 싸는 어떤 징후도 발견이 안됐다"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에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저는 보따리 싸겠다는 의원에게 직접 들었다"며 정면 반박했다.
실제 손 전 대표가 국민의당에 합류해도 곧바로 탈당할 의원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와 국민의당의 통합 시너지가 커질 경우 탈당 세력이 생기고 야권 지형이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주도권 다툼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