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정호성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일파만파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최순실씨가 국정에 어느 정도 깊숙히 개입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탄핵소추위원인 국회의원들은 정작 이 녹취록을 열람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국회 탄핵소추위원들은 왜 정호성 녹취록을 열람도 못했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그렇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헌법재판소가 재판장이 되고 국회법사위가 검사, 피청구인측(대통령측) 대리인이 변호사가 된다.
헌법재판소가 검찰에서 넘겨받은 3만2천여 쪽 분량의 수사기록을 복사해 지난해 연말 국회 소추위원 대리인단과 박 대통령 대리인단에 보냈다.
이 수사기록에는 검찰이 최순실 씨가 사용했다고 결론낸 태블릿PC,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업무수첩,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의 녹취록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탄핵심판에서 검사역할을 해야할 소추위원들이 일주일이 지나도록 수사기록을 열람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소추위원인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오늘(4일)까지 수사기록을 열람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소추위원을 대표하는 권성동 국회법사위원장은 "지금까지(4일 오후) 수사기록을 본 사람은 없었다"면서 "내일(5일)부터 볼 사람 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 말이 안 된다. 그렇지만 권성동 법사위원장 쪽의 얘기를 들어보면 일정상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한다.
헌재에서 국회법사위로 기록이 넘어온게 12월 30일 오후 5시 이후였다고 한다. 30일은 헌재에서 3차 준비기일이 열린 날이다. 일부 소추위원들이 기록을 열람하려고 했지만 법사위원장의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서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12월 31일과 1월 1일은 토요일과 일요일이었고 1월 2일은 권성동 법사위원장의 보좌진들이 전원 휴가였다고 한다. 3일은 1차 공개변론이 열리는 날이어서 소추위원들이 헌재에 있었고 4일 오후 소추위원 회의에서 5일부터 열람을 하는 것으로 했다는 것이다.
연말 연초의 일정으로 미루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탄핵심판의 중대성과 시급성에 비추어 권성동 법사위원장의 업무처리가 다소 안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소추위원은 "억지로 기록을 보자고 우겼으면 못볼건 아니었지만 권성동 위원장이 국회의원들이 기록을 보면 유출될 우려가 높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으려 했다"면서 "열람은 하되 메모조차 못하게 하는 건 지나친 처사"라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도 "(권성동 위원장이) 농담이건 진담이건 간에 너희가 보면 다 새나가는 것 아니냐?"면서 "속시원하게 보도록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 권 위원장은 소추위원들이나 기자들에게 "자신은 못보게 한 적 없고, 와서(위원장실) 보라고 했다"면서 "그런데 자료가 책처럼 된 게 아니고 낱장으로 정리가 안 됐고, 목록 정리도 안 돼 있는데다 방대해서 보지 못한다. 안보는게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권 위원장은 "기자들한테 시달리지 않으려면 내가 못보게 했다고 핑계를 대라"고 얘기를 했다면서 "지금까지(4일 오후) 기록을 열람한 소추위원은 없었다"는 것이다.
대통령 대리인 측은 헌재에 국회소추위원 측이 수사기록을 유출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아달라고 요청했고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소추위원들도 기록 열람만 할 수 있고 메모나 복사는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권 위원장은 소추위원들에게 "국회의원들이 '정호성 녹취록'을 보면 그 내용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강하게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소추위원들은 열람을 못하고 있지만 소추위원을 대리하는 법률대리인단은 기록을 보고 있다. 소추위원은 못보지만 대리인은 보고 있는 웃기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 '정호성 녹취록'은 지난해 10월 29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2대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는데 그 전화기에 저장된 녹음파일을 문서로 정리한 것을 말한다. 그 전화기에서 236개의 파일이 복구됐고, 그 중 12개 파일의 '28분 분량 대화 녹음'이 박 대통령과 정호성, 최순실과 정호성의 대화내용이라고 한다.
녹취록을 본 한 법조인은 "녹음파일 자체가 2013년 10월과 11월에 집중돼 있고 뇌물죄 등 공소사실과는 무관하다"면서 "그렇지만 박 대통령과 최순실의 힘의관계를 엿볼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최순실씨가 지침을 주면 박 대통령이 이를 따르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2013년 9월 30일부터 약 4주 동안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 불참하고 공식 입장도 밝히지 않으면서 '불통' 비판을 받았는데 10월 31일, 4주 만에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어 한 달 만에 입장을 밝힌다.
공교롭게도 최순실씨가 10월 27일 정호성 비서관과의 통화에서 "비서관 회의를 하든가, 국무회의를 하든가 해야지. 외국만 돌아다니는 것 같아"라고 지적을 한 직후에 열린 것이다. 11월 2일에 박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가기로 예정이 되어 있었는데 그에 앞서 불통 논란을 진화하고 가야 한다고 최 씨가 지시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최씨가 총리담화에도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녹취록이 있고,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해야 할 발언에 관해서도 일종의 지침을 준 것으로 녹취록에 나와있다고 한다.
정호성 비서관은 최순실씨를 '선생님'이라고 깎듯하게 불렀다.
= 그렇다. 이건 단순하게 형사사건의 기록으로 봐서 비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높다. 그래서 녹취록만 공개할 것이 아니라 녹음파일에 나오는 육성을 그대로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검찰특별수사본부와 특별검사의 수사팀, 그리고 국회 소추위원측 법률대리인단과 피청구인(대통령측) 법률대리인 등 수십명이 '정호성 녹취록'을 봤다.
그래서 '정호성 녹취록'과 '안종범 업무수첩' 같은 핵심 물증은 국민의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것이다.
헌법학자와 법조인들은 탄핵심판과 관련된 정보는 '공익상 목적'이 있으므로 공개하는 게 옮다는 의견이다. 대통령 탄핵은 단순히 개인의 형사재판과 달리 국가적 중대사안이므로 당연히 주권자인 국민들이 알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수사기록을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근거는 <형사소송법 47조(소송서류의 비공개) 소송에 관한 서류는 공판의 개정 전에는 공익상 필요 기타 상당한 이유가 없으면 공개하지 못한다.>에 따른 것이다.
그렇지만 형소법 47조에도 '공익상 필요'와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에는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학자들은 "헌법보호를 목적으로 이뤄지는 헌법재판의 경우 '공익상 필요'가 인정될 수 있으므로 공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헌법학자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상희 교수는 "국민은 대통령을 선출한, 그리고 대통령의 책임을 추궁하는 또 다른 당사자라고 봐야 하고 그 점에서는 탄핵심판에 관련된 정보에 접근할수 있어야 한다"면서 "탄핵심판에서 변론을 열고 공개하도록 한 법의 취지도 거기에 있다고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따라서 "'정호성 녹취록'과 '안종범 업무수첩'은 공적 문건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니, 그 자체 만으로도 공개의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수사기록'이 증거로 제출되었다는 점에서는 소송서류이겠지만 그 전에 공적 자료로서의 성격을 가진다는 것이 헌법학자나 법조인들의 의견이다.
▶ 권 기자는 그 녹취록을 봤나?
= 직접 보지는 못했고 봤다는 사람들의 얘기를 전해 들었다. 가급적 녹음파일을 구해볼려고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구하지 못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변론과정을 공개하기 때문에 녹취록 뿐만아니라 녹음파일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호성 녹취록(녹음파일)'과 '안종범 업무수첩'은 주권자인 국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공개돼야 할 것이다.