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조사 절차와 증거 채택 원칙 등을 내세워 심판 진행을 늦추려는 의도가 엿보이자, 신속 심리 원칙을 재판부가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5일 헌재에서 열린 2차 변론에서 "형사법 위반에 관한 탄핵사유는 형사소송법의 증거법칙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 가운데 뇌물죄 부분 등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기록 등에 있는 진술조서 등의 증거능력을 제한하고, 관련자들을 직접 법정에 불러 신문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탄핵심판은 헌법재판소법에 따로 정한 규정이 없으면 형사소송절차가 준용된다.
박 대통령 측의 이런 주장은 대통령 측이 반대 신문을 통해 반박할 권리를 보장받으면서도 심리 진행을 늦출 수단으로 활용할 의도가 깔려있다고 보인다.
이에 대해 주심 강일원 재판관은 "이 재판은 탄핵심판이지 형사소송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형사재판과 이 사건을 혼동해 변론의 쟁점이 흐려지지 않도록 협조해달라"고 요구했다.
강 재판관은 또 준비절차에서 재판부가 요구한 세월호 7시간, 박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최순실씨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한 연설과 홍보물에 대한 직접 해명을 조속히 해달라고 박 대통령 측에 촉구했다.
3만2천 쪽 분량인 검찰 수사기록이 방대하다는 이유로 시간을 요구한 데 대해선 강 재판관은 "기록을 다 못봤다고 하시지만, 저는 혼자서 봤다"며 속도를 낼 것도 주문했다.
검찰의 공소장 등에 대해 무죄 추정의 원칙을 강조한 것도 재판부의 원론적 입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