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상의 이유는 "당헌당규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당론으로 정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내부 반발 때문으로 보인다.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방안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이 모두 찬성하고 있으나 보수신당이 당론확정을 보유한 만큼 새누리당이 반대하면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바뀌었다.
실제로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5일 "고3을 무슨 선거판에 끌어들이나,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라며 반대했다. 투표권을 줘서는 안되는 이유로는 고3 학생이 부모와 선생님 의존이 심하다는 점, 독자적 판단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나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춰야 하는 이유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먼저, 전세계적인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참정권의 후진성을 극복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선거연령이 19세 이상인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미국, 영국, 독일 등 32개국은 18세 이상이고, 오스트리아는 16세부터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범위를 전세계로 확대하더라도 233개 나라 중 215개 나라가 이미 18세 이상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어 한국은 참정권에 매우 인색한 10여개 나라 중 하나에 포함되는 오명을 쓰고 있다.
둘째, 세대간 정치서비스의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인구구조가 급속히 고령화되는 반면 선거연령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정책이나 예산 배분에서 고령층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선거연령을 낮춘다면 젊은 층을 겨냥한 정책에 국가자원이 보다 많이 배분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세대간 불균형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선거연령 인하는 진보진영에 무조건 유리하다는 주장은 허구에 불과하다. 지난 2005년 선거연령이 45년만에 19세로 낮아졌으나 이후 치러진 2007년 대선에선 오히려 보수진영인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치러진 각종 선거를 볼 때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 유권자의 스펙트럼은 보수와 진보는 물론 지지 후보별로 매우 다양하게 분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선거연령 문제를 진영간 유불리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정략적인 발상에 불과하며, 정치의 후진성을 극복하고 세대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정치참여와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지난해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 의견을 낸 바 있다. 소병훈, 윤후덕, 윤호중 의원 등 8명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이 현재 국회 안행위에 계류중이고 오는 9일 소위도 개최된다고 한다. 아무쪼록 정치적 유불리나 다투는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후진적인 참정권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전향적인 검토가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