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검찰과 특검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는 지난해 10월 12일 자로 문제의 미르·K재단 관련해 'VIP →면담, 모금 : BH주도 X → 재계 + BH, 인사 : BH개입 X → BH 추천검토, 사업 : BH주도 X → BH 협조에 참여'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날 대통령 수석비서관 회의는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한 미르·K재단과 관련해 대통령의 입장을 정리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회의에는 안 전 수석 외에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김성우 홍보 수석 등도 참여했다.
안 전 수석이 이날 수첩에 적은 내용은 ▲모금은 청와대(BH)가 주도한 것이 아니고 재계와 청와대가 함께 한 것이고 ▲재단인사도 청와대가 주도한 것이 아니고 BH가 추천한 것에 불과하며 ▲사업도 청와대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고 정리하자는 내용이다.
이런 시나리오에 따라 박 대통령은 10월 20일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대수비)에서 "과거에도 많은 재단들이 기업의 후원으로 이런 사회적 역할을 해 왔는데 전경련이 나서고 기업들이 이에 동의해 준 것은 감사한 일", "이것이 제가 알고 있는 재단 설립의 경과"라고 발언했다.
이는 불법적인 강제 모금 의혹을 피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사전에 준비된 해명을 한 것에 불과했다는 취지로 안 전 수석은 진술했다.
그는 조사과정에서 '그럼 박 대통령이 거짓말을 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수석은 "대수비에서 다수의 수석비서관들이 '비선 실세에 대해서도 인정하자'고 제안했지만, 묵살당했다"고도 진술했다.
안 전 수석은 "수석들이 대통령에게 재단 설립 과정에 의혹이 많으니 사실대로 밝히고, 비선실세와 관련해서도 비선실세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발표하자는 건의를 드렸는데, 대통령께서 재단 설립과 관련해서만 일부 받아들이시고, 비선실세 부분은 받아들이지 않으셨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