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개헌특위가 구성되고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개헌 보고서 파문으로 당안팎이 시끄러운 상황에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권력적폐 청산을 위한 긴급좌담회'를 열어 청와대, 검찰, 국정원 등 3대 권력기관의 개혁방안을 고루 제시했다.
여기에는 △청와대를 광화문으로 전격 이전하고,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에게 넘기며, △국정원은 국내 정보수집 업무를 없애고 해외안전정보국으로 개편하는 내용 등의 파격적인 개혁안이 담겼다.
이밖에 대통령의 24시간을 공개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휴가를 보내 유명해진 대통령 휴양지 저도를 없애며, '인사추천 실명제'를 도입해 청와대 인사 전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등의 구체적인 정책도 포함됐다.
문 전 대표는 아직 공식 출마를 하기 전이며, 당도 경선 국면으로 접어들지 않았다.
대선 일정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문 전 대표가 사실상 대선 공약을 집약한 개혁 과제들을 미리 내놓는 것은 이슈 선점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전문가 그룹들이 오랜 동안 연구해온 과제들을 제시한 것"이라며 "대선 시계가 빨라졌기 때문에 이 정도 시점에서는 주자들이 각자의 정치적 비전을 제시해야 할 때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음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귀국을 앞둔 상황에서 문 전 대표가 상세한 공약을 제시하면서 다른 이슈를 차단하고 방어막을 치는 효과도 있다.
이날이 국회 개헌특위 출범일이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국회 안팎에서 커지는 개헌 이슈를 개혁 이슈로 대신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부도 민주연구원의 개헌 보고서로 관련자들이 사퇴, 징계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시점상 정책을 내놓는 것이 어색하지 않지만, 요즘 정치권에서 불거지는 개헌 이슈를 덮으려 좀더 앞당긴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문 전 대표의 공약 제시로 다른 민주당과 야권 대선 주자들의 공약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등 다른 주자들도 설 연휴 이전에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표는 좌담회에서 '국회 개헌특위가 출범하는 날 3대 권력기관 적폐 청산방안을 발표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 점은 제가 인식하지 않았다"며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적폐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사회 대개혁 과제에 대해 이제 정치가 답흘 해야 할때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