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알바 내몰린 할배들 "죽으면 돈이라도 받잖소"

<임상시험 아르바이트 노인>
- 중병에도 돈 없어 기어서 퇴원
- 빈곤에 쫓겨 임상시험 뛰어들어
- 차라리 세상 뜨는 게 낫겠단 이들도

<꽃동네대학교 이태수 교수>
- 노인 2명 중 1명은 빈곤층
- 고령화에 빈곤까지, 이중 재앙
- 선전 도구로 전락, 집회 동원도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임상시험 아르바이트 참여 노인(익명), 이태수(꽃동네대학교 교수)

최근에 지하철을 이용하시다보면 ‘임상시험에 참여할 사람을 모집한다’, 이런 광고 보신 적 있을 겁니다. 여기서 임상시험이란 제약회사나 병원에서 하는,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을 말하는데요. 위험수당이 높은 아르바이트다 보니까 여기에 노인들이 몰린답니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빈곤율 OECD 국가 중 1위입니다. 대체 그 실상이 어떤지 오늘 한번 짚어보죠. 먼저 병원에서 실시하는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노인 한 분, 연결을 해 보겠습니다. 익명으로 연결합니다. 어르신, 나와 계시죠? 안녕하십니까?

◆ 임상시험 참여 노인> 네.

◇ 김현정> 지금 연세가 어떻게 되십니까?

◆ 임상시험 참여 노인> 75세.

◇ 김현정> 75세 되셨어요? 대형병원에서 임상시험 아르바이트는 어떤 계기로 하게 되셨습니까?

◆ 임상시험 참여 노인> 햇수로 3년 전에 제가 뇌경색으로 병원 응급실에 들어갔어요. (병원비가) 하루에 20만 원인데… 거기에 도저히 있을 수 없다고, 그리고 저 혼자니까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보호자의 입회 하에 손 잡고 나가라고 (했어요). 혹시 사고가 날까 봐 그랬나 봐요.

◇ 김현정> 그 의사는 얼마나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데 그냥 나오신 거예요?

◆ 임상시험 참여 노인> 저는 최소한 3개월이라고 그러더라고요.

◇ 김현정> 3개월을 입원해 있으라고 하는데, 입원비가 혼자 사는 처지에 감당이 안 돼서 얼마 만에 나오신 거예요?

◆ 임상시험 참여 노인> 제가 이틀 있다가 나왔어요.

◇ 김현정> 이틀 있다가? 아이고, 그러면 나와서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셨겠네요?

◆ 임상시험 참여 노인> 퇴원하자마자 그때는 힘들었지. 기다시피 긴 거야… 누워 있다가 목적지를 향해 가려고 하면 일어날 수가 없으니까 기어가는 거죠.

◇ 김현정> 아이고, 그런데 어떻게 하다가 이른바 임상시험 아르바이트라는 걸 하게 되셨어요?

◆ 임상시험 참여 노인> 한 1년이 지난 다음에 (그 종합병원에서) 연락이 왔더라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 종합병원 그 뇌경색으로 입원했던 종합병원에서 다시 연락이 왔어요?

◆ 임상시험 참여 노인> 네. 집으로 찾아왔더라고요. 그리고 몇 월 며칠 날 병원 3층으로 오라, 그래서 제가 나간 거예요.

◇ 김현정> 아니, 몸도 편치 않으신데 돈을 안 준다 그러면 나가지 않으셨을 텐데 뭐가 좀 넉넉하게 보수를 준다고 하던가요?

◆ 임상시험 참여 노인> 하루에 10만원이고 (한번에) 2시간이 안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하루에 10만 원, 2시간 미만으로 줄 테니까 하셔라?

◆ 임상시험 참여 노인> 네.

◇ 김현정> 그래서 가셨더니 그렇게 하고 가셨더니 구체적으로 뭘 하라고 시키던가요?

◆ 임상시험 참여 노인> 검지하고 새끼손가락이라든지… 의사가 (어디에 붙이라고) 불러요. 그러면 거기다가 붙이는 거예요.

◇ 김현정> 엄지, 검지, 둘째, 넷째 붙여라 그러면 계속 그걸 한 2시간 하신 거예요?

◆ 임상시험 참여 노인> 그것만 한 거예요. 계속 피곤한지 아닌지 그걸 묻더라고요.

◇ 김현정> 그렇게 가셔서 10만 원 받아오시면은 이게 어느 정도로 큰 도움이 됩니까?

◆ 임상시험 참여 노인> 70대 중반의 영감님들한테는 손 벌리기가 힘들고 그러니까… 나름대로 보탬이 많이 되죠.

◇ 김현정> 주변에 혹시 다른 어르신들도 이런 병원 혹은 제약회사의 임상시험에 대해서 알고 계세요? 이런 아르바이트?

◆ 임상시험 참여 노인> 지하철 타보면 임상시험, 나름대로 포스트 같은 게 붙어 있던 걸 본 적은 있어요.

◇ 김현정> 혹시 주변의 어르신들하고 얘기나눠보면 그 정도 돈 주는 아르바이트가 어디 있나 이런 얘기들도 나누세요?

◆ 임상시험 참여 노인> 그 돈 받아가지고 용하게 썼다는 사람도 있고. ‘어차피 죽을 몸인데 가볼 만하지 뭐 어때’, 그런 사람들도 있어요.

◇ 김현정> 실례지만 가족 관계는 어떻게 되세요?

◆ 임상시험 참여 노인> 저는 독거노인이에요.

◇ 김현정> 혼자 사시고… 그러면 자녀는 아예 안 두셨고요?

◆ 임상시험 참여 노인> 둘은 있는데 나름대로의 사정에 의해서 헤어졌어요.

◇ 김현정> 헤어지셨어요? 그래서 혼자 살고 계시는. 그러면 지금 어떤 직업이 있으세요?

◆ 임상시험 참여 노인> 있으려야 있을 수가 없죠.

◇ 김현정> 그렇죠. 그러면 어떻게 생활하세요, 할아버님?

◆ 임상시험 참여 노인>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라든지, 동이라든지 조금씩 나오는 거 가지고 연명하고 그래요.

◇ 김현정> 거기다 약값도 들고 몸 여기저기 성한 데도 없고.

◆ 임상시험 참여 노인> 그렇죠.

◇ 김현정> 주변에 우리 어르신과 같은 형편에 있으신 분들이 주변에 많이 계세요?

◆ 임상시험 참여 노인> 많아요. 어떤 사람들은 극단적인 이야기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 김현정> 무슨 이야기요?

◆ 임상시험 참여 노인> 차라리 뭐… 하직을 하면 차라리 낫지 않느냐.

◇ 김현정> 아이고, 세상을 뜨면 차라리 낫지 않겠느냐?

◆ 임상시험 참여 노인> 네.

◇ 김현정> 너무 살기 힘드니까?

◆ 임상시험 참여 노인> 만약 병원에서 시험을 하다가… 만약에 사망을 했을 경우에 병원에서 나름대로 처리라든지 해 주겠지.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아 있어요.

◇ 김현정> 내가 여기서 임상시험 같은 거 하다가 어떻게 잘못되면 장례도 그렇고, 보상금 나오지 않겠느냐 그러면 차라리 낫겠다 하시는 분도 계세요?

◆ 임상시험 참여 노인> 그 돈은 자식한테 가겠지만 죽어서도 나름대로 자식들을 생각하는가 봐요.

◇ 김현정> 아이고, 아이고 참 마음이 뭉클하네요. 알겠습니다, 할아버님. 어려운데 이렇게 인터뷰 응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건강하세요, 어르신.

◆ 임상시험 참여 노인> 네.

위 사진은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고맙습니다. 병원에서 임상시험 아르바이트를 경험하셨던 분이세요. 75세 어르신 한 분 만나봤습니다. 이어서 전문가의 의견 들어보죠. 꽃동네대학 사회복지학과 이태수 교수 연결돼 있습니다. 이태수 교수님 안녕하세요?

◆ 이태수> 네.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앞서서 할아버님은 그래도 그렇게 위험한 임상시험은 아니어서 다행입니다만 더러는 좀 위험해 보이는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는 임상시험들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노년층의 참여가 진짜 늘고 있습니까?

◆ 이태수> 최근 들어서 그런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는 되고 있는데요. 정확한 통계가 지금 있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 김현정> 노인들의 무분별한 참여를 막기 위해서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할 텐데 그런 건 없어요, 전혀?

◆ 이태수> 임상실험의 윤리적 조건이라는 것이 자발적 동의 그리고 충분한 이해와 정보제공, 거기에다가 적절한 보상 이런 세 가지 정도를 얘기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지금 자발적이라거나 정보 제공 이런 건 있다고 하더라도, 사실 보상이 아주 없으면 이게 착취가 되는 거고요. 보상이 많으면 이게 자발성과 자율성을 왜곡하는 거거든요. 마치 헌혈이 아니고 매혈이라고 하는 것이 가지고 있는 부작용 처럼요. 그런데 바로 이런 높은 보상을 가지고, 어르신들이 이런 것들을 찾을 수밖에 없는 그런 절박한 상황이 결합이 돼서 상당히 위험한, 생명에 지장이 될 수 있는 그런 것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조금 전에 제가 놀란 게 뭐냐하면요, 교수님. ‘차라리 임상시험 하다가 죽어버리면 내 자식에게 보상금 나오지 않겠느냐.’ 그랬으면 좋겠다 하는 분들까지 계신데요. 얼마나 살기가 힘들면 나도 살기 힘들고 자식들도 살기 어려운 세상이면...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임상시험하다 죽었으면 좋겠다, 생각을 하신다니. 아니, 노인 빈곤층이 얼마나 심각합니까?

◆ 이태수> 최근 들어서 이게 나라냐 이런 얘기를 많이 했지 않습니까? 사실 이런 측면에서도 우리나라가 정상적인 나라냐라고 하는 자괴감을, 우리 스스로가 떨치기 어렵죠. 이미 노인 빈곤의 심각성은 여러 가지 수치로 얘기되고 있고요.

◇ 김현정> 전체 노인 인구의 몇 퍼센트나 빈곤층에 들어갑니까, 수치로는?

◆ 이태수> 우리나라 5000만 인구 중에 2500만 사람, 가운데 사람의 소득이 있다고 했을 때 그걸 중위소득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 소득의 50% 미만인 사람들을 우리가 일반적으로 빈곤하다고 정의하는데요. 노인 인구 중에 작년 OECD 발표에 의하면 49.6%. 그러니까 반이라고 봐야죠. 그분들을 빈곤하다, 이렇게 보는데 문제는 이게 매년 OECD 발표에 의해서 압도적으로 수치가 1위이고요. 그리고 이 수치가 늘고 있다라고 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 매우 심각한 거죠. 가장 낮은 네덜란드 2%밖에 안 됩니다. 프랑스 3.8%. OECD 평균 12%거든요.

◇ 김현정> 그러면 노인 두 분 중에 한 분은 빈곤층이라는 얘기잖아요, 48.1%가 빈곤이면?

◆ 이태수> 그런 거죠.

◇ 김현정> 아... 만약 이걸 그냥 방치해 두면 이대로 둔다면 이게 어떤 부작용까지 우려되세요?

◆ 이태수> 기본적으로 개인적으로 불행한 삶이 특히 노년기에 이루어진다, 그동안 사회적으로도 아니면 가정적으로도 여러 가지로 경제적으로도 기여했던 이런 분들이 노후에 이렇게 빈곤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라고 하는 것 자체가 개인적으로 불행이지만요.

사회적으로도 우리 사회가 점점 더 고령화가 되어 가는데 그 고령화 속에서도 노인의 빈곤화가 같이 결합돼 있다고 하는 것은 이중의 재앙이죠. 그러니까 고령화에 대해서 우리가 지금 걱정하는데 빈곤한 고령화라고 하는 이 시그널이 우리에게는 재앙과 같은 미래를 지금 보이고 있다고 보는데 더불어서 이것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인 그런 여러 가지 부작용과 긴장, 특히 노인자살률이 1위라고 하는 것, 노인 범죄 이런 부분도 지금 점점 증가추세에 있어서 통계로 보니까 10년 사이에 노인 범죄의 비중이 3배나 증가했다이런 거고요.

또 저희가 생각할 수 있는 건 노인분들이 이런 식으로 살기가 좀 어려워지고 그리고 뭔가 사회적으로도 본인이 만족스럽지 못하고 이렇게 되다 보니까, 이상한 단체에 소속되셔가지고 이념적 선전도구라든지 대중 동원의 어떤 대상이 되는 그런 데서 비정상적인 만족감이나 소속감을 느끼는 그런 상황까지 오는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 김현정> 얼마 전에 왜 어버이연합에 가는 노인들이 돈을 받고 동원이 됐다 이런 걸로 떠들썩했던 사회문제가 됐던 적이 있는데, 결국 그런 분들도 빈곤에 쫓겨서 그렇게까지 가는 그 부작용 아니냐는 말씀이세요?

◆ 이태수> 결국은 연결돼 있다고 봐야죠. 그래서 이런 것들이 결국은 사회적으로 세대간의 긴장과 갈등으로까지 이어진다고 봅니다.

◇ 김현정> 그러네요, 그러네요.

◆ 이태수> 그러니까 노인분들이 사회적으로 품위 있고 존경받는 그런 세대로 정착이 돼 있어야만 되는데 다른 세대들이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는거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사회적인 갈등, 세대 간의 갈등까지 일으키는 노인문제. 김재명 청취자님은 ‘노인들에게 지원해야 할 국민연금을 지금 보세요. 자기들 쌈짓돈인 양 대기업에 지원하고 이런 거 끝까지 밝혀내서 제대로 쓸 데에 써야 한다.’ 이런 지적들 해 주셨어요.

◆ 이태수> 그렇죠. 그럼요. 당연한 얘기입니다.

◇ 김현정> 우리가 보는 어르신들의 지금 모습이 곧 우리에게 닥칠 미래기 때문에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 거 명심해야겠습니다. 교수님, 오늘 고맙습니다.

◆ 이태수> 네.

◇ 김현정> 꽃동네대학 사회복지학과 이태수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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